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부부의 프랑켄슈타인과 서풍에 부쳐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와 그의 일행은 1814년 스위스를 향해 모험 같은 여행을 떠난다. 섬나라 영국을 떠나려면 해저터널로 다닐 상상 속에 도버해협부터 건넌다. 1930년 스티븐슨의 증기기관차 발명을 기다리느니, 메리 셸리 일행은 노새를 택하였다. 노새에 짐과 여인을 태우고 여행하는 낭만은, 200년이 지나 기차를 넘어 스쿠터와 전기자전거로 대체할 만하다. 제목 <1816년 여름, 우리는 스위스로 여행을 갔고...>는 메리 셸리 일행들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 말미에 그녀의 편지를 발췌하였다. 여행의 기록에 스며있을 <프랑켄슈타인>과 남편인 시인 셸리의 시 <서풍에 부쳐>를 젊은 시절 가수 장미화의 노랫소리로 추억한다.
<프랑켄슈타인>
초판이 1818년 익명으로 영국에서 출간되었으며, 1831년에 작가의 본명을 밝혀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비 오는 여름 어느 날 조지 고든 바이런과 함께 무서운 이야기를 하던 중 영감이 떠올라 썼다고 한다. 1816년, 19살의 메리는 의붓자매 클레어 클레어몬트, 당시 불륜 상대이자 미래의 남편이 될 퍼시 비시 셸리,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윌리엄과 함께 스위스를 여행 중이었다. 클레어는 메리에게 제네바 호수 근방에서 살고 있는 시인 바이런을 만나러 가자고 제안했다. 클레어는 얼마 전 바이런과 짧은 사랑을 했었는데 그때 기억을 잊지 못해 그를 다시 찾아가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제네바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당시 바이런은 스무 살의 의사이자 작가 지망생이었던 존 폴리도리(1795~1821)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메리 일행과 바이런, 폴리도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 다섯 사람은 바이런의 별장 안에 모였다. 다섯 사람은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따분해하고 있었는데 그때 바이런이 재밌는 제안을 하나 한다. 각자 자기만의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자는 것이었다. 메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바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퍼시는 어린 시절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고, 바이런은 흡혈귀를 소재로 하는 단편을 만들었다. 그리고 폴리도리는 열쇠구멍으로 훔쳐본 죄로 처벌당한 해골 아가씨 이야기를 했다. 훗날 폴리도리는 바이런이 버린 흡혈귀 단편을 소재로 《뱀파이어》를 집필한다. 《뱀파이어》는 영어로 출간된 최초의 흡혈귀 소설이 된다. 그러나 폴리도리는 빚에 시달리며 겨우 26살 나이로 음독 자살하여 요절했다.
메리는 모두의 등골이 오싹해질 만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어느 날, 메리는 퍼시와 바이런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다. 바로 '갈바니즘'(galvanism)에 관한 대화였다. 갈바니즘은 죽은 개구리 뒷다리가 전기 자극을 받고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한 의사 갈바니의 실험에서 유래한 용어였다. 이 대화를 들은 메리는 꿈속에서 창백한 얼굴의 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괴물 옆에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보게 된다. 후에 이것을 토대로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해 대성공을 거둔다.
월튼은 극지방을 탐험하던 중 조난당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고 배로 구조한다.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조난자에게 월튼은 이런 극지에서 혼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조난자는 스스로를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밝히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월튼은 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누이에게 전해주기 위해 편지를 쓰며 이 편지들을 모아 발간한 것이 본 소설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오랜 연구 끝에 발견한 생명의 불꽃을 만드는 법을 시험하겠다는 욕망에 괴물을 만들지만, 막상 탄생한 괴물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괴물은 사라져 버렸는데, 괴물에게 자신의 동생과 아내, 친구를 잃게 되자 북극으로 괴물을 추적해 나선다.
북극까지의 추적 과정에서 세월이 흐르고 몸은 쇠약해져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월튼에게 구조된 것이다. 월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들려준 빅터는 결국 탐험선 객실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그 임종엔 괴물이 함께 있다. 빅터의 용태를 살피러 객실로 다시 돌아온 월튼은 그 괴물을 목격하게 되고 괴물은 창 밖으로 몸을 날려 도망치려 하나 월튼이 다급하게 괴물을 불러 세운다. 도망가려던 괴물은 멈칫하며 자신의 창조자에게 다시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의 주검을 어루만지고 월튼은 괴물을 배려해 준다.
로버트 월튼
이야기의 화자. 북극을 탐험 중인 탐험대의 단장. 배를 타고 북극을 향하다가 크리처를 쫓던 프랑켄슈타인을 만나 그에게 이 기괴한 이야기의 전말을 듣고, 그의 최후를 지켜본다. 이 소설은 탐험가 로버트가 누님인 마거릿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빌린, 일종의 극중극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크리처(프랑켄슈타인)
엘리자베스 라벤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사촌. 알폰소의 누이, 즉 빅터의 고모가 이탈리아계 남자와 결혼하여 얻은 딸이나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가 양육을 포기해 5세 때 프랑켄슈타인 가로 입양된다. 성장하여 빅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지만 첫날밤에 결국 크리처에게 목숨을 잃고 만다.
앙리 클레르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친구. 항상 헌신적인 우정으로 빅터를 돕는다. 크리처의 반려를 만들겠다는 빅터의 계획을 모른 채 같이 여행을 떠나지만 빅터에게 고통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 크리처에게 살해당한다.
유스틴 모리츠
프랑켄슈타인 가의 하녀. 주로 빅터의 어린 동생 윌리암의 양육을 돕고 있었다. 윌리암이 크리처에 의해 살해당한 후 크리처에 의해 살인범으로 몰렸다. 프랑켄슈타인 가족들은 그녀의 무고를 믿었지만 너무도 확고한 증거 때문에 결국 형장의 이슬이 되었다. 이름이 저스틴으로 번역된 판본도 존재한다.
알폰소 프랑켄슈타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아버지. 제네바의 명문가 출신이며, 공직에 있는 동안 그 유능함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 빅터의 연인이었던 엘리자베스가 크리쳐에게 살해되자 그 충격으로 곧 사망한다.
《프랑켄슈타인》 출간 당시에는 지금처럼 평론가들에게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익명으로 발표된 당시에는 문학적 가치에 대한 담론보다는 작가가 누구냐는 것이 더 큰 관심사였다. 많은 이들이 남성일 거라 추측했던 작가가 여자로 밝혀졌을 때 "스무 살이 채 안된 여성의 병적인 상상력이 만들어 낸 기이한 산물"이라는 악평이 이어졌다. 당시 호러물에 대한 폄하가 심했고 겨우 10대 여자가 쓴 작품이라 더 박한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당대의 유명한 소설가였던 월터 스코트(Walter Scott. 아이반호의 작가)는 "이 소설은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상력의 결과이며 불경스러울 정도로 자연과 인간에 대해 암울하고 어두운 시각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그리고 원작의 기괴하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암울하고 어두운 시각"은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기도 했다. 처음 작품이 잉태된 1816년은 그전 해에 인도네시아에서 탐보라 화산이 대분화를 해서 세계적으로 "여름이 사라진 해"로 유명하다. 이 화산 분화는 역사에 기록된 가장 큰 화산폭발로 여겨진다. 한여름에도 서리가 내리고 폭설이 내리는 세계적 이상기후와 냉해로 큰 흉년이 든 해라 세계적으로 큰 기근이 들어 200만 명이 죽는 등 심판의 날이 가까운 종말론적 흉흉한 분위기가 사회에 감돌았고 작가도 이에 영향받았으리라. 무엇보다 온 유럽이 전쟁통이었던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지 불과 한 해가 흐른 시점이었다.
퍼시 비시 셸리의 대표작 『서풍에 부치는 노래(Ode to the West Wind)』의 기다란 시는 '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로 마무리된다. 제5부 마지막 문장이다. 서풍은 가을의 힘센 바람으로, 자연의 파괴와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한다. 서풍은 기존 질서와 억압을 무너뜨리고, 새 시대와 희망을 고취하는 ‘혁명의 바람’이기도 하다. 선과 악은 인간 내면에 공존해 있다. 악이라는 괴물에게 먹이를 주면 악의 세계가 점점 커지고 전체가 악으로 변화한다. 크리쳐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주인 빅터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회개를 모르는 그릇된 복수와 적개심의 존재일 뿐이다.《프랑켄슈타인》은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은유하는 힘 때문에 지금도 사랑받는 SF소설의 대표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라고 알고 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들어낸 청년의 이름이고 괴물에겐 이름이 없다. 부모라고 할 수 있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에게는 단지 The Creature라고만 부르며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많은 것이 이미 이루어졌으나, 나는 그 이상을 이룰 것이다. 앞서 찍힌 발자국을 따라 새 길을 개척하리라. 미지의 힘을 발굴하고, 창조의 가장 심오한 신비를 세상에 밝히리라!"-빅터 프랑켄슈타인 (창조자)
"내가 이토록 잔인해진 것은 억지로 내게 정해진 이 진저리 치도록 고독한 삶 때문이오!"-피조물(The Creature)
https://youtu.be/pxfFqIgZwNs?si=4z8yqqSNyVNyVbH-
1816년 5월 8일 프랑스 파리~1816년 7월 28일 프랑스 몽블랑산
여행의 일행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셀리(당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 퍼시 비시 셸리,
메리의 의붓자매 클레어 클레어몬트, 조지 고든 바이런, 존 윌리엄 폴리도리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 찬란한 하늘을 최근에는 보기 힘들어. 비가 끝도 없이 와서 우리도 거의 집에만 갇혀 있어. 그러다 태양이 환하게 빛나면 영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지고 열기가 뿜어져 나와. 천둥번개는 점점 더 요란하고 무서워지고 있어. 이런 뇌우는 처음이야. 우리는 호수 반대편에서 폭풍우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하늘의 여러 지점에서 구름 사이로 번쩍이는 번개를 관찰해. 높이 솟은 쥐라산맥이 하늘에 깔린 구름의 그림자로 검게 변해 있을 때 번개는 그 위에서 지그재그 형태로 쏜살같이 움직이지. 그러는 동안 태양은 우리를 보며 응원하듯 빛나고 있을 거야. 어느 날 밤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강한 폭풍이 불었어. 호수가 번쩍이자 쥐라산맥의 소나무가 다 보이는 거 있지. 모든 풍경이 순간 하얗게 빛나더니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고 어둠 속에서 머리 위로 무시무시한 천둥이 쳤어.
내가 제네바 인근에 머무는 동안 이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겠지. 하지만 거친 돌밭을 걷는 수고에 보상이 될 만한 풍경은 단 하나도 없어. 집은 높고 거리는 좁아. 대부분 오르막길에 있고, 네 눈에 아름답게 보일 공공시설도, 네 취향을 만족시킬 건축물도 없어. 도시를 에워싼 장벽이 있는데, 세 개의 문이 정확히 열 시에 닫혀, 프랑스와는 달리 어떤 뇌물을 바쳐도 열 수 없지. 도시 남쪽에는 제네바 사람들이 애용하는 산책로가 있어.
잔디밭에 나무 몇 그루를 심은 곳으로 이름은 플랭 팔레야. 이 안에는 루소를 기리는 작은 오벨리스크가 있어. 이곳은 치안판사들, 그러니까 루소를 조국에서 추방시킨 자들의 후임들이 혁명 때 민중의 총에 맞은 장소이기도 해 (참 변덕스러운 인간사 아니겠니). 루소의 글로 무르익은 혁명, 비록 일시적으로 피를 흘리고 부당함에 오염됐지만 결국 인류에게 지속될 이익을 가져온 그 혁명 말이야(루
소의 문명 비판과 인민주권론이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옮긴이). 정치가들의 교묘한 속임수도, 군주의 엄청난 계략도 그러한 혁명의 가치를 헛되이 만들 수는 없었지. 지금의 치안판사들은 전임자들의 기억 때문에 절대로 플랭팔레에서 산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제네바 사람들은 일요일이면 자주 살레브 산 정상으로 등산을 가. 살레브산은 제네바와 4km 정도 떨어져 있고, 경작된 평야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산이야. 반대쪽에 올라가는 길이 있고, 위치를 봤을 때 정상에 오르기까지 힘들겠지만 그 고생은 론강과 아르브 강의 경관을 보면 잊게 될 거야.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했어. 이곳은 영국에 비해 계급이 평등한 편이야. 그래서 하층민들도 우리와 달리 무척 자유롭고 세련된 매너를 갖췄어. 도도한 영국 숙녀들은 이런 공화제의 결과물을 접하면 아주 질색을 할걸? 왜냐하면 제네바의 하인들은 그들의 잔소리나 종알대는 소리를 굉장히 불편해하거든. 이곳에서는 전혀 듣지 못하는 말투니 말이야. 하지만 스위스 농부들은 프랑스 농부들처럼 쾌활하거나 품위 있지 않아. 더 청결하지만 행동이 느리고 서툴러. 내가 아는 스무 살 된 여자는 평생을 포도밭에서 살았으면서 몇 월에 포도를 수확하는지도 말하지 못하더라니까. 무슨 달 다음에 무슨 달 인지 순서를 아예 모르더라고. 내가 12월의 작열하는 태양과 달콤한 과일, 7월의 서리라고 말해도 놀라지 않았을 거야. 그렇다고 해서 이해력이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니야. 또 제네바 사람들은 굉장히 금욕적이야.
프랑스식으로 일요일에 춤을 추는 관습이 남아 있긴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물러나자마자 (1798년 프랑스군이 스위스를 점령, 헬베티아공화국을 만들었다. 이에 대한 스위스인들의 강력한 봉기, 재정 위기, 대프랑스군과의 전투 등으로 혼란이 지속되어 1803년 스위스 연방으로 대체되었고, 이후 1814~1815년에 열린 빈 회의에서 스위스 독립확인과 영구적 중립 인정이 합의되었다-옮긴이) 치안판사가 극장 폐쇄를 명령하고 건물을 허물도록 했다. 최근에는 맑은 날씨를 즐기고 있어. 저녁에 듣는 포도밭 농부들의 노랫소리만큼 더 큰 행복을 주는 것이 있을까. 모두 여자들인데, 남성적이지만 조화로운 목소리가 많아. 이들이 부르는 발라드의 주제는 대개 양치기, 사랑, 양 떼, 미인 양치기와 사랑에 빠진 왕자야. 선율은 단조롭지만 고요한 저녁에 집 뒤편의 언덕이나 호수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감상하며 듣고 있으면 참 행복해져.
우리는 이렇게 즐겁게 보내고 있어. 계절이 보다 좋아서 햇살과 산들바람이 주는 기쁨을 누렸다면 더욱 즐거웠겠지만 말이야. 아직 마을 주변을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군데 방문할 계획이니 다음 편지에 소식을 듣게 될 거야. 언어의 마법으로 네 영혼을 알프스 가까이, 알프스의 산속 계곡과 숲으로 데려다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숲이 알프스에 옷을 입히고 커다란 그림자로 계곡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울 때 말이야. 그때까지 안녕히 지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