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부 5.6.7.8 책 네권을 한꺼번에 정리한다.
1편 북국의 풍우, 2편 꿈속의 귀마동, 3편 지리산 사나이들, 4편 용정촌과 서울, 5편 여한이 없는 사랑을 제목으로 서술된 요약은 다음과 같다.
1부에서 칠성의 씨로 대를 이으려던 사기극의 귀녀와 김평산의 최치수 살해는 결과적으로 최참판댁의 몰락을 가져온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악의 씨는 후대로 전해지는가? 김평산의 큰 아들 거복(김두수)은 간도에서 일찌감치 일제의 밀정이 되었고 순사부장까지 승진했다. 1부 마지막으로부터 약 2~3년이 경과한 1910년부터 약 7~8년간 간도에 정착한 서희 일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동 탈출의 주인공 길상은 서희의 매서운 기질을 충직하게 지켜내며 정체성을 고민한다. 경술국치 이후 간도 이민현상과 독립운동의 여러 면모, 가치관의 변절 등 당시 간도 한인사회의 삶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된다.
서희는 공 노인의 도움으로 용정에서 대상으로 성장하나, 함께 온 농민들은 외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서희와 길상의 혼인, 구시대를 대표하는 김 훈장의 죽음, 이용과 월선의 애끓는 사랑과 월선의 감동적인 마지막 모습, 일본의 밀정이 된 김두수와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가들의 대립 등이 펼쳐진다. 토지 1부의 서희일행은 2부인 간도생활에서 어느덧 12년여 세월이 흘렀고 다시 조선 하동 평사리로 귀향한다.
박경리의 토지 2부 간도 편을 읽어가는 맛은 색다르다. 우선 토지 1부의 세월이 흘러갔다. 세월은 각자의 풍상과 기억에 의존하여 각자의 시간을 살아갔다. 토지 1부 초반부에서 최참판댁 최치수의 죽음이 어이없었다. 대를 잇는 씨만 빌리려는 귀녀, 김평산, 칠성이었고 죽음으로 막을 내렸으나 그들의 유가족들은 제 몫의 십자가를 이고 살아갈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실화인지 하동 평사리를 다녀와도 알기 어렵다. 부모를 아이 눈앞에서 죽이거나, 모욕을 주거나 당한 일, 겁탈했거나 당한 일, 나라를 잃는다는 것, 고향을 떠나 북쪽 두만강 너머 간도땅이 독립운동가, 살인자, 밀정, 민초들에게 겨우 살아갈 빈 공간이었다. 그 곳은 긴 겨울 만주땅 북변의 강이 얼면 여자를 말귀에 매단채 내빼는 마적단의 위협에 시달리는 동토였다. 오랑캐였던 간도와 만주는 발해를 포함하여 부족한 역사지식에 답답했다. 식민사관이라는 잡음이 섞이면서 스스로 역사관을 세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운좋게 얻은 해방에 식민 노예 진실의 규명은 뒤로 미루고, 급한대로 글로벌 환경에 몰두하는 것만을 최선으로 여겼던 청춘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게 다행이다. 박경리 작가의 기나긴 노력을 통해 간도의 삶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갖게 된다. 철없는 노년인가, 후손들에게 부끄럽기 그지없다.
토지 2부 5권
“못 오를 나무 쳐다보지도 않는게요” 상현은 주정 비슷하게 시작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분명하신 서방님을 저도 우러러 보았습니다. 나라가 망하니 삼강오륜도 땅에 떨어졌다고들 하더군요. 그러나 양반의 체통만은 엄연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믿습니다.”
“종놈의 신분으로 뉘한테 그따위 혓바닥을!”
“서방님. 구차스럽소이다. 신분을 불러내지 않을 수 없는 그 정도로 허약한 몸인 줄 미처 몰랐소이다.”
“이놈 뭐라고?”
“저도 연장자라는 원병을 청하리까?” 길상은 돌아보지도 않고 나간다.
길상은 신문을 꺼내어 만주 방면에 조선인 모발을 수출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내용인즉 요즘 조선인들간에 단발하는 풍이 성행한다는 것이요, 잘라낸 모발은 청국인 편체에 쓰이기 때문에 만주로 수출되어 그 값세가 수월찮다는 것이다. 서울서 발행되는 총독부의 어용신문인 매일신보 기사이다.
당시 일거리 직업으로 무당 사냥꾼 노꾼 갖바치 백정 머슴 마름과 작인인 농부이외에도 나뭇꾼같은 직업이 필요했다. 소매통으로 오물을 내가는가하면 집집마다 공급되는 물지게를 지는 일, 삯바느질말고도 겨울 빨랫일등이 직업이라면 직업이었다. 물지게를 져나르는 석이는 19세 청년이 되었고 6년전 조준구에 의해 비명횡사하게 된 아비 일을 잊을수없다. 석이네는 그렇게 마을에서 쫒겨났고 빨랫일감으로 가난을 이어갔다. 배서방에게 소리를 배운 봉순이는 기화라는 이름의 기생이 되어 진주 옥봉 기생마을에서 이부사댁 상현을 반갑게 맞는다.
토지 2부 6권
"사슴 같은 것은 9, 10월 발정기라 그때가 되면 초자라고, 피목 껍질로 만든 피리를 불어서 수사슴을 유인해 가지고 잡지요. 피리 소리가 암사슴 울음하고 비슷하거든요. 그 피리 부는 사람을 초록인이라 하는데 상당한 연공을 쌓아야만 된다더군요."
간도에서 밀정으로 암약하며 신분을 감춘 김두수는 송애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았다.
윤 도집은 환이 얼굴에서 김개주를 떠올린다. 야수처럼 사납고 처절한 성품의 그 김개주의 영상을 환희에게서 때때로 느끼기 때문인지 모른다. 활화산 같은 그 인물에 완전히 승복하면서도 몸서리 쳤던 그 기억, 기억 속 인물의 핏줄을 윤 도집은 위험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토지 2부 7권
조준구가 의병의 습격을 받게 된 이후 서희일행이 간도로 떠난 10여 년의 세월에 그동안 남도 사투리에 겨우 익숙해지는가 싶던 때 함경도 사투리까지 배우는 기분이 언어학자인 양 실감 나더랬다. 세월은 공평하게 평사리의 유년 청년 장년 노년을 통으로 싸잡아 몇 구비 넘겨 보냈다. 세월의 길목에서 저자 박경리는 그들이 되어 소설 속에 활활 살아나고 있었다. 박경리는 길상과 서희로 살고, 몰매 맞는 환이와 인이 아낙과 별당아씨꿈으로 지리산을 떠돈다. 온갖 인물 속에서 저자의 넋이 또렷해지고 저자는 살아 생생한 목소리로 면면한 주인공의 가슴으로 다가와 더욱 소설 토지에 빠져든 내가 놀랍다. 나라를 찾으려는 독립운동과 교육이 가능한 곳, 밀정으로 사는 일, 여염아낙이던가 기생이 되거나, 첩이요 종이요 천민이거나 양반이거나 간에 격동의 세월이 휩쓸며 안고 흘러간다.
"수십만 동학도 대부분은 외놈에 의해서, 이용구 손병희에 의해서 초간장이 된 거요. 동학이야 본시부텀 싸움으로 시작된 거지 돈 걷어서 요량껏 하자 그거는 아니었으니께요." 산 밖에는 세상이 없는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이었다. 오관 스님의 애정, 그런 애정의 형태 밖에는 몰랐었던 어린 시절을 길상은 아픔 없이 되새길 수가 없는 것이다.
"되놈들 죽이라 모두 모두 쥑이라."
"조선 사람 보고 한 거 아니라는데 네가 와 그러지?"
"우리 조선 사람들은 벌써 다 직이삐리신께, 그래서 우리도 여기 도망 안 왔나." 용이 아들 홍이는 훌쩍 커 있어 사태를 분별하고 있었다.
'어머닌 나더러 그렇게 살기를 바랬다. 지아비는 밭 갈고 지어미는 길쌈하고... 사람이 사는 이치가.' 기생이 된 봉선이, 기화는 요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나는 누굴 위해 비단옷을 입었나. 내 가장, 내 자식 등을 덮기 위한 길쌈이라면 추야 장천 긴 긴 밤도 길지 않을 것을.
아침나절에 잠시 뿌린 빗물이 움푹 패인 길에 고여 있다. 파란 하늘이 빗물 속에 있고 구름도 빗물 속에 있고 바람이 불어와서 웅덩이에 빗물은 호수같이 흔들린다. 강이 얼믄은 언제 마적단이 들어닥칠 지 한 시도 마음을 못네라. 아 그놈의 마적 놈들은 늙고 젊고가 없는, 계집이라 하면 말귀에 싣고 내빼기에 참말로 사람 살 곳이 아니네라. 날씨만 해도 그렇지.
기생첩은 종첩과는 다르다. 옛날 말려서 죽이다시피 한 삼월 이 하곤 다르다는 얘기다. 교동마님 홍 씨에게 불려 간 향심이는 마님께서 못살라시면 아니 살겠소. 신여성과 한 달을 살고 있는 조준구가 가회동집에는 없다고 했다.
술상을 앞에 놓고 공노인은 임역관, 조준구에게 잡설 같은 조롱을 퍼질렀다. "서양에서는 칠거지악이 없어도 살다 정이 없어지면 이혼하는 것이 흉허물이 안 되지만 조선에선 조강지처를 아니 버린다는 불문율 때문에 부득이 소실 두는 풍조가 생긴 모양인데 문명국이란 것을 한번 생각해 볼 만하오. 가령 영국은 섬나라에 불과했는데 기계로서 만사를 움직이고, 쉽고 싸게 물건을 만들어내 남의 나라에 팔고 부강해져 약소국을 차례차례 집어삼켰단 말이오."
토지 2부 8권
혜관 스님이 동학 교도 윤도집에게 말한다. “불씨를 여기저기 묻어 놓을 필요가 있다, 때때로 터지기도 하고 불붙기도 하고, 백성들 가슴에 충격을 주는 일이 교실 안에서 얻은 지식을 전파하는 것보다 월등 효력도 있거니와 널리 퍼지고, 함께 뛰고 싶어지는 거 아니겠소? 어디까지나 동학은 위장이어야 하오. 신도들 대가리수에 희망을 걸지 마시오.”
길상과 서희이름을 딴 ‘길서상회’는 곡물 특히 두류를 취급하여 전쟁통에 큰돈을 벌었다.강남콩 완두콩은 코쟁이들이 좋아하는거라며 서너배가격이 치솟았으니까. 시간은 천연스럽게 가는 것이다. 용이, 영팔이와 큰아들 판술이는 겨울이되었으므로 벌목장으로 떠난다. 하지만 월선은 기름 떨어진 호롱의 심지처럼 기름 아닌 심지를 태우고 있는 그런 상태, 죽음은 일각일각 다가오고 있었다. 임이네 의 탐욕이 아귀지옥의 그것이었다면 대못을 쾅쾅! 박아대는 용이의 잔인성도 바로 그와 흡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전생에 자신은 미식(美食)을 하되 처자, 혹은 남편 자식에겐 주질 않아 식토귀로 변한 아귀는 남이 토해낸 것이 먹고 싶고 늘 괴로워하였다 하고, 주야로 아이 다섯을 나아 제 낳은 아일 먹건만 배가 차지 않는 아귀,염열(炎熱) 기갈을 견디지 못하고 청류(淸流)를 향해 달려가면은 몽둥이든 채귀가 길을 막고, 그 고통 많은 아귀들의 전죄(前罪)에는 탐욕 질투라 하거늘, 과연 용이는 그 아귀 지옥의 채귀는 아니었다는 말인가.
소년 길상은 구천이 두려웠다. 만주 문턱에 와서 길상과 구천이는 사흘밤낮을 붙어 술을 마시고 강가에 나와 외치고 함께 뒹굴었다. 그것은 아픔의 치료였는지도 모른다. 기미(期米)란 미두라고도 하는데 오늘날의 증권 매매 비슷한 투기업으로서 세계대전 중 국가의 오름세 내림체가 조속으로 급변하는 시기, 일종의 도박이었다. 광산업에 실패한 조준구는 완전히 기미에 미쳐 있었다.
https://youtu.be/v83nI2Z1xE0?si=mClpj4WStEcnmEif
하동군에서 평사리에 최참판댁과 함께 10여채 소설속 인물들의 삶의 장소를 마련했다. 하동의 평사리가 시급한 나의 버킷리스트 제1번으로 바뀌었다.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쓴 샬롯과 에밀리, 폐결핵으로 죽어가며 아직 써야할 글에 울음을 떠트리며 폐결핵으로 죽어간 막내 앤. 브론테이야기를 읽고 영국 중부지방에 있는 브론테가의 퍼스니지 기념관을 가 보는 게 오랜 버킷리스트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