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욱'하는 순간
세 아이가 하원하는 오후 네시를 앞둔 지금, 나는 나에게 허락한 남은 평온을 초조하게 즐기고 있다.
오늘은 한주의 마지막 평일이었다. 지난주에 다짐했던 요가원 등록이며 쇼핑, '나를 위해' 하기로했던 일들 대부분은 첫째의 열을 시작으로 모두 연기되었다. 세 아기가 사는 우리집에 감기 바이러스는 메마른 숲의 산불처럼 샅샅이 할퀴고 지나간다. 참으로 알뜰하게도 모든 아이가 아프면 그 애미의 코와 목에서 돌림노래가 시작되는 순이다. 요사이 면역이 떨어졌는지 애미 감기가 더 빨리 시작된 게 변화라면 변화다.
육아는 내 안에 많은 감정을 쏟아지게 만든다. 물론 기쁠 때도 많다. 자라나는 나의 새싹들이 예뻐서, 거실창밖의 가을 들판이 감사해서, 만가지 감사함을 놓치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건 잠깐이다. 대부분은 지치고 주눅들고 닳아 없어진 감정들이 용솟음친다. 아이들이 미워서, 내 선택의 책임이 가혹해서, 손목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 악에 바쳐서 육아를 하다보면 내 안의 사악한 아이가 튀어나와 잔뜩 성을 낸다. 어제는 팔이 떨어지게 아이들을 씻기다 준비된 아기 칫솔이 없다는 걸 알았다. 아기를 기운껏 안느라 남는 손이 없었다. 순간, 죄없는 화장실 의자를 발로 꽝 차버렸다. 벽에 부딪힌 플라스틱 의자가 내동댕이쳐졌다. 화장실 안에 큰 소리가 울렸다. 꽈왕!! 내가 낸 소리에 내가 더 놀라 정신이 퍼뜩 들었다. 축제에 가도 폭죽소리에 놀라는 겁쟁이인데,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기겁한 엄마가 걱정되는지 씻기싫다며 뾰루퉁한 15개월 딸 아이 얼굴이 얌전해졌다. 미소를 띄우며 나를 쳐다본다. 암담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가슴 속 피하고싶은 미친듯한 미식거림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 순간 만큼은 모두 다 터져버려야 내가 살것 같았으니까. 나는 그것을 주기적인 육아통으로 겪는다. (생리통, 배란통과 달리 타이레놀이 안먹힌다는 차이가) 괜히 얻어맞은 처량한 화장실 의자를 본다. 다이소는 생각보다 튼튼한 제품을 만든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아이들이 곧 도착한다. 어제 부아가 터질것 같던 엄마는 간데없고 또 다른 엄마로 세팅한다. 열심히 간식주고 밥도 먹이고 많이 웃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줘야지. 노래도 춤도 춰주고 관객 리액션은 기본이다.
지킬앤하이드 못지않은 엄마의 삶-
웃프지만 내 일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