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기록
국가: 모로코
공동체: Tagounite 근처의 농장 (사하라 사막 인근)
홈페이지: 그런 거 없음
체류기간: 2016년 2월 / 1주
이곳은 어디인가?
모로코 사하라 사막 인근, 보통 Zagora에서 많이 사하라 투어를 가는데, 거기서 더 들어가면 있는 소도시 Tagounite에서 또 좀 더 들어가면 있는, (그렇다 매우 멀다) 황량한 농장 같지 않은 농장 같은 농장.
왜 갔냐? 어떻게 알게 되었나?
사하라 사막을 가고 싶은데, 그냥 가기 심심하여 인근 농장을 방문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모로코 첫 농장이 약간 실망이었기 때문에 뭔가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품으면서 말이다. 미친 구글링 + workaway 웹사이트의 도움을 받아서 이메일 보내서 가게 되었다.
https://workaway.info
이 웹사이트로 말할 것 같으면 전 세계에 있는 각종 농장, 호스텔 등의 자원봉사, 일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일을 해주는 대가로 보통 숙박을 제공받는다. 우핑과 비슷한 콘셉트인데 농장뿐만 아니라 유기견 센터라든가 커뮤니티 센터, 호스텔 등 다양한 단체 및 개인이 등록되어 있다. 회원가입은 유료인데 소정의 가입비를 내면 된다. 이 웹사이트를 이용해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도 꽤 많다.
떠나는 길
Marrakech에서 Tagounite 까지 대략 버스로 12시간. 그다음 내려서 오토바이로 휘인 2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그니까 겁네 멀다.
잠자는 곳
흙으로 지은 집에서 잤다.
낮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따듯한 깔끔한 방이었다. 물론 침대와 담요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단출한 방이다. 마찬가지로 화장실은 반쯤 수세식. 물을 떠서 내려야 한다. 샤워도 마찬가지, 가스로 찬물을 데워서 몸을 적시면서 해야 한다. 물은 근처에 우물 비슷한 게 있어서 열심히 우물을 길어야 한다. 이 전 Rabat 농장에서 추위에 엄청나게 고생을 해서 걱정을 했는데 아무래도 사하라 사막 근처라 그런지 23-24도를 오락가락하는 최적의 날씨였다. (2월에 그러한 날씨니까 여름엔 정말 미친 듯이 덥겠구나...)
먹는 거
하... 진짜 배고팠다.
그렇다. 사막 근처라서 조달이 어려운 것. 이해한다. 근데 너무한 것이. 아침도 빵 쪼가리에 쨈. 망할 민트 티.
점심은 한~~ 참 있다가 계란, 토마토 넣은 오믈렛과 빵, 양도 많지 않아서 멍 때리면 먹을 것이 없음. 생존 경쟁임... 저녁에는.. 또 한~~ 참 있다가. 멀건 수프.. 날씨는 덥지. 밥도 제대로 안 주지. ㅠ-ㅠ 일할 기력이 없었음.
역대 방문했던 농장 중에 가장 굶주렸던 곳이었음.
먹고 싶어도 먹으러 갈 수 없었던. (사.. 사막이니까요) 절망의 기억. (.....) 아 원래 사막의 삶은 그러한 건가? 낙타처럼 먹을 것 있을 때 겁네 먹어서 비축해야 하는 건가? 사 먹고 싶어도 사 먹으러 갈려면 20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족히 가야 하니까 정말 굶주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그저 잠만 잤다. 아 그래서 사막에서 살게 되면 게을러지는 거구나. (응?)
커뮤니티 구조
대략 멤버는 5 - 15명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이 농장을 꾸려가는 3형제 - 그리고 매번 바뀌는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장기 자원봉사자가 없고, 다들 휘릭 휘릭 계속 멤버가 바뀌는 분위기이고. 커뮤니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생존 캠프라고 해두자. (응?)
교통수단.
없다. 히치 하이킹할 차량도 안 온다. (사.. 사막이니까요)
뭐하고 사나.
배가 고파서 멍만 때렸어요 (....)
아침 9-10시 / 가장 늦게 일어났던 농장... 다들 천천히 일어난다. 매우 천천히. 왜냐 너무 덥기 때문에 이 농장의 시계는 드라큘라 시간임..
10시 반. 아침식사를 먹는다. 대충. 빵. 그리고 민트 티. 벌써 은근 짜증이 난다.
10시 반 - 오후 2시 반 / 일을 한다. 유일하게 일 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략. 집 짓고, 흙 나르고, 옥수수 심고, 더워서. 천천히 일하고. 멍 때리고. 도망가있고 그랬음. (...)
오후 2시 반 - 4시 / 배고프다고 엉엉 거리면 슬슬 점심 준비를 시작한다. 계란 까고, 당근 썰고, 토마토 잘게 잘게 갈고, 감자 썰고, 우르르 넣고 타진에다가 거의 1-2시간 끓이면 타진이 완성이 됩니다. 그럼 거의 오후 4 시기 때문에 배고파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습니다.
오후 4시 - 10시 / 자유시간... 너무 덥고. 더워서 자고. 일어나서 해지는 거 구경하러 가고. 흐느적흐느적 걸어 다니고. 이야기하고...... 아. 잉여 잉여합니다.
10시 - 새벽 1-2시 / 배고프다고 징징 거리면 또 슬슬 멀건 수프 같지 않은 수프를 끓입니다. 또 정신이 혼미해진 저녁 11시 즈음이 되면 완성된 걸 먹어요. 먹고 나서도 배가 고프지만, 달래면서 음악을 - 북을 둥둥 치고 놀다가 - 카드놀이하고 - 헛소리하다 아아. 오늘도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졌구나 하면서 잠..
일주일 살기 (1주) 비용
하루 contribution으로 50 디르함을 낸다. 50 디르함 (5불) *5 = 대략 USD 25 정도 들었다. 일주일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5일 버티고 도망갔다.
- 총비용: 약 3만 원
- 일주일 기준: 약 3만 원
그래서 어떠했나
이건 공동체도 아니고! 이건 농장도 아니고! 이건 체험투어도 아니고! 정말 최악의 농장이라고 할 수 있다. -_-실망, 낙담, 우울에 쪄들어서 이후 여행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 아 물론, 중간에 사하라 사막 들어가서 chegaga라는 queen of dune이라는 곳에 갔는데. 그건 좋았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로. 아무것도.
충격은 이 농장이 organic farm이라고 WOOF 홈페이지에 소개되어있다는 것.... organic은커녕 그저 담배에 찌들어 있는 좀비 농장이었....는데. 그리고 Workaway 웹사이트에서도 후기가 무려 100건에 달하는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농장이었다. (...)
음식이 모자라서 배가 고플 수도 있고, 너무 더워서 늘어져있을 수도 있다. 태국 농장도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여긴 그래도 전기가 있었으니... 결국 무엇이 문제였을까 생각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이 장소의 목적은 운영하고 있는 삼 형제의 생계수단, 일종의 관광상품 '사하라 사막 인근의 농장을 체험해보세요' 였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거침없이 플라스틱과 세제를 쓰는 것을 보아하니 '생태'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그저 옥수수를 아무 곳에나 마치 '데코레이션' 하듯이 심는 것을 보니 목표가 '농사'도 아니었다.
여긴 애초부터 농장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긴 공동체였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참여하는 봉사자들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주 가까이 머물면서 삼 형제가 제공하는 '색다른 삶의 방식' '사하라 사막 인근에서 사는 모습'을 소비할 뿐이었다. 열심히 많은 사진을 찍고, 아아 멋지구나 하고 떠날 뿐, 이 곳의 삶의 일부로 스며들 수도 없고 (애초부터) 그리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재정적인 것, 즉 돈 이외에는 없었다. 그저 결국 구경을 하고 가게 될 뿐...
그렇다. 여기선 최고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이름도 멋진 사하라 사막 인근에서, 머리를 수건으로 둘둘 감고, 거친 기후의 삶을 이겨내는 모습. 뭐 그래서 사막 인근을 맴도는 '진짜 노마드'들을 '아주 매우 조금' 이해하는 계기가 되긴 했다. 하지만.
연신 찰칵 셀카를 찍어대는 일본인 아이 옆에서 나도 모르게 쓴 입맛을 다시다가 떠났다. 농장도 아니고, 공동체도 아니고, 집은 더더욱 아닌, 그저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관광지를 방문하러 온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