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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만 Nov 09. 2023

트래블링 콘트라 첵

슬로폭스 -  멈칫하며 가는 인생

 4/4박자 폭스트롯 음악은 독특한 분절의 박자감으로 블루스 같기도 하고 왈츠의 다른 얼굴 같기도 해서 친근하다. 폭스트롯 음악을 듣는 것과 달리 슬로폭스(Slowfox) 춤을 추는 것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기본 루틴조차 왈츠보다 몇 배 어렵다. 기본인 깃털같은 느낌의 페더(Feather) 스텝으로도 백(back) 페더, 페더 휘니쉬(Finish), 커브드(Curved) 페더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해서, 페더와 짝을 이루는 쓰리(Three) 스텝과 함께 밋밋한 슬로폭스를 출 수는 있다. 슬로폭스를 시범종목으로 고르는 커플들은 상당한 경지에 있다. 많은 댄스 마니아들이 슬로폭스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하는 종목이다.

 왈츠에서 이미 배워 익숙한 더블 리버스 스핀(Double Reverse Spin)까지는 문제없이 해내는데 늘 막히는 곳이 트래블링 콘트라첵(Contra Check)이었다. 이어지는 다른 동작들은 반복연습으로 그런대로 리드할 수 있었다. '용어 속에 동작 있다'는 댄스격언처럼 트래블링(Travelling)이 진행동작임을 시사한다. 첵(Check)이라는 의미도 순간 멈칫하는 의미이다. 멈칫하듯 진행한다는 트래블링 첵(Check)의 말뜻 대로이다.

 왈츠에서도 센터 밸런스라고 하는 균형감과 무빙이 쉽지 않아 무도회에서 사용빈도가 적은 편이다. 첵(Check)이라는 동작 자체가 멈춤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LOD(line of dance) 선상의 군무의 흐름을 방해하기 십상이다. 콘트라 첵이 상급(上級) 피겨로 오른쪽으로 스웨이(Sway) 된 상체가 다시 왼쪽으로 복원되는 테크닉이 요구되는 동작이다. 반대로 하는 뜻의 콘트라까지 복합적으로 표현되려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피겨들 간의 유용한 연결고리들을 숙달시키지 않은 탓이다. 파티춤으로 베이식으로만 중시하다 보니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 업그레이드된 춤을 위해 취약한 곳을 익혀야 한다. 체인징 파트너 때는 파트너와의 보폭이나 무빙의 타이밍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느린 춤일수록 쉽지 않다. 정작 푸트웍(Foot Work)보다는 상체의 움직임인 스웨이가 몸에 배어야 하는데 발과 스웨이와 박자를 제대로 들어야 슬로폭스다운 맛이 난다.

 춤을 입문하는 단계에서는 전혀 스웨이를 못하도록 강조한 때문이었을까? 강사들은 허리와 어깨를 제멋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깨와 목을 아래로 내리고 통나무처럼 반듯하기만을 금과옥조로 삼았던 게  방해가 되었다. 도약을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들이 있고 고정관념을 스스로 깰 각오도 해야 한다.

 스웨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기뻤는데 베이식을 위한 슬로폭스 웍이 그렇게 어렵고도 중요했는지 실감 났다. 이제는 베이식의 낡은 옷을 바꾸어 입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하지 말라던 스웨이와 펜듈럼 로테이션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가 인생을 닮았다는 말처럼 댄스 또한 같지 않을까. 느리게 멈칫멈칫 추면서도 부드럽지만 깊은 스웨이의 변화를 주어 우아한 슬로폭스가 되듯, 가끔씩 멈칫 서서는 디디고 온 발걸음들을 돌아보려는 충동에 젖는다. 

 모던종목이 엇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특성의 춤을 만들어가는 것이 경이롭다. 왈츠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배운 것이 결국 여러 종류의 춤에서도 도전의욕을 일으킨다. 실수를 반복했던 트래블링 콘트라첵에서 댄스기량을 높일 방향감을 얻은 것으로도 의미가 컸다. 운동을 위해서도 좋았던 댄스는 때때로 깨달음도 선사하는 소중한 반려가 되어 있었다.

https://youtube.com/shorts/szhOtwmK6II?si=Hd6QLJYjNIGwD_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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