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것 같았던 시간과, 다시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나에게 주어진 짧은 자유시간 동안 엄마로서의 일 뿐만 아니라, '나의 일'을 함께 해내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주어짐에 감사하며, 올해 목표로 세웠던 일을 하나씩 꺼내서 실현해보고 있다.
막상 다시 시작해 보니 새삼 지금의 현실이 느껴진다. 10년 가까이 사회생활하며 현장에서도 뛰고 나름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베테랑이라 생각했는데, 임신과 출산, 육아로 몇 년의 공백이 생기고 나니 다시 일을 한다는 게 예전처럼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때는 손이 빠른 직원 중 하나였는데, 지금 내 손은 키보드마저 낯설고 어딘가 굳어버린 것 같다.
손뿐만 아니라 머리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며 떠오르던 순간들이 줄어들고, 정리하는 데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요즘 말로 하면 그야말로, 감다죽이다.
그래서 상반기 나의 목표는 조금 수정해야 될 것 같다.
'틈틈이 일해서 다시 감다살이 되자!'
나의 감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이더라도 기존의 일을 위한 자료를 찾아보고, 보는 눈을 다시 키우고, 지금의 트렌드를 따라가며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함께, 한동안 멀어졌던 책도 다시 가까이해야겠다.
내가 처음 직장 생활을 했을 때 회사에는 문화복지비라는 제도가 있었다.
책이나 공연 같은 문화생활을 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그 금액만큼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복지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복지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월별 금액이 정해져 있었고, 이월이 되지 않다 보니 직원들끼리는 "이건 무조건 다 써야 한다"며 악착같이 문화생활을 챙겼다. 워크숍이나 전체 회의가 있을 때면 각자 읽었던 책이나 다녀온 공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그때는 바쁜데 왜 이런 걸 해야 하냐며 불만도 많았다. 차라리 연차나 휴가를 더 달라고 투덜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나는 한 달에 5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었다.
첫 회사에서 보낸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읽은 책을 계산해 보면 1년에 60권, 3년이면 180권이라는 꽤 놀라운 숫자가 된다. 그렇게 바빴던 시절에도 책 한 권을 읽을 시간은 나에게 충분히, 그리고 분명히 있었던 셈이다.
육아는 분명 바쁘지만, 그때처럼 야근을 하는 것도 , 밤을 새우는 삶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예전보다 책을 덜 읽게 되었을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쉬는 시간엔 오로지 '쉼'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과 멀어졌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요즘 들어 올해는 정말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Book처럼 접근하기 쉬운 방법도 많은데 왜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까 하는 작은 자기반성도 함께 하게 된다.
감이 떨어졌다고 부쩍 느끼는 요즘,
멀리했던 책도 가까이하고
문화생활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즐기며
조금씩 예전의 감을 찾아가고 싶다.
쉬는 시간마다 무의식적으로 폰을 들여다보기보다 의식적으로 시야를 넓히고,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다짐도 하게 된다.
요즘은 AI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고, 정보는 넘칠 만큼 넘쳐나는 시대다.
내가 하는 일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나 역시 그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따라가고 있다.
언젠가는 이 일들이 AI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아직은 사람이 해야 하는 영역이 분명히 남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시대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AI가 발전하듯 나 역시 배우고 공부하며 같이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도 , 다시 일을 하겠다는 마음도 결국은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나는, 다시 공부를 해야만 한다."
엄마로 살면서 잃어버린 것 같았던 감각들을 다시 하나씩 주워 담는 중이다.
물론 이 과정이 아직은 서툴고, 예전처럼 빠르지는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 느려도, 다시 천천히 나의 이름으로 배우고 찾아가면 된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 시간들도 충분히 의미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