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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육아할 이유

나의 육아를 온 마을이 돕는다

by 그래용

남편이 일찍 나간 날이어서 수현이를 등에 업은 채 수안이를 등원시키는 길이었다. 경비아저씨가 저 멀리서 낙엽을 쓸고 계셔서 수안이랑 인사를 드렸다. 수안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니 경비아저씨께서 커피와 베이글을 건네주셨다. 아이를 키우느라 수고한다는 말과 함께였다. 너무 과분해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돌아다니면 어르신들이 많은 위로를 해주신다. 한창 힘들 때일 텐데 힘내라고 하시기도 하고, 손 잡고 가다가 호기심에 이끌려 딴 길로 새는 수안이를 엄마 따라가라며 다독여주시기도 하고, 등에 업혀있는 수현이 모자가 벗겨진 걸 보고 모자를 씌워주시기도 한다.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다. 도움을 구할 이유가 없었으니 당연하다. 오늘도 넉넉한 맘씨 덕분에 두 아이 키울 힘을 얻었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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