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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Jul 23. 2020

슈퍼맘은 사양할게요

엄마를 일의 세계로, 다시 예열 중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지 벌써 일년, 살떨리는 인생 첫 육아 입문기가 지나갑니다.


저는 이제껏 과몰입했던 육아맘의 세계에서 다시 일하는 사람의 본분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 돌아간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요. 육아를 하면서 수백번을 느꼈다시피 우리는 절대 돌아갈  없는 기차에 탔습니다. 출산  나로 돌아가는 티켓은 존재하지 않죠. 육아와 일이 가능한  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다시 이야기를 써내려시간이 도래한거죠.


"어머님 이번 주는 분기 마감 때문에 바쁘실텐데, 12개월 예방접종은 제가 하고 오겠습니다" 이런 센스가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출처 : 영화 보스 베이비)




육아냐 일이냐?


생전 이렇게 사랑해 본 존재가 없는데, 어떻게 이 아이를 두고 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육아 휴직이 1년정도 남아있던 시점에도 당장 복직일이 된 것처럼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죠.


수많은 슈퍼맘들의 간증을 읽어봤습니다. 방송과 사회가 찬양하는 슈퍼맘, 눈코틀새 없는 일과에도 굳건히 살아내는 장한 여성들.. 새벽 6시에 나와 버스 안에서 화장을 하고 회사에 가면 소변 볼 시간도 없이 일을 처리하고 6시 1분에 눈치 퇴근을 하고 우는 아기를 엎고 저녁을 만드는 삶.


아이가 둘인 제 동료들도 다 하게된다며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3년만 꾹 참으면 된다지만 그런 능력과 자질이 제게 있는지 판단하기 전에, 일단 저는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아무리 칼퇴를 하더라도 평일에 출퇴근을 포함하면 10-11시간을 못볼텐데 그 긴 시간을 어린이집과 이모님으로 돌려막기를 한다해도 아기에게도, 제게도 너무 박한 것 아닌가?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우리들인데 말이죠. 남편이 육아에 더 참여해주길 기대도 했지만, 일 욕심이 저보다 100배는 많은 남편과 사는 제가 주양육자가 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독박같은 슬픈 운명... 한 많은 st.


사실 저는 시험관 시절부터 임신 막달까지 괴롭히면서 꾸준함의 정석을 보여준 보스덕분에 사직서를 안주머니에 품고 살았었거든요. 이때가 기회다 싶어 때려쳐야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생각이 잠시나마  들어간  출산  넉달 채 안된 시점이었습니다.  밖으로 나갈  있는 선택지 중에 직장이 있다면 바로 복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힘든  육아더군요. 많은 알바와 직장을 다녀봤지만 이보다 힘든 일이 없었습니다. 청소기를 어깨에 짊어져야했던 사무실 청소 알바도 육아보다 쉬웠던  같아요.


돌이켜보면 육아의 고됨을 차치하더라도 나를 소개해야할 때마다 가장 먼저 뭐 하며 먹고 사는지가 일번 이었던 제 삶에 일이 없다는 건 상상하기 쉽지 않았어요. 나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무언가가 없어서 생기는 내 불안과 무기력을 아기가 먹고 자란다면 더 끔찍할 수가 없었죠.


매일의 고민과 번뇌를 거쳐 결국 육아를 나의 일과 떼어내는 건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와 아기 그리고 일과 육아는 이제 한 몸이라는 것을 인정한거죠. 이미 하나가 된 것을 둘로 쪼개 볼려고 했으니 어느 걸 선택해도 괴로운 면만 보였던 겁니다. 이 걸 인정을 하고나서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새로운 일의 기준


 구직활동을 하던 때가 떠올라요.  직장의 기준은 '직장인가?' 였어요. 2009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직후, 족히 100군데는 서류에서 떨어졌으니, 잦대라  것도 없었죠. 사대보험만 해준다면 감사했습니다. 처음  일은 핸드드라이기를 파는 일이었는데,  박람회장에 가서  몸보다  핸드드라이기를 손수레에 실어 미팅이 쉬는 테이블을 돌았어요. 25살에 맞춤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부지런히 핸드드라이어가  그루의 나무를 살릴  있는지를 설명했죠. 수습기간  이었는데  뒤에 보스가 있다고 생각하니 주저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간절함이 용기를, 용기가 자신감이 되던 시절.


다시 소박해진 저를 팔려고 다시 재정비를 시작합니다.  뒤에는 보스도, 클라이언트도 없어요.

그보다  무거운 존재,  아기가 있을 뿐이죠. 아기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이게 이제  가장  목표가 되었습니다.  지속가능함을 위해 기존직장에 복직해 아이를 덜 보고 사는 워킹맘이나 일을 포기하고 육아에 올인하는 전업주부 등의 양자 택일을 버리고 아닌 아예 새로운 시작을 준비합니다.


일을 찾기위해 해야할 일은 우선 육아에서 일로 다시 중심을 옮겨야해요. 새벽  수유부터 정신이 반쯤 나가있다 등원만 하면 늘어져있던  몸과 습관도 다시 일으켜야해요. 인스타그램에서 넋놓고 남의 이야기를 보다 박탈감을 느끼는 악순환도 자제해야 하고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엄마는 다시 예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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