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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Aug 28. 2020

아. 그놈의 돈 이야기 좀 그만해.

식상하다고

요즘 어떤 책이 유행하나 00 문구 베스트셀러를 살펴보았다. "하루 종일 잠만 자도 괜찮습니다. 놀아도 괜찮습니다..."류의 힐링 에세이야 원래 많았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월 천만 원 4시간 일해서 벌기" 류의 책들이 원래는 경제. 자기 계발 섹션에서만 있었는데 종합 순위를 다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꽤나 놀라버렸다.


왜 이렇게 돼버린 건지?라고 한 3분 정도 생각해보니 답은 금방 나왔다. 코로나 19 덕분이다. 주식이니 트레이딩이라곤 머나먼 은하수 마냥 거리감이 있던 친구가 트레이딩 앱을 만지작 거리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다들 동학 개미가 된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부자 되었다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안 들어본 사람 없듯이, 이번에 삼성전자 주식 사서 짭짤하게 돈 벌었다는 사람 이야기는 종종 들린다. 

그러하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다들 구질구질한 근로소득에서 벗어나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 버는 방법을 배우시라~ 유튜브 영상을 찍고, 강의를 팔고, 블로그를 쓰고, 책을 쓴다. 강연을 하지 못하니까 웨비나를 한다. 그걸 옆에서 팔짱 끼고 바라보고 있는 나는 뭔가 찜찜하다. 왜지?


일단 피로하다. 같은 메시지가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내용만 슬쩍 바꿔서 나오니까 그러하다. 맨 처음 신사임당 영상 (참고로 그 전엔 비아토르 라는 아재가 계셨는데...)을 봤을 때는 "오 신선하다" "그래 누군가는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는 게 필요했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1년 전인 2019년이다. 1년이 지금 오늘은 정말 홍수가 따로 없다. 다들 뭐 하나 뜬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는 건 알겠는데 코로나 19, 동학 개미, 부동산 대란 등등 수많은 이슈가 겹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는 안부보다 먼저 집을 샀느냐 묻는다. 아. 정말 피로한 것이다.


무엇보다 식상하다. 나의 가장 큰 불만은 그것이다. 돈 이야기하는 거 뭐 나쁜 건 아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진짜 하고 싶은 열정을 찾아라~ 열정에 기름 붓는 소리보다 청춘들이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근로소득에서 벗어나 사업소득을 만드는 (특히 요것) 실전 노하우와 팁을 공유하는 것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 채널 중 '30대 자영업 이야기' 같은 류의 생생 살아 숨 쉬는 스토리들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대부분의 돈 콘텐츠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일 안 하고. 금융소득을 얻을 것인가"에 집중되어있는 것 같아서 보기가 쫌 괴롭다. 이 시국에 제대로 한탕할 준비를 안 하고 있는 나는 뭔가 뒤처진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것과 동시에 말이다. 


야. 너도 클릭 딸깍딸깍해서 억대 연봉받는 방법 알려준다고 하면 좋아할 거잖아!라고 물어보면. 응! 그거야 당연하지. 나도 낼롬 궁금해하고 좋아하겠지. 근데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나선 돈을 엄청 벌고,  곧 지루해하고 심심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 필요한 서사가 몽땅 "돈"으로 점철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놈의 돈, 자기 계발, 힐링을 거르고 나니까 읽을 책이 한 줌밖에 없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일단 다양성의 측면에서 말이다. 내가 뭘 알겠냐만.. 일단 그 사회의 일원인 내가 노잼이고 전혀 흥미롭지 않다. 그렇게 돈 벌어서 뭐할 건데? 가 난 더 궁금하고 재미있다. 그렇게 돈 많이 버셔서... 뭐 하실 건가요? 내가 배가 덜 고파서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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