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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ie Jun 20. 2018

[미국간호사]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 Bill has passed away peacefully"

한 달 반 전, Bill 아저씨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누군가가 죽었다는 말이 제일 부러우면서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픈 이유는 그 사람이 떠나고 슬퍼할 가족 때문이고,

부러운 이유는 나도 어렸을 때부터 내 마지막 날에 대하여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천국에 가는 건 너무나 좋고 부러운 일인 것 같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난 크리스천이다).


빌 아저씨 부부를 간호사들은 다 너무 좋아했다.

둘 다 너무나 간호사들에게 자상했고,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빌 아저씨 그리고 아내와 많은 시간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작 본 것은 한 번밖에 안되지만...
월요일 화요일밖에 일 안 하지만, triage calls (환자가 간호사들에게 전화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중에 하나고, 바쁠 때는 30개도 넘게 환자들 에게 전화를 받는다.


빌 아저씨는 처음 우리 클리닉에 왔을 때 pancreatic cancer (췌장암)을 선고받고 왔다. 췌장암은 치료를 한다고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라고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암이다. 그렇지만 빌 아저씨 부부는 처음부터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이다.

빌 아저씨는 항상 내가 무엇을 물어볼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You know, Hanah. I am ready to be with Lord."


빌 아저씨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아저씨는 나에게 자신은 살만큼 살았고, 여행도 다녀볼 만큼 다녔고 자식도 다 키워서 괜찮다고 항상 이야기했었다. 물론, 아내가 걱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아저씨에게 나는 항상

"Bill, I am not ready to send you to Lord. Stay with me little longer. "이라고 말했었다.


빌 아저씨는 아내 에게도 여러 번 자신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DNR (Do not rescue) 하라고 말했었고, 아내도 빌 아저씨의 생각을 지지해 주었다.


빌 아저씨는 의사가 말하는 대로 일단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FOLFIRINOX (Fluorouracil - IV push and 46hr pump, Oxaliplatin, Leucovorin, Irinotecan)라는 항암은 췌장암 환자들에게 쓰이는 약이다.

항암치료는 물론이고 방사능 치료에도 두 가지 다른 이유로 보통 하는데, 하나는 완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하나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빌 아저씨의 경우는 완치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있는 암세포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었다.

두 번인가 세 번 정도 항암을 받고 나서 아저씨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입맛이 안 돌아 먹는 것도 힘들어하였고, 어느 날부터 굉장히 피곤해 하기 시작했고, 서있는 것도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어느 하루 나한테 전화했을 때는 뒷뜰에서 넘어졌다고 했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앉았다가 일어나려는데 다리가 말이 안 듣는다는 말도 다른 간호사들에게 했던 것이다. 의사는 항암을 주지 않고 대신 수액을 몇 차례 주었지만, 며칠 뒤 다시 걸려온 전화는 전혀 차도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물리치료사가 집에 방문해 환자랑 같이 일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빌 아저씨의 상태를 전혀 호전시키지 못한다고 전화가 온 그날 며칠 뒤, 빌 아저씨는 응급실에 갔고,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은 뇌출혈. 췌장암이 머리까지 퍼져서 그곳에 피가 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참 동안 멍 해 있었던 것 같다.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의 뇌출혈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지도 못해서 수술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났었다. 췌장암의 경우 암이 머리까지 전이되는 경우가 너무 적어서, 처음에 시작할 때 머리 MRI는 아예 안 해보고 시작했었고, 빌 아저씨가 가지고 있었던 symptoms이 이제야 퍼즐 조각 맞추어지듯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빌 아저씨는 중환자실에 5일 정도 있다가 호스피스로 세상을 떠났다. 빌 아저씨는 의사가 회진을 할 때마다 자신은 하나님께 갈 준비가 되었으니, 편하게 떠나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너무나 가슴이 찡~ 한 순간이었다. 빌 아저씨 아내 또한 빠르게 마음의 정리를 했다.나는 그렇게 너무나 마음 착한 환자를 또 하나 아주 멀리 떠나보냈다.


며칠 후, 빌 아저씨 아내는 장례가 끝난 뒤 우리 클리닉에 전화를 했었고, 빌 아저씨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빌 아저씨는 여기서 본 모든 의료진들 특히 간호사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Bill wanted to say thank you to all the nurses who took care of him. Bill and I really appreciate what you do.  It means a lot. Thank you so much"


빌 아저씨는 천국으로 긴 소풍을 떠나기 전에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고마워하고 있었고 그 고마움이 아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오늘 한 간호사를 통해서 빌 아저씨가 생전에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들어가 본 빌 아저씨의 블로그는 처음 암 선고를 받았을 때부터 상세히 쓰여있었다. 아저씨가 처음 기록한 말은 역시...

"I maybe selfish, but I am ready to be with Lord."


빌 아저씨는 바라던걸 이루었으니  

이제는 행복하려나?


나중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


2018.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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