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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Apr 24. 2024

미래의 영어는 아프리카 영어?

Let's delve into it.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24/apr/16/techscape-ai-gadgest-humane-ai-pin-chatgpt


우리는 AI-ese 의 탄생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AI-ese란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영어의 방언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싱가폴인들이 만들어낸 싱글리시처럼 말이죠.


생성형 AI가 대중에 공개되고 상용화되고 나서, 특정 단어나 문구가 더 자주 눈에 띄는 것은 우연일까요?


저는 생성형 AI가 온세상의 웹사이트에 있는 모든 영어를 크롤링해서 혼자 학습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아프리카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AI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을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이라고 합니다.


AI가 내는 답변을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좋음이나 나쁨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구체적 피드백을 주거나 직접 답변을 입력해서 가르치기도 한 것입니다. 선생님이 아프리카 영어로 피드백을 주다보니 학생인 AI도 아프리카 영어를 자연스레 습득한 것이죠.  






제레미 응위엔 박사는 delve 라는 단어가 의학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PubMed에 2023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지적합니다. (링크)


공교롭게 chatGPT가 대중에 공개된 시점과 겹칩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1. 의학 논문을 작성할 때 chatGPT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이 많다.

2. delve 라는 단어는 그동안은 '살펴보다, 탐구하다, 알아보다' 와 같은 의미를 지닌 동사들 중 하나였지만 앞으로는 해당 의미 카테고리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가 될 수 있겠다.

3. 아프리카 사람들이 계속해서 RLHF를 한다면, delve처럼 영어권에서 그동안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와 표현들이 사용된 텍스트가 AI를 통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그 데이터가 다시 AI-ese에 공급되면서 아프리카 영어가 확산될 것이다.






언어는 언제나 시간에 따라 변화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매우 느린 것이었고 그 변화를 수치화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수십 세대를 거친 후에 뒤 돌아봤을 때 비로소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죠.


지금은 다릅니다. 언어, 특히 영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며 그 변화의 방향은 AI를 학습시키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달려있을  있다니... 갑자기 기분이 묘해집니다.


여기서 또 드는 생각은 앞으로 자신만의 문체와 감성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선호나 니즈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점입니다. AI도 소설을 쓰고 시를 쓰지만, 그 글이 나오게된 백스토리는 없습니다. 더구나 아프리카 영어로 점철된 영어가 전달할 수 있는 감성이란 한계가 있겠죠. 한 개인의 천부적 성격과 환경의 우연성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경험이 한 사람의. 철학을 만들고, 결국 유일무이한 감성이 묻어난 글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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