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작업을 하는 여성이 많아져야합니다
“그(이어령)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강 관장은 허덕허덕 바빴다고 했다. “내 작업이 이 사람(이어령)을 해쳐선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당시엔 인터넷이 없으니 남편이나 저나 평론을 쓰려면 큰 방에 책을 줄 세워 놓고 뽑아 쓰는 방식으로 ‘푸트노트’(주석) 다는 작업을 했는데, 저만 유독 남편이나 애들이 오면 하던 일을 숨기느라 급급했죠. 제가 일하는 걸 보면 가족들이 부담을 느낄까봐서요.”
엄마의 육아를 수월하게 도와주는 신박한 육아용품도 아이들을 잠깐이나마 맡겨둘 수 있는 유투브도 없던 그 옛날에 아이 셋을 오롯이 키워내며 남편 뒷바라지에 개인 작업을 하는 것은 사치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아한 마음을 유지하며 글을 써내고 자신만의 작업을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기사를 읽어내려가며 저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세상에 더 많은 아름다운 글과 사상을 나눠주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며 남편을 돌보며 자기만의 작업을 해보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안된다고 하는 온 세상과 맞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꽃을 피웠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속 많은 여성들의 창의력과 탁월한 사상은 육아와 남편 돌보기라는 무거운 짐에 짓눌려 빛을 보지 못했고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 자기 작업을 우선시 하면 이기적인 엄마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또 여성 스스로도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자책합니다. 저는 모든 여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것은 매우 영리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살아보니 꼭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육아와 가정을 꾸리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증명해보여야합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자신있게 세상에 그 색깔을 내보여야합니다. 물론 증명해야하는 삶은 피곤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 마지막 식민지인 여성이 진정으로 해방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여성 하나 하나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고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도록 멋지게 그 가치를 증명해내는 행동 하나 하나가 해방의 날을 앞당깁니다. 아직도 여성은 투쟁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