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이 하루 만에 얼마나 흔들리고, 또 단단해지는지에 대하여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는 생각보다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걸 자꾸 깨닫는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담임 선생님께 아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어머님, 발달검사를 한번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고요, 한 번 점검차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마 내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을 거다.
‘왜? 뭐가 보였지? 다른 아이들과 다른 걸까?’
머릿속 질문이 쏟아졌고,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평소와 똑같은 모습인데도 괜히 이상하게 느껴지고, 내가 아이를 평가하는 사람처럼 변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바로 발달센터 상담을 예약했다.
영유아 검진이나 인터넷 정보만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과연 어떤 부분 때문일까?
상담 날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가라앉았다.
어쩌면 나는, 나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동생의 장애 경험 때문에 발달·지연·장애 같은 단어에 더 민감한지도 모른다.
동생은 후천적인 의료 과실로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늘 ‘선천적이면 어쩌지?’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도 혹시나 그런 모습이 발견될까 봐 걱정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드디어 상담 날. 남편, 아이와 함께 발달센터에 갔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일 줄 알았는데, 병원 같은 분위기와 문 앞에서 울고 있는 큰 아이의 모습에 아이도 나도 순간 움찔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남편은 그 아이가 장애가 있어 보였다며 “혹시 잘못 온 걸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상담이 시작됐다.
그 짧은 40분 동안 나는 계속 긴장했다.
너무 한 가지만 집착하면 어떡하지? 엉뚱한 말을 할까 봐, 갑자기 울어버릴까 봐, 이상한 행동을 보일까 봐…
내 마음은 온갖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상담이 끝난 뒤, 선생님께서 말했다.
“혹시 치료 목적이신가요?”
“아뇨, 발달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어서 왔어요.”
“지금 아이 모습으로 볼 때 발달 문제는 전혀 없어요. 또래 중에서도 인지나 어휘가 좋은 편이고, 낯선 공간에서도 금방 안정되는 걸 보면 애착도 아주 잘 형성되어 있어요.
스킨십도 거부감 없고 사회성도 괜찮습니다. 치료가 필요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안도와 눈물이 동시에 올라왔다.
‘괜찮구나…’
그 말 한마디가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선생님은 이어서 말했다.
기질적으로 약간 불안/회피 경향이 있어 사회적 상황에서 조금 더 소극적일 수 있다며, 그건 문제라기보다는 타고난 기질일 뿐이니 부모가 알고 대처하면 된다고.
정말 다행이었다. 한 주 내내 걱정으로 마음을 쥐어짜던 내가, 그제야 숨을 다시 쉬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담임 선생님은 본인의 자녀와 조카가 발달지연으로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 그런 부분에 더 예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를 위한 마음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점검 차원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오히려 고마웠다.
육아에 관해서는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자고 늘 다짐했는데, 막상 내 아이 이야기가 나오니 나는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그래도 이번 상담을 통해 다시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다음에 진행할 기질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맞는 훈육과 방향성을 더 잘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모든 게 처음이고, 그래서 늘 서툴다.
하지만 그 서툼 속에서 나도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낀다.
흔들리는 마음을 조금씩 다독이면서, 아이에게 든든한 기준이 되어주는 부모가 되어가고 싶다.
오늘의 경험이 가르쳐준 게 있다면,
아이의 발달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건 ‘내 마음의 안정’이라는 것.
내가 불안하면 아이의 작은 행동도 크게 보이고, 내가 단단하면 아이의 흔들림도 차분히 받아낼 수 있다는 것.
육아는 결국, 아이와 엄마가 서로를 배우며 자라는 여정이구나.
조급해하지 말고,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내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나를 믿어보자.
오늘의 안도와 배움이 앞으로의 육아에서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흔들리지 않게 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엄마로서 조금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