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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Jan 01. 2023

2022년도 반가웠다 잘가

소중한, 나는 젊고 너흰 어린 시간들

벌써 작년이 된 2022년을 추억하려 새벽녁 사진첩을 열었다. 까마득한 작년, 아이들을 키우느라 기억나는 것이 특별히 없다고 그저 치열하게 육아하느라 바빴다 기록할 참이었다. 우리 부부에게 온 세 아이에게 혹여나 사랑이 부족하지 않은지 발 동동구르며 건사하느라 바빴다. 사진첩으로 돌아보니 그 보다 더 많은 장면과 우리 가족 모두의 성장이 돋보였다. 결론은 2022년도 역시 우리 참 잘 살아내었다.


작년 1월 1일은 다섯 가족이 된 우리가 맞이하는

첫 해였다. 그 전까지만해도 숲이와 우리 둘이었는데 6개월쯤이 된 둥이 두녀석이 추가되면서 우리집은 말그대로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세 아이는 그야말로 신세계- 이른바 ‘육아 돌려막기’로 하루 하루를 버티어 왔다. 사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만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게 차이라면 차이겠다.


지금의 시댁 옆동으로 이사 온 8월전까지 아웃소싱이 의존해서 육아를 했다. 일년간 메인 이모님이 되어주신 나의 산후관리사님, 여러 분의 돌봄샘, 어린이집 등의 많은 육아파트너 들 덕분에 돌려막기가 가능했다. 우리의 육아세계의 가장 큰 버팀목 양가 부모님까지 모두가 감사했다. 역동적인 육아였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당해낼 수 없는 세 아이 육아였다. 연봉급 비용을 써야했지만 첫째 숲이가 혹여나 동생들에게 사랑이 부족하다 느끼지 않게 하려면 필연적이었다. 모든 관리를 내가 도맡았다. 큰 회사에서 힘들다면 빠지지않을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어왔지만 역시 육아는 그 중 으뜸이다.


해의 중간쯤 될때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둥이육아 부담과 숲이의 지루한 일상을 바꾸려 6월부터는 지금 시댁 근처의 자연어린이집으로 전원했다. 평일에 나는 둥이 육아에 집중하는 대신 숲은 시댁에 살고 주중에 남편이 하루이틀 방문, 주말에는 둥이를 이모님들에게 맡기고 우리 부부가 숲에게 올인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와중에 남편은 하던 일을 멈추고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베팅한 그는 태연했는데 지켜보는 나는 그렇치 못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미래의 가치를 떠나 일찍이 그의 재능이 아는 입장에서 더 큰 쓰임을 받는 것에 감사했다.


숲이 자연에 가까워질수록 우리 모두 만족도가 컸지만 점점 평일 중 숲에게 엄마부재가 커감을 감지했다. 한달이 지나니 엄마가 보고싶다고 평일 중에도 홀연히 오는 날이 생기고 중요한 시기에 더 공백이 커지면 안될것 같아서 세달만에 이 곳으로 이사를 왔다. 결과적으로 무척 잘한 선택이었지만 이사의 과정에서 세 아이와 코로나까지 걸리고 그 와중에 아이들 케어와 가족을 잘 꾸려온 나와 남편, 특히 세 아이의 카오스 육아에 커리어까지 확장하고 이 큰 가계를 이끌어온 남편에게 쓰담쓰담 해주고싶은 한해였다.


사진첩에서 첫 아이 숲이의 성장과 수고가 많이 보였다. 쪽쪽이를 물던 두돌반 숲이, 하루아침에 동생이 둘이나 생겨 그 좋아하는 자동차와 엄마의 사랑까지 나누어야 했던 그 어린 아이의 얼굴에서 속상함과 끝없는 애정의 갈구가 느껴져 마음 깊히 절절했다. 숲이는 전투적으로 엄마에게 더 큰 사랑을 원해왔는데, 엄마로서 나는 그저 다섯 식구가 된 우리를 얼른 받아들여야 한다고 채근했던 것 같다. 불과 오늘 아침만해도 동생을 때린 숲이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지키지 않으면 함께 살수 없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으니. 훈육의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바로 반성하긴 했지만 이 밤 숲이의 지난 일년을 훑어보니 더 미안하다. 숲이는 누구보다 동생들과 새로운 가족의 챕터를 함께 열고자 무척이나 노력해왔음을. 부족한 엄마는 늘 이렇게 늦다.


나와 남편의 부름에 응해준 두 생명, 둥이의 성장은 눈부셨다. 태어나기를 둘로 나눠가져야하는 운명의 둥이에게 미안하고 또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들이 이제껏 크게 아프지 않고 자라와준 것에 감사한 순간 문득 그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 같은 사진첩을 보며 육아 시절을 그리워할 나를 상상해보았다. 곁에 있는 아이를 매만지며 사진첩을 보는 나도 아까운 예쁜 세 아이인데, 어느새 자라 독립해가는 큰 아이들이 내심 섭섭한 미래의 나라면 어떨까. 다시한번 아직 유아 육아의 챕터가 끝나지 않았음에 힘듦보다 감사함, 하루하루가 빛나고 소중하다는 진리를 깨닫게된다.


아직 나에게 남은 세 아이 육아의 소중한 여정을 열어갈 생각에 문득 설레는 밤이다.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게끔, 그리고 그렇기 성인이 된 아이들이 힘들고 쓸쓸할때 언제든 돌아올수 있는 행복한 가족으로 힘이 되어주고 싶다. 지금 나에게 가족이란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남편과 엄마 아빠와 나의 두 언니들, 그리고 시부모님 두 분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지지하는지를 또 알아가는 한해이도 했다. 나의 마음을 담담히 나열해보니 알겠다. 2022년, 나에게는 행복한 한 해 였다. :)


소중한, 나는 젊고 너희는 어린 시간들- 2022년도 반가웠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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