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뭉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seul Oct 23. 2024

내 말은 그게 아닌데

향수는 착향을 해보고 사야 한다. 각자의 오랜 시간 동안 베긴 살 냄새가 향수의 고유한 향과 섞이니까. 그러니 같은 향수라도 사람마다 미묘하게 향이 다르다. 한때는, 달라도 얼마나 다르겠냐며 개의치 않아 했다. 요즘도 그런 마음은 매한가지지만 못 이기는 척 손등에 한 펌프 뿌려본다.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다. 나름 섬세한 사람이라 자부하는 편이다. 저 손님은 왜 앉아만 있냐며 다른 직원이 나를 담당하던 직원에게 물을 때쯤에서야 엉덩이를 일으킨다. 괜한 섭섭함에 그런 건지, 문득 조향사분들은 속상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든 향이 누군가의 살에 닿아 향이 바뀐다면 전하고자 하는 의도도 왜곡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조향사라는 직업이 향수를 만드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향수를 시향지에 뿌려서 가지고 다닐 사람은 없지 않은가. 시향지가 향을 온전하게 담아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러고 보니 나도 이와 같은 이유로 속상한 적이 많았다. 같은 향수도 누구의 살에 내려앉냐에 따라 향이 달라지고, 같은 옷도 누가 입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그리고 같은 말도 누가 말하고 누가 듣느냐에 따라 꽤나 천차만별로 변질되곤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말에 나의 의도를 담아 내뱉었을 때 정확히 그에 맞게 받아들이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되게 소중한 거구나 싶다. 물론 시작에서 끝을 향해 달려가며 생기는 간극에서 유발되는 우스꽝스러움과 즐거움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음, 그럼 조향사분들도 속상하기보다 재밌어할 수도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던함은 아무래도 독인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