6평 남짓한 내 방 안에서 가장 애정 하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여섯 번째. 문진.
고이 접어 오래도록 보관해두고 싶은 문장들이 있어요. 편지지를 열면 그때의 상대가, 그때의 나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곤 해요. 그래서일까요. 키보드로 적어 내려 가는 글보다 때론 종이에 꾹꾹 눌러 적는 사각거리는 필기구의 느낌이 좋아요. 그렇게 종이를 펴고 마음을 쓰기 전,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문진이에요.
종이가 날아가지 않도록, 혹은 종이를 고정할 수 있게 무게로 눌러주는 문방구의 한 종류인데 최근엔 제 기능에다 인테리어 효과를 줄 수 있는 오브제로 많이들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문진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정말 갑자기였어요. 올해 초 봄, 그저 연필로 노트에 낙서하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무언가를 적다가
‘문진이 갖고 싶어’
라는 생각에 꽂혀 열심히 검색해서 구매했던 제품이었으니까요.
제가 소장하고 있는 문진은 판매자분이 유럽에서 문구 여행을 하며 바잉해왔다는 한 점씩인 제품들 중 두 가지를 골라 구매한 것이랍니다.
처음엔 딱 한 점씩만 넘어온 제품인 줄 모르고 그저 여러 문진들 가운데 제가 매료될 만큼 예쁘고 고운 오브제로 보여서 구매한 제품이지만, 제가 사고 바로 솔드아웃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더 소장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생각보다 더 작고 문진의 제 역할을 해내기엔 무게감이 살짝 부족했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며 책을 볼 때 책 위에 올려두고 글을 읽곤 해요.
문진의 무게감처럼 감정이 쉬이 요동치지 않고 굳건하고 강인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딘가 항상 텅 빈 듯한 제게 문진은 닮고 싶은 것이기도 해요. 오롯이 다른 것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주듯이 제 안에도 마음을 눌러주는 문진이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예민한 일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누름돌이 하나씩만 있어도 성급하게 혹은 감정적으로 굴게 될 일이 조금은 줄어들 텐데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괜히 소장하고 싶은 문구제품들이 존재하는 데 그중 하나가 문진이었어요. 위의 이유도 제가 문진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겠죠.
제 책상에 늘어져 있는 필기구, 문진, 지류. 마음에 드는 애장품들이 너무나 많지만 오늘의 문구류로 소개드리는 문진처럼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제품은 추천드리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겠지만 저 또한 어느 하나에 꽂히게 되면 많은 검색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게 돼요. 문진을 구입하고 싶어 져서 검색을 많이 해보니 하포드 사를 비롯한 해외의 빈티지 문진도 많고, 레진으로 제작해주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해서, 다음번엔 제 이름을 넣은 커스텀 제품도 주문해보려 해요. 그때가 오면 애장품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되겠죠.
좋아하는 애장품을 소개해드리는 일은 제 취향을 이야기하고 읽는 분들에겐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도 있게 도와주는 순기능을 하다 보니 마음에 들어요.
요즘은 문진도 샀겠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종이에 글도 적지만 책에 문진 올려두고 글을 읽어야지! 싶어서 독서도 다시 시작했어요.
최근에 읽은 도서 중 문경연 님의 <나의 문구 여행기>는 아날로그 키퍼라는 문구 브랜드 사장님이 직접 경험한 것을 책으로 펴낸 여행 에세이인데 소소한 것을, 글을,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리는 도서예요.
그 안에선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오로지 문구를 목표로 여러 나라를 돌며 문구점 투어를 한 이야기가 펼쳐져요. 여행에 떠나기 전, 취업도 미래도 어느 것 하나 안정되게 보장된 것 없던 현실에서 좋아하는 것을 위해 용기를 내어 여행을 떠난 작가님의 마음처럼 저 역시 언젠간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함을 벗어나 도전적인 것을 해보고 싶어요.
몇 가지 미래에 해보고 싶은 희망사항이 존재하는데 언젠가 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문구점투어를 하며 그 나라의 문구제품을 소장해오고 싶어요.
저와 취미가 다른 이들은 제 애장품을 보며 예쁜 쓰레기를 산다고 하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애장품에 투자하는 제게도 나름대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용기가 있는 거겠죠.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그 용기. 참 멋지고 근사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일을 하는 분들을 보면. 옷을 짓는 일, 글을 쓰는 일, 디자인을 하는 일, 좋아하는 제품을 모아 샵을 운영하는 일.
다양한 업에 종사하는 분들 가운데 직업 만족도가 높은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글을 쓰는 회사원이라 단순히 생계를 위한 업에 대한 만족도는 그렇게까지 높진 않아요. 이따금 브런치에만 연재 중인 지금도 슬럼프가 찾아와 글을 올리기 어려운 날도 있고. 꾸준히라는 게 참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올리는 글이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 된다면 조금은 더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마감에 쫓기듯 글을 창작해내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따금 구독자 수가 줄면 속상하긴 하지만 그만큼 제 글을 마음에 들어해 주시는 새로운 구독자분들이 늘어가니까 나태함을 경계하며 꾸준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며 지내려해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