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위시는 무엇인가요?

by 소라

6평 남짓한 내 방 안에서 가장 애정 하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여덟 번째. 빈티지 곰인형.


“쓸데없지만 귀엽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을 닮은 애장품 중 보이즈베어를 소개할게요.


보이즈베어는 2000년대 초반에 생산되었던 미국 보이즈 사의 테디베어들을 일컫는데 현재는 단종되었기에 빈티지로 통해요. 곰인형뿐만 아니라 토끼나 오리 인형도 있는데 이러한 일반 제품들과 별개로 콘셉트에 맞춰 시리즈로 발매되었던 인형들은 빈티지 인형 중에선 유명한 편에 속하고 있어요.


단종된 제품을 제가 구했다는 건, 새 제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곁에서 오래 있던 제품이 돌고 돌아 제게로 왔다는 뜻이에요.


빈티지 제품을, 그중에서도 빈티지 인형을 모으는 분 혹은 빈티지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분들이라면 알 거예요.

빈티지의 매력을.


첫째. 희소성이 있다.

둘째. 흔하지 않아서 특별하다.

셋째. 자연스러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 있다.

넷째. 판매자와 구매자의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하기에 대화가 잘 통한다.(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꼭 인형이 아니라도, 한정판 제품을 구매해본, 혹은 빈티지 제품을 갖고 계신 분이시라면 “위시”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거예요.


온고잉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은 언제 어디서든 구매의사가 높다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정적인 제품들의 경우엔 말 그대로 원해도 살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해서, 저는 위시였던 보이즈베어 시리즈가 몇 있었는데 최근에 다 모으게 되었어요. 마치 드래곤볼을 다 모은 기분이 이랬을까요. 원하는 컬렉션을 다 구하고 나니 신나더라고요.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고갤 끄덕거리며 공감하시리라 믿어요.


우리들은 한정이라는 말엔 유약한 편이에요.

지금 안 사면 다음은 없어, 라는 심리가 작용하면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지 싶다가도 어느새 지갑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제 경우엔 모든 소비가 건강하게 그리고 재밌게 일하면서 번 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를 위한 행복한 소비는 앞으로도 조금씩 계속할 예정이에요.


당연히, 과소비는 지양하지만 페이보릿 띵스를 소개하는 이유는 행복한 소비생활과 그로 인해 위로받는 사소한 것들을 알려주고 싶고, 같이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각자의 위시리스트엔 얼마나 많은 위시가 이뤄졌고, 또 얼마나 다양한 위시들이 생겨날까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제 둥지는 점점 더 저를 위해 꼭 맞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작년 초에 비하면 가구를 바꾼 것도 아닌데 방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거든요. 이제야 내 방이구나 싶게.


방을 처음 꾸며준 엄마와 취향이 닮은 구석이 있어서 소품 몇 개만 바꾸고 방 구조만 살짝 변경했을 뿐인데 제 맘에 꼭 드는 근사한 공간이 되었어요.


그 공간에 함께 자리해 저를 위로해주는 오늘의 페이보릿 띵스처럼 제겐 여름 동안 브런치를 쉬며 몇 가지가 더 변했어요.


최근 제 위시리스트에서 가장 큰 성과는 공황이 잦아들었다는 점이에요. 지난 제 글을 보았던 분들은 알고 있으시겠지만 공황으로 병원에 내원하며 상담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두 달 정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지 않았어요. 이년 가까이 약을 복용해오며 약을 쉬었던 텀이 한 달을 넘겼던 적이 없는데, 두 달 넘게 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건 그토록 원하던 제 건강을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 거라 믿어요.


요즘의 저는 엄마에게 자주 나 행복해,라고 말하곤 해요. 행복하다는 말을 입술로 직접 내뱉어 본 지 꽤 되었었는데 불쑥 튀어나오곤 하더라고요. 언제나 텅 비어있고 무너질 것만 같았는데 허물어진 한켠을 퍼즐조각처럼 꼭 맞출 수 있는 무언가가 채워진 것 같아요.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고, 밤이 무섭지 않고, 문득 겁이 나지도 않아요.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래도 당장의 내일이 궁금하긴 하거든요.


상담받는 기간에 이런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어요. 저는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요.

의사 선생님은 그때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찾아오면, 그만 복용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어느 순간 찾지 않게 될 거라고.


일단은 조금 섣부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이 한 번쯤은, 그토록 원하던 치유의 시기가 온 것 같아요. 행복한 가을 저녁이네요. 긴 여름 방학을 마치고 오랜만에 소개하는 오늘의 페이보릿 띵스인 저의 작고 소중한 보이즈베어들을 사진으로 소개하며 마무리할게요.

썸머시리즈인 개구리튜브를 낀 쪼꼬미와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나의 수영복 곰인형들
양철나무꾼을 아직 만나지 못한,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이 글을 읽고 있을 그대의 위시도 조금은 느리더라도 천천히 채워가길 바라며.

소중한 시간의 일부를 제 글에 할애하여 완독 해주시는 분들께 애정을 담아 보내요.


keyword
소라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팔로워 2,606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을 적어내려갈 때 필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