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la Apr 11. 2024

스타트업의 금쪽이들 3

잘못된 방향으로 뛰는 진심이형

돈을 못 벌던 스타트업도 투자금이 크게 들어오면 그때부턴 진짜 돈을 벌어야합니다. 혹은 다음 투자 라운드를 위해서라도 돈이 점점 벌리고 있다는 신호가 되는 지표들을 만들어내야합니다. 남의 돈을 받은 이상, 프로덕트가 그저 상품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수준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살림살이를 살뜰하게 챙겨야 합니다.


돈을 번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각종 고정비와 홍보비, 그리고 인건비를 다 제하고 나서도 돈이 남아야된다는 뜻입니다. 투자사 대상 IR용 PPT 안에서는 매출 J커브를 그리는게 가능해보여도, 실제로 예산을 집행하여 마지막에 수익을 남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수 많은 변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년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은 중견 기업들이 대단한 대목이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에 오랜 기간 남아 있다는 것은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상품 개발 및 마케팅을 꾸준히 해왔을 뿐만 아니라 각종 리스크 관리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오랜 기간 실제로 돈을 벌어왔다는 뜻입니다.






조직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대체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은 인건비입니다. 한번 늘리면 쉽게 줄이지 못합니다. 마케팅 예산을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줄일 수는 있어도 갑자기 직원들을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채용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해야합니다. 


스타트업은 항상 자원이 부족합니다. 언제나 모든 팀에서 채용이 시급해보입니다. 채용이 왜 필요한지 각 팀 리드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에게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금이 들어오면 채용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진심이형 금쪽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때가 이때입니다. 진심이형들은 회사에 큰 애정을 가지고 일합니다. 회사가 성장하기를 누구보다도 바랍니다. 밤이고 낮이고 일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야근은 기본. 가끔은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일합니다. 자신은 완벽주의자여서, 프로라서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모습에 취해서 더욱 일에만 몰입하기도 합니다. 






이런 금쪽이가 혼자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금쪽이인지 티가 안납니다. 모두가 그렇게 일하니까요.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고 열심히 하는 완벽주의자로 보여집니다. 그렇게 리드가 됩니다. 누가봐도 일손이 너무나 부족한 팀입니다. 저렇게까지 야근을 하면서 살 순 없지. 그래 팀원이 더 필요하겠어. 그런데 채용을 하고 나서부터 서서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분명 채용을 했는데 일이 줄지 않는 겁니다. 채용을 해서 금쪽이가 채용한 팀원들은 모두 금쪽이 리드를 본받아서(?) 열심히 일을 합니다. 주구장창 회사를 떠나지 않고 야근에 야근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은 줄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성과가 더 났느냐?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분명 너무 일이 많아 힘들다고 해서 채용을 했는데, 한명, 두명을 더 해도 일은 똑같이 많고 이젠 셋이서 매일같이 야근에 허덕입니다. 금쪽이는 여전히 자신이 일에 진심이고, 프로라서 야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회사에 사람이 늘어나고, 지켜보는 사람도 많아집니다. 그 팀의 결과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저렇게까지 야근을 하는데 왜 성과가 없지?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금쪽이는 너무나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나는 이 회사 하나만 바라보고 나를 갈아넣어서 일하는데 왜 인정을 해주지 않는거야! 나보다 이 회사를 더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도 없다고!






채용을 하기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할 리스트가 있습니다. 


1. 기존 팀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뛰고 있나요?

2. 팀원들이 더 빨리 뛸 수 있도록 짐을 뒤에서 밀어줄 주니어가 필요한가요?

3. 팀원들이 더 빨리 뛸 수 있도록 짐을 효율적으로 줄이고 지름길로 방향 지시를 해줄 수 있는 경력직이 필요한가요? 





자신이 팀 리드라면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합니다. 우리 팀이 현재 매달리고있는 일이 이 회사가 성장하고 돈을 버는데 정말로 중요한 일인지 말이죠. 매출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팀이 아니라 확신이 없다면 다른 팀 리드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묻고 또 물어야합니다. 시장 상황은 흐르는 물과 같아 6개월, 3개월 전, 심지어 1달 전에 했던 일이 이제는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 팀이 하는 일이 정말 돈을 버는 데 기여하는 일인지, 내가 혹은 팀원들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회사에서 지급하는 시급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합니다. 


진심이형 금쪽이는 첫번째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뛰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회사를 애정하고 회사를 잘 아는 리드니까 당연히 세번째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뒤에서 밀어줄 사람, 같이 뛸 사람을 찾습니다. 그런데 일이 줄지 않고, 성과도 나지 않는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 겁니다. 혼자만 잘못된 방향으로 뛰는 게 아니라 심지어 팀원을 여럿 데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죽어라 뛰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추가 채용을 생각합니다. 이것은 회사에 장기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힙니다. 


연봉 4000만원으로 팀원을 한 명 채용했다고 합시다. 회사는 4000만원만 지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연봉의 1.5배가 듭니다. 각종 보험비에 전자 기기 및 사무용품 제공 및 기타 복지 등등 그 직원이 회사에서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갑니다. 단순 계산으로 이 직원이 최소 6000만원어치의 밥값(?)을 해야 겨우 현상 유지입니다. 물론 일이라는게 그렇게 계산기 두드려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 계산을 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진심이형 금쪽이가 연봉 4000만원짜리 직원 2명만 채용해도 자신 포함 1억이 훌쩍 넘는 비용을 쓰는 셈입니다. 제대로된 방향으로 뛰지 않는다면, 그 비용은 밑 빠진 독에 붓고 있는 셈입니다. 쉽게 줄일 수도 없는 비용입니다. 직원을 쉽게 내보낼 수 없으니까요. 겉으로는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여서 뭐가 잘못된건지 잘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밑이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는 언제나 일에 진심이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심이형 금쪽이들을 보면 삐뚤어진 진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고 주변의 조언을 구할 줄 아는 겸손, 그리고 언제든지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내가 뛰는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덧: 스타트업에서 채용을 하면 채용에 대한 비용 계산이 다 되어서 하는 거겠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런 식의 무지성 채용이 꽤 많습니다. 내가 면접자로 채용 인터뷰를 할 때, 거꾸로 내가 리드를 면접본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미리 준비해서 던져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