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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Jun 24. 2016

19. 모로코 농장 Rabat, 일주일 살기 (6만원)

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기록


국가: 모로코

공동체: Rabat 근처의 농장

홈페이지: 그런 거 없음

체류기간: 2016년 2월 / 1주



이곳은 어디인가?

모로코 수도인 Rabat에서 한 1시간 남짓 떨어진 작은 농장이다. 공동체보다는 농장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약 10여 년 정도 되었다.


왜 갔냐?

태국 농장을 나와서 유럽 대륙을 건너가기 전에...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뜨신 북아프리카에 있다 가야겠다는 단순한 생각. 

그리고 이왕 지내는 거 마음의 안식처(?)인 농장에서 지내야겠다는 뭔가 안일한 (?) 생각. 별생각 없이 찾아갔다. (...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농장이 다 같은 줄 알았지)


어떻게 알게 되었나?

모로코에 좋은 농장이 없는지 수소문을 하자, 지인의 지인의 지인 ( 무려 3 다리 )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일반 자원봉사자나 방문객을 받지 않는, 지인 찬스를 통해야 갈 수 있는 곳!


떠나는 길

Rabat에서 만나서 개인 차량으로 약 1시간 이동


음식은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맛있는 곳이었다...하아...


잠자는 곳

이때까지 방문한 농장 중에 가장 럭셔리 한 곳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모로코는 사막 지형이다 보니 물이 귀해서 물과 전기를 아껴야 했지만. 그 외에는 제법 넉넉했다. 다만... 2월은 모로코도 추운 날씨.. 겨울 옷이 없던 나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ㅠ-ㅠ) 아직도 생각난다.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옷은 다 껴입고, 담요를 3-4겹 덮어도 추웠다. 새벽 2-3시경에는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히터를 켜서 손발을 부비부비 하면서 데운 다음에 다시 히터를 끄고 잤다. (전기 아껴야 해서 히터는 자주 사용할 수가 없었음)


그런데 오후가 되면 제법 따듯해서 일을 하다 보면 땀도 나기도 했다 (응??) 그러나 밤이 되면 다시 쌩쌩 추위. 주전자에 물을 데워서 겨우겨우 뜨신 물 샤워를 했다. 화장실은 수세식. 부엌도, 잠자는 곳도 제법 세련된 곳이었음.


먹는 거

음식. 기가 막힌다.

이 농장은 주말마다 세련된 레스토랑으로 변신하는데, 이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작물을 요리해서 제공한다. 채소들은 다 엄청 싱싱하고 알차고- 올리브 오일도 지역에서 따서 짠 것들이고, 빵도 직접 밀 제배해서 화덕에 구운 것이고... 커피도 기가 막히고... 모로코에 약 4-5개월을 체류했는데 그동안 먹었던 요리 중에 여기서 먹었던 것들이 가장 맛있었다!!


참으로 따스하게 보이지만, 더럽게 추웠음, 너무 고생했음. 추워서.ㅠㅠ


커뮤니티 구조

멤버는 8-10명 정도, 그리고 이 곳은... 나름의 계급(?)이 있었다. 우선 이 농장을 시작하신 부부, 그리고 이분들의 인연으로 오게 된 멤버 2명이 있고, 현지 주민들 4-5명이 현 농장의 주요 일거리들을 도맡아서 하신다. 요리부터 농사일, 잡일까지 몽땅 다- . 농장을 시작하신 부부는 주말마다 농장에 오셔서 관리 및 감독을 하시는 정도? 실제 농장을 가꾸어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일은 현지 주민들이 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 농장을 멤버들이 함께 가꾸어나간다는 느낌이 없었다.

왜 여긴 같은 농장인데 공동체나 커뮤니티로 느껴지지 않고 마냥 불편했을까?


교통수단.

없다. 농장 안은 걸어 다니고, 시내로 이동하려면 택시를 불러야 함


뭐하고 사나.

당근 심고, 샐러리 심고, 나무 줍고, compost 모으고(...) 하루하루 이렇게 보낸다


아침 8시 반 / 아침식사. 아시아 지역과 다르게! 모로코 아침은 천천히 시작된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8시 반도 엄청 빠른 거다, 도시에선 보통 9-10시임. 아침은 간단하게 porridge, 과일, dates..


9시 반 - 오후 2시 / 자.. 바로 여기서 에러가 난다. 여긴 점심을 오후 2시가 넘어야 먹는다!!!!! 즉 오전 시간이 가장 힘들게 일하는 시간인 거다. 밥도 많이 안 먹이면서!!! 오후 2시까지 기다리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힘들었다.ㅠㅠ


오후 2시 - 4시 / 그나마 점심은 천천히 준비해서 천천히 오래 먹는다. 점심을 제일 잘 먹는데, 타진이나 빵을 챱챱, 그리고 휴식시간도 있는 편. 휴


4시 - 7시 / 오후 시간 일은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다. 쉬엄쉬엄 당근을 심고, 샐러리를 심고, 나뭇가지를 줍는다. 아이고 허리야. 저녁밥 시간만 기다림...


8시 - 9시 / 저녁은 간단하게 야채수프를 먹곤 한다. 배가 고프다. 쩝. 아침저녁은 soup고 점심만 멀 먹다 보니 항상 배고팠다.


9시-10시 / 씻고 자러 간다. 10시면 대략 취침!


고양이가 그렇게 편해보일 수가 없음 (...)


일주일 살기 (1주) 비용

하루 contribution으로 100 디르함을 낸다. 100 디르함 (10불) *6 = 대략 USD 60 정도 들었다.

- 총비용: 6만 6천 원
- 일주일 기준: 6만 6천 원



그래서 어떠했나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일찍 떠났다. 농장 자체는 아름다웠고 음식도 맛있었고, 잠자리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공동체는 그곳에 없었다. 공동체의 삶보다는 그저 일 도와주시는 모로코 현지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사막에 가깝던 그 지역을 10여 년간 노력하여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낸 부부의 노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농장으로서 의미는 있었을지는 몰라도, 공동체 삶이 궁금했던 나에게 그곳은 그저 일하는 사람과 일 시키는 사람이 있는... 다소 딱딱한 곳이 아니었는지.. 혹은 내가 너무 일찍 실망하고 떠나가버린 것 일수도 있지만..


농사를 함께 짓는다고, 같이 산다고, 공동체가 되는 것이 아닌 거다.

이 곳의 경험 덕분에 내가 찾고 있던 것이 농사, 파마 컬처, 생태적인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태공동체도 좋지만, 방점은 '생태'에 찍혀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찍혀있던 것이었다. 무엇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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