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AI로 대체될 겁니다?

AI 거품으로 누가 이득을 보나

by Lyla

AI가 지식노동을 하는 전문직을 대체할 거라고 한다.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AI로 대체되고 있다고 한다. 회계사, 변호사, 의사, 약사까지 위협받고 있다. 통번역사는 말해 뭐 해. 각종 뉴스와 피드에서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콕 집어서 말한다. 향후 5년 안에 그동안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올려온 직업들이 몰락할 거라고 한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으니 그럴싸한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그 분위기에 경도되었다. AI가 인지능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세상의 성공방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받아온 교육은 점점 무쓸모 해질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한 발짝만 물러서서 바라보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모른다.


AI는 고도로 발달한 정보처리기계일뿐 지식노동자들을 대체한다는 걸 어불성설이다. 저런 기사나 글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센세이셔널 저널리즘에 가깝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니까 무슨 말인들 못하겠나.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아님 말고. 한편으로는 그간 높은 소득과 권위를 누려온 지식노동자들의 두터운 해자가 무너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한다. 약간의 고소함을 만끽한 채 말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 당연히 지식 그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권위를 누릴 수는 없어졌다. 그런데 이것은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 이미 일어난 일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정보와 지식을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그 자체만으로 그 사람이 권위가 생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요즘엔 알약 사진만 찍어서 검색해도 그 약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몇 초만에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약사보다 더 정확하다. 그런데 내가 찾은 정보가 정확한지 아닌지는 약사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다.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최신정보가 아닌지를 가려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인데, 전문적인 공부를 더 한 사람이 더 잘 알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인터넷 검색을 직접 해서 알아낸 정보라면 낫다.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면서 믿을만한 정보 소스인지를 판단해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그 수고조차 들이기 싫어서 AI한테 물어보고 AI가 답하는 대로 받아들인다. 정보 소스가 어딘지는 알 수 없다. 망망대해 같은 인터넷 세상의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나에게 내뱉는 답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만약 잘못된 약 정보를 진짜로 믿고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 개발 회사에 있는가? 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지만 AI를 믿고 결정을 내린 나의 잘못인가?


특정 정보의 진실 여부를 가리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특수지식노동자가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이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다루는 특수 지식 보유자들은 AI에 절대로 대체될 수가 없다. 애초에 우리 사회에서 권위를 누리는 지식노동자는 단순 지식전달자 혹은 정보처리자 역할에 그친 적이 없으며 자신이 보유한 고급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 사람들의 의사 결정이 영향력이 높기 때문에 권위가 자연스레 높아진 것이며 고소득은 이에 따른 부차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고소득에 방점을 두고 어릴 때부터 자식들이 전문직이 되도록 교육시키는 어른들이 있으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음에 또 다뤄봐야겠다.


AI는 사람의 말을 0과 1의 컴퓨터 언어로 바꾸어 학습한 후에 0과 1의 언어를 다시 사람의 말로 바꾸어 뱉어냈을 뿐인데 우리 인간은 그걸 보고 AI가 마치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 착각한다. 이건 마치 고독한 노인들을 위해 개발한 효돌이 인형과 비슷하다. 노인들은 효돌 이를 진짜 아기로 생각하고 옷을 사다 입히고 대화를 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슬프지만 효돌이는 미리 프로그래밍 된 말을 랜덤 하게 내뱉을 뿐이다. 아무튼간에 AI가 자신이 찾은 약에 대한 정보를 마치 사람처럼 전달하니까 사람들은 약사가 AI에 대체될 거라고 말한다. 자신이 입력한 증상에 대해 AI가 사람처럼 정보를 전달해 주니까 의사가 AI에 대체될 거라고 말한다. 장부 정리 몇 초만에 다 해주니 회계사가 AI에 대체될 거라고 한다. 한국어를 입력하자마자 영어가 튀어나오니 통번역사가 AI에 대체될 거라고 말한다.




너도나도 AI를 말한다. AI를 붙이면 팔린다. 온라인 기사든, 투자자를 찾는 신생기업이든, 사람 뽑는 JD든, 일자리 구하는 이력서든. 뉴스야 원래 그랬다. 기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일단 조회수 오르고 사람들 입에 오르면 된다. 갈곳 없는 투자금도 언제나 그럴싸해보이면서 매혹스러운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원래 잘 몰라야 끌린다. 포지션명에 AI를 붙이고 학과명에 AI를 붙인다. 그렇게 AI hype가 더 거세진다.


그런데 AI가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AI가 인간이 더 깊은 수준의 사고를 하도록 도와 실존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내는데 유용한가? 전쟁과 가난을 종식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인간을 고통스러운 노동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가? 인간의 존엄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인간이 자신의 개성을 저마다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가?


AI로 작성한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서가 난무한다. 뉴스레터도, 마케팅 문구도 다 비슷비슷하다. 우리 주변의 각종 콘텐츠에는 AI가 끼어들어 텍스트 너머에 있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단순반복적인 일을 AI에게 시켜서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AI 열풍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전문 지식 습득에 대한 가치가 하락하면서 깊은 사고 능력이 점점 퇴화하는 마당에 얼마나 많은 인간이 어떻게 더 창의적인 생각과 일을 해낼 수 있다는건지 의문이다. 게다가 AI는 인간이 수십, 수백년 간 수 많은 사람들이 지식 노동을 통해 쌓아둔 정보와 지식과 데이터를 슬쩍해서 사람처럼 대답할 뿐인데 이걸 마치 대단한 지능인냥 떠든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세상에 선보인 예술적 감각과 스타일을 그대로 베껴서 창의력이 있는 척 한다. 0과 1밖에 모르는 기계인데 말이다.




AI에 대한 의존으로 자칫하면 일반 대중은 더욱더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렵다. AI는 언제나 계산기 쓰듯이 써야한다. 내가 할 수 있지만 빠르게 하기 위해 쓰는 도구일뿐 내 인지 능력을 AI에게 완전히 내줘서는 안된다. 그리고 AI가 붙어있는 것들은 일단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의사도 AI 쓰면서 의존성이 커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데 어렸을 때부터 AI에 의지하는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https://byline.network/2025/08/8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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