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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May 19. 2022

오늘의 일기

22/5/19

작년 여름 둘째 쌍둥이를 출산하고 악명높은 영유아 셋의 동시육아 중이다. 말도 안되는 벼랑끝 미션 속에서 잔뜩 긴장한 반년이 지나고 다시 몇달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어느덧 어린이집 적응을 마쳤다. 미안하지만  생일이 닿기전에 어엿한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 덕분에 나는 허공에  도는 생각을 끄적거릴 조금의 시간을 선물 받았다. 오전 늦은 등원을 시키자마자 오는 길에 뚝배기 불고기 아침을 포장해 먹고 요즘 관심있는 것들을 찾아본다. 남편이 요즘 하는 일에 대해 검색해 본다. 그가 나랑 상관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토록 관심을 가질 일인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육아 말고 조직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면 달랐을까.  그럴  같지는 않다. 그는 기이한 일을 자주 해서 꿍꿍이를 알아채기 어려운 편이기도 하고 그런  좋아 처음 만나기도  사람이니까. 일에 진심인 그의 궤적을 뒤쫓는 일은 속을   없는 그와  답답하게 사는 나만의 요령 이기도 하고. 유투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또다시 다른 남자한테 인도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 손석구. 영상 몇개 봤을 뿐인데 한시간을 잡아먹는 묘한 매력.. 조폭을 멋있다고 생각하게 묘사하는  마음에 들지 않다. 실제로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사람, 특히 약자를 빌어먹고 산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고.

오후에는 미뤄뒀던 세남매의 여름 옷을 정리했다.  그러하듯 계획한  보다  많은 아이들이 나의 더벙추가 되고 회사까지 그만  나는 아이들 옷값을 아껴보겠다고 여기저기 옷을 물려받았다. 결국은 아이의 덩치와  성별과 그리고 계절과 맞지 않아서, 또는 갈아입히는 엄마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 손이 닿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트럭이 나왔다. 심사숙고하기에는 좁디좁은 한샘 옷장을 핑계삼아   정리를 했다. 재활용 박스에 한움큼씩 넣는 순간 어찌나 후련하던지..  집을 꾸리는 관리자로서 뭔가 해낸  같은 작은 성취였다.


지금은 오늘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있다. 아이들을 돌보시는 분이 계실   해야지 생각해뒀던 ‘글을 쓰는 이다. 며칠째 벼르던 일을 시작하니 이것처럼 신나는 일이 없다. 어떤 헛소리가 되었든간에 글자를 적고 싶었다. 가족이 늘어난 기쁨은 이루 말할  없었지만, 출산을 전후로 나는 한동안  떠있는 존재로 느껴졌다. 자리잡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잡념을 보자니  공허했다. 외로웠다. 창살없는 육아의 감옥에서 만만한 카카오톡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붙잡고 사는  유일한 낙이었고.  잡념의 풍선들을 글자로 꾹꾹 눌러쓰다보면 나도 생각도 지면에  자리를 잡지 않을까. 일단 오늘은 계획을 하고 실천하기 앞서, 글자를 끄적대기 시작한 걸로  만족한 하루다. 지난 몇달 동안 이렇게 많은 단어을   처음이라서. 부끄럽지만 완독한 책도 몇권 되지 않는다. 며칠전에 구매한 책은 심지어 첫장도 안펼쳤다.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당분간은 나를 채우는 일을  생각해보자. 내가 나를 추앙하는 , 그걸 해보는 걸로 일단 글쓰기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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