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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만 Nov 04. 2023

폴어웨이(Fallaway)

탱고(Tango)의 재발견

 무도회에서 춤을 추기에는 기본루틴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중상급의 피겨를 배우려는 노력보다 베이식 피겨를 충실히 하는 것이 좋은 춤을 위한 지름길이다. 일주일에 한 번 단체수업만으로 춤의 진전을 가져오기에는  연습량부족하다. 기본루틴을 잊지 않으려 반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춤을 시작한 지 십수 년의 세월에 투웍(Two Walk)과 링크(Link), 프롬나드(Promenade) 등 기본동작으로 누구와도 탱고를 어느 정도 출 수는 있다. 루틴을 벗어나는 경우 베이식을 모르는 파트너와는 응용하는 기술이 있어도 적용하기 어렵다. 춤을 배우면 배울수록 깨우쳐야 할 동작과 이유들이 무궁무진하다. 파티에서 화려한 피겨보다는 편안한 리드를 하는 프로 출신 강사들을 볼 때 감동한다. 방향을 바꾸거나 제자리에서도 무빙(Moving)을 계속하는 스킬(skill)이 아쉬웠다. 그것도 미소를 띠면서 할 때 고수의 진면목인데 말이다.

 돌이켜 보니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동작을 익히는 데 소홀했다. 탱고를 추면서 앞 팀에 막혔을 때 나는 춤을 멈춘 채 기다리던 때도 많았다. 배우긴 했는데 번번이 실수하는 피겨가 폴어웨이(Fall away)이다. 용어가 낯설다. 사전적 의미로는 '떨어지다, 낙오(落伍)'로 검색된다. 춤을 진행하면서 피해 가야 하는 경우 제자리에서 맴돌 듯하는 유용한 동작이다. 댄스용어에서 폴어웨이 포지션이라는 말은 남녀가 뒤로 한 발짝씩 움직인 위치 또는 자세를 일컫는다. 왈츠에서도 바운스 폴어웨이라는 용어가 떠올랐는데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하기 급급 했다. 왈츠의 호버(Hover)처럼 전진하는 듯하다가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피겨인데 탱고에서 폴어웨이의 용도를 설명 듣고서야 동작의 원리가 이해되었다.

 비좁은 플로어에서는 화려한 피겨보다 자신에게 익숙한 베이식 피겨를 잘 구사하는 능력이 좋은 춤을 만든다. 파트너와 끊김 없는 부드럽고 여유 있는 춤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개인 시범이나 공연을 위한 춤에서는 얼마든지 화려하고 고난도의 기술을 뽐내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다행히 나의 어정쩡한 동작이 강사의 눈에 띄었고, 단체수업 중임에도 강사의 배려로 폴어웨이 동작과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매의 눈을 갖고 알아듣게 가르치는 일은 예술과도 같다. 그렇더라도 내가 춤을 리드하면서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폴어웨이 동작인지는 노력을 더해야 한다.

 강사는 나의 동작이 체이스(Chase)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체이스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비교를 통해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체이스는 몸의 중심이 전진하는 발에 있고 추격한다는 뜻이니 전혀 상반되는 동작을 한 것이었다. 아직 배우지 않은 피겨임을 알고 더 이상의 질문을 그만두었다. 난도 높은 새 피겨로 공연히 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것임을 깨닫는다.  적지 않은 나이에 댄스 연구만 하다 죽을 것 같다. 오늘 배운 폴어웨이 포지션처럼 뒤로 한 발짝 멈추어 서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겠다.


https://youtu.be/st2_va52Zno?si=LXcoTq2WN0b8e0zx

폴어웨이 프롬나드.       ... 왕초보 피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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