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을 위한 습관 성형
몇 달 간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해주신 상담 선생님께 물어봤습니다.
"저는 잠깐이라도 어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 부부 사이의 역학관계와 그 사이에서 힘들어할 아이의 모습이 자동으로 머릿속에 그려져서 괴롭고 안타까워요. 어떻게 해야하나요? 저만 이런가요?"
선생님도 그런 것들이 쉽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민한 사람은 다 그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환경으로 인해 그런 것들이 남들보다 더 잘 보이고 잘 파악하게끔 뇌가 발달했을 거라 어쩔 수 없다고요. 눈치밥을 많이 먹고 자란 아이들이 더 그렇게 성장할 확률이 높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아이들에게 공감을 더 잘하게 된다고요.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느끼는 것이 상당부분 실제로 맞을 거라고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우울하기 때문에 더욱더 안좋은 점들이 더 크게 왜곡되어 보일 수 있고 당사자들은 생각보다 잘 지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점을 찾아내세요. 열가지 중에서 한가지는 그래도 좋은 점이 꼭 있을거에요. 좋은 점을 찾아내는 것도 습관이고 훈련해야해요. 저도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이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얼마나 나쁜 점이 많으면 좋은 점 하나 겨우 찾아서 그걸로 정신승리를 하고 살아야돼? 얼마나 처량하고 불쌍해'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좋아'라는 생각을 하면 그 좋은 점 하나 때문에라도 어떤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을 하거나 그 좋은 점을 위안 삼아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좋은 점을 의식적으로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좋은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쁜 것에만 지나치게 집중해서 생각하면 결국 그 끝은 절망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식적으로 '좋은 점 찾기 습관'을 기르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힘들거나 우울한 상황이 오면 그 상황을 글로 정리해보고 그 다음에 '이 상황에서 그래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적어보는 것입니다. 혹은 어떤 사람으로 인해서 마음이 힘들다면 그 사람이 왜 나를 힘들게 하는지 글로 써보고 '그래도 그사람의 좋은 점'을 떠올려서 써보는 것입니다.
'오히려 좋아' 멘탈리티보다 덜 급진적인 형태의 정신승리(?) 기법이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습관적으로 좋은 점을 찾아내는 사람이 된다면 훨씬 더 마음이 건강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