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틈

아이가 등원한 뒤에야 비로소 생긴 나의 시간

by 봄바라기

아이가 아프고, 다 나으니 또다시 어린이집 방학이 다가왔다.

가정보육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나만의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집안일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 있었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아이가 잠들면 같이 침대에 누워 아이가 없는 자유시간에 뭐 할지 상상하고 고민하면서 보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그 시간이 오자, 내 몸은 이미 한계였는지 안 하던 몸살까지 찾아왔다.

하루 종일 누워만 보내고, 그리고 다시 오늘 이렇게 자리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2025년 연말부터 새해까지 제대로 액땜을 한 셈이다. 그래도 이렇게 새해 초에 액땜을 했으니 올해는 정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괜히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올해는 참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물론 무리한 계획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머릿속엔 이런저런 계획들이 가득하다. 아마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생활패턴이 루틴화되고, 신생아 때보다 손이 덜 가게 되면서 내 시간을 조금씩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도 일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다시 이것저것 생각하며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는 원래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던 사람이었지"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면서 내가 몰입하던 그 순간들을 조금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이제는 원하는 일을 하면서 육아도 잘 해내고 싶다.

아이에겐 멋진 엄마로,

남편에겐 자랑스러운 안내로

조금 더 노력해 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01. 그림 그리기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유명 작가 밑에서 문하생으로 배우기도 했고 그러면서 한계에 부딪혀 포기를 했었다.

그러다 대학을 다니면서 새로운 분야에 눈을 떠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원하는 직장 생활을 했다.

그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다시 포기했던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고장 났던 아이패드를 고치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조금씩 시작했다.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캐릭터와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그런 것들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해 보려고 한다.



#02. Youtube 촬영


요즘은 정말 다들 Youtube를 한다.

내 주변에도 이미 시작해서 자리 잡은 사람도 있고, 천천히 성장 중인 사람도 있다.

영상 전공이었지만 나 자신을 노출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은 굳이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엄마와의 통화 헤서 내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엄마들은 사촌동생들의 일상 브이로그를 보며 굳이 안부를 묻지 않아도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부산에 계신 엄마와 서울에서 사는 나는 꽤 오래전부터 떨어져 지냈고,

늘 전화로만 내 소식을 전해왔다는 걸.


아이를 낳은 뒤에는 영상통화로 아이 얼굴은 자주 보여드렸지만

내가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는 따로 보여주지 않기에 엄마가 궁금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는 일상을 담아 Youtube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아이와 가족의 얼굴은 노출하지 않되, 조금씩 생활의 장면들만 담아서.


'엄마,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그런 메세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어쩌면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공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일하다가 결혼하고, 육아로 경력이 멈췄던 시간들.

그 이후에 어떻게 다시 일하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침대에 누워 머릿속으로만 맴돌던 생각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 든다.


이 시간이 참 좋다.

아무 일도 해결된 건 없지만 적어도 다시 나를 꺼내어

자리에 앉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조금 후면 또다시 육아의 하루 속으로 들어가겠지만,

이 짧은 틈이 있었기에 나는 오늘을 잃지 않았다.


다시, 아주 천천히.

나의 속도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