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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비교의 늪에 빠지지 않기로 다짐했다

by 그래용

요 며칠 무기력에 시달렸다. 며칠은 잠이 잘 안 왔고, 며칠은 먹는다고 먹어도 살이 빠졌다. 인생 최고 행복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할 만큼 더 이상 바랄 게 없던 중이었다. 괜스레 인스타에 올리는 나의 과시에 환멸이 느껴져 인스타도 쳐다보지 않았다.

인간은 과연 열등감과 우월감을 초월해 살 수 있는 동물일까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는 것도, 누군가를 무시하는 것도 인간 본연의 악함이 근원인 것이어서.

학생일 때는 누군가보다 더 나은 성적, 직장인일 때는 누군가보다 더 나은 직위, 결혼할 때는 누군가보다 더 나은 배우자의 집안과 외모, 아이를 키우면서는 누군가보다 더 나은 내 아이의 성적이 잣대가 되는 끊임없는 비교의 굴레에 거북함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있는 그대로'가 얼마나 찬란한 의미인지 깊이 새겨져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인생에서 누군가와 삶을 비교하며 허무하게 살지 않도록 엄마인 내가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림을 그려오면 잘 그렸다 칭찬하지도, 못 그렸다 비난하지도 말고 네가 만족할 만큼 그려졌냐고 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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