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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Apr 18. 2024

병아리 팀장은 외로워

너무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어 얻은 것과 잃은 것 2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면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일하면서 얻는 정보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길을 열심히 걷기만 하는게 아니라, 이 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떤 길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디로 는지를 보다 잘 볼 수 있도록 사다리를 올라간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러니 팀장이 되면 일을 바라보는 시야가 입체적으로 바뀝니다. 


팀장이 되면 당장 필요하다는 그 실무가 그래서 왜 필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더 필요한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보다 높은 맥락의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정보를 남들보다 더 빠른 나이에 얻으면서 일하면, 내가 매일하는 실무의 why, what, how를 더 잘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일의 본질을 알고 실무를 하는 것과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그저 수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고용이 되어 일을 하더라도 월급을 받으면서 자신만의 일을 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실무를 넘어서서 한 회사의 비지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쉽게 말해 돈을 어떻게 버는 지,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 비지니스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생각도 넓어집니다. 이런 사고 연습을 하다보면, 그 회사를 떠나더라도 다른 회사에 자신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설득을 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가 아닌 홀로서기로 일을 해도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그저 자신의 시간을 월급과 바꾸는 일을 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는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바로 외로움입니다. 동기들 중 막내로 입사하여 동기들을 매니징하는 '장'이 되니 사무실 내 기류가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변화입니다.


동기들이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일 이야기를 할 더 사무적으로 바뀌었고, 일 외에 사적인 이야기도 예전처럼 하기 쉽지 않아집니다. 동기들끼리 메신저로 이야기해서 점심에 맛집을 다녀오거나 오후에 티타임을 하러 나가면 혼자 남겨지는 날들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어린 팀장은 다른 팀장급 직원분들과 어울리기엔 너무 나이가 어려 쉽지 않습니다.


매일 많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연차가 낮을 수록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입사 후 매일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회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즐겁게 해왔던 동기들이 하루 아침에 다가가기 어려워지면서 회사에 나가는 것이 점점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연차가 13년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거 사실 별거 아니긴하지만,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간다해도 똑같이 외롭고 속상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마음이 미성숙한 나이여서 그랬을겁니다. 

 





돌이켜보니 이때 보다 더 솔직한 모습으로 동기들에게 다가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땐 먼저 다가가는 법을 잘 몰랐습니다. 동기들이 저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먼저 달라지자 저도 저대로 선을 긋고 나를 동기들과 구분지었던 것 같습니다.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요.


하지만 돌아간다면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가서 힘든 이야기, 고민되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저의 부족하고 인간적인 면을 더 보여줬을 것 같습니다. 내가 여러분들과 함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내가 총대를 메고 어려운 일 해보겠다 라는 스탠스로 동기들을 대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 어떤 일도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오래 일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내편일 수 없지만 반드시 내편은 몇 명은 있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로움에 지쳐 팀장이고 뭐고 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바닥납니다.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서 좋은 경험을 하고 그 기회로 커리어 업그레이드를 하고자 한다면 스스럼 없이 주변에 다가갈 수 있는 넉살과 겸손한 태도가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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