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헌기념관에서 열린 성악연주회를 다녀왔다. 덕연인문연구원 한영섭원장의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를 들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제2막 제르몽의 아리아였다. 2개월 전우중(雨中) 트레킹 때 등걸에 걸터앉아 한곡 청해 들었던 그 아리아였다. 빗속을 뚫고도 강렬한 바리톤이 인상 깊었는데 폭포밑에서 득음하려는 듯 천둥소리인줄 알고 모두들 놀랬다. 오늘 여름음악회 무대에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들으니 더없이 훌륭했다.
10여 년 인간개발원을 뒤로하고, 투석으로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많은 모임을 척척 이끄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내게도용기를 주던 분이다. 인간 플랫폼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분주함 속에서도성악에도 몰입하여 감명 깊은 연주를 보여주었다. 아마 오랜 취미인 성악이 건강지킴이가 되었고 재충전의 원천인 듯했다. 내 취미생활도 바빠, 훑듯 지나쳐 온 '목소리'라는 신이 내린 악기를 깊이 음미하게 된 하루였다. 오페라를 떠올리며 가사도 찾아보고 추억에 잠겨보았다.
비올레타가 보낸 이별의 편지로 집을 떠나게 된 아들 알프레도를 그리워하는 아버지 제르몽의 회한에 찬 아리아이다. 한원장께서 제대로 곡을 고른 것도 '신의 한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