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Code Blue
처음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고, 오리엔테이션을 막 끝내고 혼자 처음 일하게 되었던 날을 나는 잊을수가 없다. 정확히 7시반 아침 리포트를 다 받고, 나에게 주어진 다섯명의 환자의 상태를 처음 점검하러 방을 돌아 다니고 있던날, 나의 세번째 환자는 숨을 쉬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간호사가 되고 처음 불러본 코드블루 (심정지 때 사용하는 코드). 신속한 대처와 발빠른 코드블루팀의 도착으로 환자는 살았지만, 잊을수 없는 긴장감, 두려움, 그리고 두배는 빠른 내 귀에 울렸던 내 심장소리는 쉬이 잊혀지질 않았다. 또, CPR을 할때의 그 갈비뼈 부러질듯한 느낌이, 그리고 내가 느꼈던 가까웠던 죽음의 그림자가...
일하는 곳이 병동에서 외래로 바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죽음은 언제나 찾아온다. 보는 환자들은 다 암 환자니 만큼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같이 일하고 있는 두 의사들은 뇌암과 백혈병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이 들이다. 병동이랑 다른점이 있다면, 환자가 죽는 그 자리를 내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점. 보통 집이나 nursing home 에서 호스피스를 하다가 편하게 세상을 떠나게 되면 가족들이 전화하는 경우나 장례식장에서 death certificate을 의사가 사인을해야 장례를 할수있다고 전화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병원에서 죽는 경우도 있다.
코드 블루의 경우는 다르다. 코드 블루는 어떠한 환자들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다가 오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다. 더군다나, 병원도 아닌 외래 클리닉은 코드블루 카트 자체가 없다. 오직 코드그린 (환자가 컨디션이 급작히 바꼈을때, 하지만 숨을 쉬고 있을때) 카트만 있을뿐이다.
기분 안좋게 시작한 한 월요일에, 마침 간호사들 두명의 병과때문에 (sick call)더 바쁜 스케쥴을 받고 모든 간호사들이 아침을 시작했다. 하필, 또 두명의 의사가 빠진 월요일이었다. 아침 10시5분정도 oxaliplatin이라는 항암을 받고있는 50대쯤 보이는 환자와 아내가 있던 방에 콜이 울렸다. 그 콜은 환자가 간호사가 필요할때 울리는 콜이었다. 나도 triage를 하고있는터라 환자랑 전화를 하고있었고, 다른 간호사들도 몰려 오는 환자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몇분이 지났을때쯤 마침 수 간호사가 대신 콜을 보고 그 방에 문을 열었다. 2초가 지나고 코드블루 콜이 울리고, 그 방에는 몸이 되게 큰 환자가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모든 간호사들이 하던일을 멈추고 그 방으로 향했고, 나 또한 급히 전화를 끊고 방으로 향했다. 망설였던 시간은 2분 남짓. 수 간호사의 cpr이 시작됐고, 코드그린 카드와 산소기를 누군가가 가지고왔다. 의사들과 약사들 모두 와서 환자 상태를 보기 시작했고, 환자는 의식도 호흡도 심박수도 없었다. 911의 전화가 갔고, 우리는 우리가 할수있는 cpr을 하며 AED하나를 가지고 환자를 죽음의 문턱에서 불러오려고 하고있었다.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CPR은 다들 돌아가면서 해야한다. 그래야 심장을 누를때 그 pressure이 피가 머리로 잘 갈수 있기때문에 힘이 빠지면 안되는 것이다. 심장의 역활을 대신 해야하는 누군가의 힘은 갈비뼈 밑에 위치한 심장을 누를수 있어야하는 것이다. Cpr을 할때마다 느껴졌던 그 갈비뼈 그리고 환자 배의 출렁거림 그리고 파랬던 얼굴이 몇년전 그날과 겹쳤다. 응급대 도착까지 약 10분 cpr과 두번의 쇼크를 했지만 환자는 반응이 없었고, 응급대 와서 10분더 cpr을 하면서 놀랍게도 환자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들 놀라운 일이라며 놀라워하며 감사해했다. 그렇게 환자는 정신 없는 채로 들것에 실려나가 병원으로 향했고, 그 옆에 있었던 아내는 핏기 하나 없는 울것같은 얼굴로 따라 나섰다. 우리 간호사들은 그냥 그 환자가 그 방에서 죽음을 맞이한게 아니라 안도의 한숨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건 항암치료제 때문이 아니고 분명 심근경색일것이다 생각했었다.
Oxaliplatin이라는 항암치료제의 같은 클래스 Carboplatin은 6번째 에서 9번째 받을때 리액션이 많다고 잘 알려져 있는 항암치료제다. 6번째에서 9번째 사이 carboplatin을 투여할때 간호사들은 보통 emergency kit을 가지고 들어간다. 하지만, oxaliplatin은 carboplatin처럼 그렇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환자는 그 날이 다섯번째 oxaliplatin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나랑 같이 일하던 간호사는 경력만 25년인데 이런경우 처음봤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환자는 이틀뒤인 수요일날 사랑하는 가족과 아내를 뒤로하고 하늘로 소풍을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듣기로는 병원에가서 중환자실에 있다가 결국 더 안좋아졌는데, 심근경색도 폐혈증도 아니었다. 결국 결론은 항암 치료제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 였다. 죽음, 직업상 많이 보았고 들었지만 결코 익숙해 질수 없는 그런것이다. 난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보니, 죽음은 절대 익숙해 지지 않는다는것을 배웠다.
환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난 숙연해지고, 그 죽음을 보면서 나는 나의 죽음을 생각한다. 그것이 나에게 하루를 감사하면서 살아갈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한다. 하지만, 죽음을 보면 나또한 사람인지라 내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트라마 의사/간호사들에게 경의를 표할뿐이다. 이렇게 내 마음을 지키는 스킬도 내가 일할때 필요한 스킬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을뿐이다.
2018.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