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수채화' 소감

by 이용만

6개월 전 동네 '강남 70+라운지'에서 '펜 수채화'수업을 들었다. 직접 그려본다고는 엄두도 못 내던 일이었다. 책상 위에 있던 사인펜으로 수채화가 된다니 수강신청에 부담이 없었다. 36색 사인펜으로 선을 긋고 붓으로 물 번짐을 만든다. 꽃잎과 나뭇가지가 그려지고 꽃다발과 자작나무 수채화가 되었다. 페이스북에 올리니 지인들이 더 신기하게 여긴다.

마카롱을 그림 소재로 하다니 낯설다. 맛있지만 너무 달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카롱을 그림의 소재로 보는 화가의 시선이 놀라웠다. 강한 색조와 물 번짐으로 나의 마카롱은 색소만 잔뜩넣은 불량식품처럼 보였다. 실패를 겪어보아야만 제대로 깨닫는 줄,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강사는 내가 시행착오를 하고 난 뒤에야 한 가지씩 가르쳐준다. 마카롱을 다시 그려야 하나 망설였다. 마카롱이 조개 같다며 관장님이 진지한 농을 걸어주어 다시 그릴 용기를 얻었다. 노란색 마카롱이 조개 같아서야 될 일인가? 마침 졸업 전시를 위한 캔버스가 주어졌다.

두 번째 하는 연필 스케치는 자신이 붙었다. 곡선도 부드러워지고 구도를 나누는 데도 익숙해졌다. 물 번짐을 막는 가느다란 유성펜의 역할도 중요했다. 지난 습작시간에 알게 되었던 반성들, 수성펜으로 색을 채워 넣는 정도와, 물붓으로 문질러대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면 먼저 보다는 나을 것이다.

밑그림으로 좋은 스케치를 그려내는 것, 여백을 만드는 일, 자작나무 옹이와 껍질의 느낌을 만드는 기법, 귤과 마카롱에서는 빛과 색채감을 살리는 일등 매주 한 번 수업으로 작품전시회도 가졌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수성 사인펜만으로도 네 살 손녀와도 진솔한 소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 깨치기에는 재능이 없음을 잘 알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 한 발 한 발 전진해 갈 수 있다는 희망, 캔버스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로도 즐거웠다. 한 번이라도 경험하는 일이야말로 무한한 상상을 꿈꾸게 한다. 운전 스킨스쿠버 골프 댄스스포츠를 시작하던 때의 설레임도 그랬다. 진즉 그림을 그렸더라면 내 안의 나를 빨리 알아내고는 타협점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늦게나마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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