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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ie Dec 21. 2018

[미국간호사] 간호사에겐 사치인 lunch time

미국간호사들의 현실.

미국은 한국에서보다 간호사를 우대해 주고, 환자 간호사의 비율또한 좋다. 작가가 아는 한 친구는 한국병원 에서 일하는데, 처음 시작했을때 하루에 환자를 30명도 넘게 본다고 했었다. 뭐, 너무 바빠서 약만 주는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그런것에 비하면 내가 일하는 워싱턴주는 간호사:환자 비율을 신경쓰며 한 간호사에게 너무 많이 환자를 배정하지 않는다. 병동을 놓고 예를 들자면, 보통 일하러 들어오면 수간호사가 간호사들에게 방 배정을 해주는데, 간호사 A는 101호에서 105호까지, 간호사 B는 106호에서 110호까지 하는 식으로 환자를 배정해준다. 이때, 한 간호사당 보통 환자 5명 배정을 해주는데, 예를 들어 중환자실 같은 경우는 그 비율이 간호사 한명당 환자 2-3명 정도를 준다. 산부인과는 아예 1대1인곳이 많다. 그럼 간호사들은 들어가서 자기 환자들만 집중적으로 돌보고, 옆 간호사들이 힘들어 하면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간호사:환자 비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호사들에게는 lunch time은 사치가 아닐수 없다. 보통 병원에서 일하면 노조가 가입되어 있는데, 노조에서 간호사들에게 하라고 하는것은 하루 일할때 15분의 휴식 두번과 30분의 점심시간 한번이다. 8시간을 일하건 12시간을 일하건 총 1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지라 말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궁금해 할수도 있다. 왜 다섯명 혹은 두세명 환자들만 돌보는데 휴식을 할수가 없냐고.... 현실은.... 다섯명이지만, 혹은 두세명이지만, 환자들의 acuity 레벨을 (심각한 정도) 따지면 한국에 있는 환자들이랑은 비교가 안되게 많은 질병과 사는 사람들이 미국에는 정말 정말 많다. 한 사람이 20개도 넘는 병명을 가지고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는것은 미국에서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니다. 그리고 의학은 점점 발달해 이런 사람들의 생명 연장을 돕고 있는것이다. 살아야 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암이 아닌이상 병원과 집 그리고 요양원을 오가며 길게는 몇십년이고 살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acuity level은 점점 올라가는것이다.


나는 옛날에 병동에서 처음 일한곳이 Medical-surgical-telemetry unit이었는데, 아침에만 먹는 약을 20개 넘게 준 환자들도 많았다. 또 당뇨병에 걸린 환자는 어찌나 그렇게 많고 컨트롤 안되는 고혈압 환자는 얼마나 많은지... 입원 한것은 딴 문제로 입원했지만 그 외에도 정말 많은 병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만큼 관리가 더욱더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게 미국의 현실이다.


아침에 일을 하다가 커피는 마시러 가는것은 사치다 (보통 일하기전에 다 들고 들어온다). 병동에 일했을때 간호사들이 오전 오후에 15분씩 휴식하는것을 나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다, 수간호사 빼고.. 수간호사는 보통 환자가 없으니깐 그것이 가능했던것이고, 아침에 일하는 간호사들은 들어가서 근무교대 하는 간호사에게 리포트 받고, 아침에 환자들 방에 들어가서 인사하고, 각 환자들이 몇시에 무슨 약을 줘야하는지 체크하고, 아침 피뽑은거 결과나와서 이상하면 의사 콜하고, 아침약 주고, 환자 assess하고, CNA (간호 조무사)에게 환자 바이탈 리포트 받고, 혈당체크하고, 인슐린 주고, 그러다보면 점심약 줘야하는 시간이 되는것이다. 나랑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은 보통일찍 먹으면 1시 늦게 먹으면 오후 4시에도 점심을 먹었는데 (아침 7시에 시작), 그 전에는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간호사들은 방광염에 많이 걸린다. 그런데, 희한하게 좀 쉴만하면 환자상태에 변화가 생기거나 의사가 콜하거나 한다. 30분의 점심은 보통 5분에서10분만에 종료되는데, 밥을 정말 입에다가 쑤셔넣고 나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거의 20-30%의 경우에만 할일 거의 끝내놓고 맘 편히 30분 밥 먹는것이다.


미국에서 조차 30분의 점심시간은 사치라고 말한다. 가끔 병원에서 lunch 때만 커버해 주는 간호사를 배정해서 그 간호사가 돌아다니면서 점심시간동안 커버를 해주는데, 그러면 30분의 식사를 할수 있다. 하지만, 여기도 점점 병원에서 없애는 추세라서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고민은 늘어만 간다.


내가 지금 일하는 곳은 외래라서 비교적 점심을 먹을수 있거나 휴식을 할수있는 기회가 늘어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Infusion 간호사들 또한 자신의 몫으로 배정받은 하루의 환자들을 봐야하는것도 동일하고 함암을 받다가 갑자기 환자의 상태가 안좋아 질수 있기때문에, 어렵거나 까다로운것은 다 본인이 끝내고 환자가 잠깐 없을때나 쉬운 환자을 다른 간호사들을 커버해 줄수있을때 보통 점심을 먹는데, 바쁜경우에는 그냥 일하는 자리에서 급하게 먹는 경우도 많다. 대신, 그래도 좀 널널한 날이 있기때문에 우리 외래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점심 시간을 제대로 못가지는것에 불만이 좀 없는 편이다. 암센터가 아닌 경우 다른 외래는 점심시간을 갖는것이 비교적 많이 쉽다고 들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간호사들의 lunch break는 사치로 여길만큼 그만큼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또 간호사로써 자신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점심따위는 잊고 일하는 간호사들때문에 환자들은 비교적 좋은 케어를 받는것이다. 단지, 간호사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것이다. 한국도 미국도 간호사들이 일하는 환경이 더 많이 개선되어서, 환자들만 위한곳이 아닌 일하는 간호사들 또한 배려를 받을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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