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노래

폴 린치

by 이용만

https://youtu.be/y8x6a8LdByM?si=_i-b-DGp-bqs25hC


예언자의 노래(Prophet Song) 폴 린치(1977~ ) 장편소설.

-조만간 고통이 두려움보다 더 커질 것이고 두려움이 사라지면 이 정권도 사라질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얼마나 자주 예언되는가. 그러나 개인의 종말은 얼마나 쉽게 묵과되는가-

<예언자의 노래>는 전체주의에 휘말린 아일랜드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한 여성의 역경을 좇는다. 린치는 그 어떤 것에도 개의치 않고 국가 폭력과 내몰림의 현실을 그리며, 쉬운 위로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문장은 현재까지 확장되고 놀라운 언어적 위업을 달성한다. 시인의 심장을 가진 린치는 반복과 거듭되는 모티프를 사용하여 뱃속에서 느껴지는 독서 경험을 만들어 냈다_부커상 심사평


폴 린치는 아일랜드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빛으로 평가받는 작가이다. 2023년 발표하고 “신선하고 용감한 감정적인 스토리텔링의 승리”라는 찬사와 함께 부커상을 받았다. 아일랜드가 전체주의 국가로 변하면서 네 아이의 엄마인 아일리시가 고군분투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시리아 내전과 난민문제, 서구의 무관심을 보며 구성한 책이다. 예언자의 노래는 현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불안을 예리하게 포착한 시의적절한 작품이 되었고, 세상의 종말 같은 사건들을 나의 일처럼 경험하게 만든다(옮긴이 허진)


저자의 머리글, 목차는 없고 바로 1부터 9까지의 제목 없는 장章으로 시작한다. 대화내용마저 따옴표도 줄 바꿈도 없이 이어져 숨 가쁘게 읽힌다. 작가의 의도된 서술방식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스쳐갔다. 폴 린치는 1977년 아일랜드 리머빅에서 태어났다. 시리아 난민에 대한 명백한 무관심이 집필동기로서 전체주의에 휩쓸린 아일랜드를 배경에 두었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내용보다는 그 형식에 있다. 마침표 없이 문장이 줄줄 이어지며 구와 절이 섞여 있다. 또한 3인칭으로 서술되지만 아일리시의 생각을 따라가기 때문에 불안한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녀는 교원노조 소속인 남편(래리 스택)이 비밀경찰에게 잡혀간 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얽힌 시간을 보낸다. 폴 린치는 특유의 사실적이고 자유로운 서술 방식으로 그녀의 복잡한 내면을 능숙하게 보여 준다. "세상의 종말은 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며 "다른 사람에게는 머나먼 경고, 짤막한 뉴스, 전설이 되어버린 사건들의 메아리일 뿐"이지만 그것을 내 일처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문학의 힘일 것이다.

이미 있던 것이 훗날에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일어났던 일이 훗날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 세상에 새것이란 없다 ㅡ전도서 1장 9절

어둠의 시대에도 노래가 있을까? 그래, 노래가 있으리. 어둠의 시대에 대한 노래가. ㅡ베르톨트 브레히트


1

교원노조 부위원장인 래리 스택을 집으로 찾아온 형사를 생각할수록, 네 아이를 둔 그의 아내 아일리시는 불안하다. 우린 둘 다 과학자잖아, 아일리시. 우린 전통에 속하지만 전통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일 뿐 그 이상은 아니야. 만약에 A를 B라고 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그 말을 하고 또 하면 사람들은 그걸 진실로 받아들여. 물론 이건 오래된 생각이야.

하지만 넌 책에서가 아니라 네가 직접 살아가는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지켜보고 있어. 아이리쉬는 아버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쓴다. 어쩌면 말이다, 아버지가 말한다. 캐나다에 계속 머무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 GNSB(Garda National Service Bureau. Garda는 아일랜드 경찰을 칭하는 표현이다)는 동독 비밀경찰이 아니야.

최루탄이 슬금슬금 퍼진다. 래리는 전화를 받지 않고 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자 이번에는 꺼져 있다.

2

마이클 기븐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을 정한 듯 아일리시를 바라본다. GNSB가 우리한테 직접 말했어요. 인신 보호 영장을 계속 청구하면 우리까지 체포해서 구금하겠다고요. 래리가 잡혀간 뒤 베일리가 침대에 오줌을 싼 적이 그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 아이가 그녀에게 소리친다. 엄마가 아빠를 보냈죠? 엄마가 그런 거야! 그녀는 불법체포와 구금을 알려주어야 했다. 국민연합의 비상대권법에 따라서 아일리시는 갓난아기와 열 살 아들의 여권을 갱신하기 위한 절차에서 신원조회와 보안 인터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일리시는 꿈에서 존 스탬 형사로부터 권리는 국가가 무엇을 믿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에 두려웠다.

3

곧 숙청이 벌어질 거예요. 아일리시의 생명공학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바뀌었다.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것은 빨간 스프레이로 휘갈긴, 경찰과 공안부대 국가에 대한 비난이었다. 체포된 학생 4명은 GNSB에서 풀려났다고도 하고 국가를 망신시키려는 책략이라고도 했다.

남자아이들이 징집을 피해 국경을 넘는다는 소문이 있어요.

4

-전 엄마가 아니라 국가의 소유인 것 같아요. 제가 원하지 않으면 갈 필요 없어요. 마크가 말했다. 그때 사이먼이 주먹을 식탁에 올리고 마크를 향해 몸을 숙이고 말한다. 네가 기억해야 할 구절이 있다, 대충 이런 거야, 죽고 싶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마크가 이상한 소리라는 듯 할아버지를 향해 웃는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엄마, 할아버지 말이 무슨 뜻이냐고요.

-사멘서랑은 어떻게 통화해요, 그냥 말도 없이 사라지라는 거예요? 내가 전화해 둘 테니까 국경을 넘은 다음에 네가 전화해. 우리 모두 체포되는 꼴을 보고 싶니?

두 경찰이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자 아일리시도 빤히 바라보면서 각각의 얼굴을 제복과 분리시킨다. 말하는 것은 입이 아니라 제복이다. 제복을 통해서 국가가 말하고 있다. 우리가 경찰이 되면서 한 서약은 조롱거리가 돼서요, 그래도 아드님에 대해서는 여기 제 동료의 말이 맞습니다. 오셔서 공식 진술서를 작성하시면 저희는 이 문제에서 손을 뗄 수 있습니다.

-마크는 반란군에 들어갈 거야 반란군의 규모가 커지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커질 거다. 그리고 네 직장은 말이다. 석 달 뒤에는 경제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을 거야. 바로 지금 빨리 움직여야 돼. 나는 혼자서도 괜찮을 테니까. 노인을 상대로 난리를 피우지는 않을 거다.

-창에 붙은 앞차의 창에 붙은 스티커에 '최고의 방어는 무장한 시민이다'라고 적혀 있고 바로 밑에 스티커에는 '사법 독재를 끝장내자'라고 적혀 있다.

5

이 나라는 개들의 손에 들어갔어. 아일리시는 그의 눈이 빨간 페인트로 반복해서 쓴 '반역자'라는 단어를 읽는 것을 바라본다. 그들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 전국에서 벌어졌음을, 파이프와 방망이에 자동차 앞 유리가 부서지고 가게 유리가 박살 나고, 집 현관이 엉망이 되었음을 이제 안다. 소문에 따르면 범인 중 일부는 공안 부대 소속이라고, 몇몇은 경찰 소속이라고 한다.

베일리는 매일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형이 사라진 방에서 일어나야 한다. 캐럴이 말한다. 침묵은 영원하고, 우리 남편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돌려주지 않을 거예요, 돌려줄 수 없으니까요, 모두가 알아요, 길거리에 개들도 알지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 나섰어요. 짐 색스턴의 컬러 사진에 '국가에 의해 납치, 살해됨'이라고 적혀 있고 사건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6

아일리시는 BBC 뉴스를 듣는다. 반란군이 공안 부대를 격퇴했고 전장이 곧 더블린으로 올라올 것이다.

엄마, 몰리가 말한다. 내 말 좀 들어주세요. 우리 가야 돼요, 너무 늦기 전에 떠나야 해요. 우리가 어디로 가겠니, 갈 곳이 없어, 다른 곳으로 가려면 돈이 많이 들어. 아냐, 이모한테 가서 아빠가 풀려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잖아요, 엄마는 연구원 비자를 신청할 수 있어요. 몰리, 정부에서 벤한테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을 거야. 마크의 여권 갱신도 안 해 줬어 너도 다 알잖아. 아일리시는 방으로 들어가서 몰리의 양손을 잡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리버들 바구니 앞에 그대로 서서 빨랫감을 떨어뜨리고, 자기 품에서 자기 자신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면서 알았던 그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그들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뉴스에서 또 다른 법령이 발표된다. 오늘부터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다. 말도 안 돼요, 베일리가 말한다. 아일리시는 다락에 올라가 낡은 여행가방을 끌어당겨 잠금장치를 풀다가 그 안을 보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락이 집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림자와 무질서가 있는 이 곁방은 기억의 집 그 자체 같다. 눈앞에 가족들이, 더 어린 자아의 자녀가 보인다, 접혀서 상자와 봉투에 담기고 버려진 자아가 사라지고, 잊힌 다른 자아들이 혼돈 속에서 길을 잃는다. 인생이라는 세월에 먼지가 쌓이고, 그 세월이 서서히 먼지로 변한다. 자신이 느끼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고, 다른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여움은 희망이라는 옷을 입은 슬픔이다.

슈퍼마켓을 찾은 그녀는 카트를 끌어온다. 카트 좌석에 밴을 앉히려 하지만 아이는 굴에서 끌려 나온 야생 동물처럼 발길질하며 저항한다. 결국 아일리시는 카트 안에 밴을 세운다. 기뻐서 들썩거리는 아들을 향해 얼굴을 찌푸린다.

바깥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방금 봤어요. 시간제 일자리가 저한테 잘 맞을 것 같아요. 이력서는 가져오셨나요? 지원자가 몇 명 더 있어요. 성함이랑 전화번호를 적어 둘게요. 아무튼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이 얼굴은 고개를 돌려 버린 평범하고 안쓰러운 얼굴 중 하나가 된다. 이미 다 아는 얼굴이다. 모두가 다 아는 얼굴이다. 이 얼굴은 만물에 대해서, 별들의 가공할 에너지에 대해서, 부서져서 먼지가 되었다가 또다시 창조되는 우주에 대해서 말한다.

그녀는 신의 방문처럼 다가오는 전쟁 소리에 잠을 깬다. 어쩌면 나무가 공기를 감지하고 땅을 통해 공포를 전달해서 다른 나무들에게 위험을 알린다는 사람들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정부는 새로운 법령을 여러 개 발표했다. 모든 학교와 고등교육 기관은 즉시 문을 닫아야 하고 시민들은 집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모퉁이 가게 창문에 네임펜으로 '유제품 없음, 빵 없음'이라고 적고 슬퍼하는 표정을 그린 안내문이 붙어 있다. 트럭에서 떨어지는 시멘트 자루를 본다. 바닥에 떨어진 자루가 터지자 바람이 시멘트 가루를 움켜쥐고 군인들에게 뿌린다. 마치 이국의 전쟁을 치르고 온 데르비시(이슬람교 수피즘에서 극도의 금욕을 서약하는 수행자로, 종교의식때 두 팔을 들고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빠른 춤을 춘다)가 눈을 감고 팔을 뻗은 채 그들 사이에 들어가 춤을 추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터널에 들어왔고 돌아 나갈 수는 없어, 아일리시가 말한다. 반대편 빛이 보일 때까지 그냥 계속, 계속 앞으로 가야 해.

사람들이 바리케이드의 해체를 돕고 있었다. 반란군을 보고 기쁨에 자서 소리를 지를 수 없다. 그것은 기쁨이라기보다는 안도이고 그녀의 가장 깊은 두려움을 깨우는, 무언가 그녀가 아무리 애써도 녹일 수 없는 차가움이다. 무슨 생각을 하든 그 옆에서 계속 맴도는 생각이다. 남편과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남자들이 아니라 어둠에서 태어난 낮에 과시하며 돌아다니는 그림자이다. 그들은 죽음에 죽음으로 맞음으로써 죽음의 끝을 만들어 냈다. 이 집 저 집에 내 걸렸던 깃발이 얼마나 빨리 사라졌는지 하나도 남지 않았다. 30분 만에 군인들이 사라지고, 도로가 깨끗해지고, 사람들이 집에서 나온다. 베일리가 거리를 지나가는 청소년을 보면서 말한다. 나가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7

스택씨, 저는 당신 가족을 빼내 달라는 당신 동생의 부탁을 받아서 여기 왔어요. 아이들과 당신 아버지까지 말이에요. 빨리 움직여야 해요. 아냐가 말한다. 캐나다로 건너갈 방법은 당신 동생이 준비할 거예요. 이 도시의 남부는 포위당할 거고 군대는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 거예요. 반란군을 연달아 공격해서 항복을 받아 낼 거예요. 애들을 생각하셔야 해요. 병원에 다녀야 하는 노령의 아버지도 계시잖아요.

우리는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랐지 비슷한 세력으로 바뀌기를 바란게 아니에요. 우리 큰 아들이 당신들과 같이 정권에 맞서 싸우려고 집을 떠났는데 내가 지금 거리에서 이렇게 협박을 당하는군요. 아일리시는 엄지로 아기의 턱을 문지르면서 이 나이의 아이는 세상에 대해서 무엇을 알까 생각한다. 그녀의 몸에 묻은 두려움의 냄새, 아이는 자라서 원해도 떨칠 수도 없고 누를 수도 없는 그 냄새를 알게 된다, 아이는 엄마의 트라우마를 흡수해서 자기 몸에 저장했다가 훗날 그것을 쓴다. 두려움과 맹목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어른이 되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것은 망가진 사람이다. 아빠는 무사하셔. 아냐가 말한다 우리 친구들이 아빠를 빼냈어 언니한테 연락하려고 한참이나 애썼어.

8

아일리시가 부엌으로 돌아서다 말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 시멘트가 비처럼 내리는 소리. 그녀가 벤에게 달려가 요람에서 벤을 올리며 몰리에게 계단 밑으로 피하라고 소리쳤다.

내일 아침에 아드님이 수술실에서 나오면 간호사가 전화를 드리도록 조치해 둘 테니 그때 오세요. 정부군 검문소에서 설명을 해야만 했고 다리를 건너서는 반란군에게 줄 서류가 없어 설명하려 애썼다. 아이들을 위험해서 빼내는 것이 너의 의무였는데 너는 그렇게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어. 그녀는 슬픔에 사로잡힌다. 시체안치실에서 베일리를 이름으로 찾을 수는 없었고 24번 번호에 심장마비라고 적혀 있었다.

9

고속도로는 북쪽을 향해 구불구불 올라가지만 움직이는 것은 걸어가는 사람들밖에 없다. 그녀는 아기를 가슴에 매단 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밀입국 브로커에게 부탁해서 밤에 국경을 건너면 훨씬 큰돈이 될 거고, 그 돈의 절반은 여기로 돌아올 겁니다. 아일리시는 남자를 빤히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 돈이면 당신 아들의 임시 여권 비용과 당신의 탈출 비자 비용은 되지만 딸의 비용이 부족해요. 바깥에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그녀는 불투명 유리를 보면서 갑작스러운 구역질을 느낀다. 아일리쉬가 몰리에게 벤을 안고 밖으로 나가라고 말한다. 얼마 동안 내 딸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은가요? 그녀가 말한다. 나랑 단둘이 인터뷰하고 싶지는 않나요? 당신이 원한다면 입술도 칠할 수 있고 머리 모양을 바꿀 수도 있는데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건 아이에게서만 빼앗을 수 있는 것이겠죠. 아일리시는 배에 차고 있던 여행용 지갑 지퍼를 내리고 지폐다발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이봐요 그녀가 말한다 내가 가진 돈은 이게 전부예요. 그의 얼굴이 분노로 빨개지고 아일리시는 그 분노 밑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수치심을 본다. 인터뷰는 끝났습니다, 돈은 놔두고 대기실로 돌아가세요.

예언자들의 노래는 그 어느 때나 항상 반복되던 똑같은 노래임을 깨닫는다. 칼의 도래, 불에 삼켜지는 세상, 정오의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태양, 어둠에 잠긴 세상 곧 눈에 보이지 않도록 쫓겨난 사악함에 대해서 예언자가 길길이 날뛸 때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신의 분노, 예언자가 노래하는 것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과 어떤 사람에게는 일어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의 종말이다. 세상은 어느 곳에서는 늘 끝나고 또 끝나지만 다른 곳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세상의 종말은 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세상의 종말이 당신 나라에 찾아가고 당신 동네를 방문하고 당신 집의 문을 두드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머나먼 경고, 짤막한 뉴스, 전설이 되어버린 사건들의 메아리일 뿐이다.

뒤에서 벤의 웃음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몰리가 벤을 무릎에 앉히고 간지럽히고 있다. 아일리시가 아들을 보자 그 눈 속에서 몰락 이전의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밝은 빛이 보인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몰리의 손을 잡고 운다. 정말 미안해, 아일리시가 이렇게 말하자 몰리가 얼굴을 찌푸리며 보더니 고개를 접고 엄마를 끌어당겨 안는다.

-새벽 2시 정각에 떠날 거야. 애들 조용히 시키고 한 사람당 가방 하나만 가져갈 수 있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방을 빼앗기고 빈손으로 가는 거야. 할 말은 이걸로 끝이야. 두목이 돌아서 나가려 할 때 어떤 여자가 외친다.

-대체 불가능한 걸 가져가야 돼. 아일리시가 사진액자를 뒤집어서 사진을 꺼내서 여권에 끼우자 몰리가 그 모습을 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인다. 아일리시는 물가의 고무보트 두 대를 본다. 바다로, 우리는 바다로 가야 돼, 바다가 삶이야.

https://youtu.be/Y6_NZyXBhrg?si=SX-E9KScz0ORUq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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