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제 이가 나려는지 잘근잘근 치발기를 가져다가 어금니 근처를 씹어댄다. 제법 고개도 빳빳하게 잘 들고, 그뿐인가 며칠 전엔 뒤집기도 성공해서 혼자서 뒤집어가지곤 고개를 쳐들고 배밀이를 시도하겠다고 용을 쓰고 있다. 옹알이가 터지는 날에는 돌고래 소리를 끼요오오오 내면서 집안이 떠내려가라 소리를 질러대기도 한다.
하루가 모르게 자라나는 아가를 보고 있다 보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부족해도, 그저 차원이 다른 행복함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신기하고 귀여운 존재가 나에게 있다니. 이런 아가가 쑥쑥 크고 있다니. 그런데 이 아가가 나중엔 쑥쑥 커서 사춘기 소녀가 되어선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 이러곤 방문 꽝 닫고 들어가겠지. 아.. 아가가 그만 컸으면 좋겠다... 어느새 이런 상상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아가에겐 내가 세상의 전부이고.
나에게도 아가가 세상의 전부이다.
흘러가는 세상은 모르겠고, 그저 아가와 나만 존재하는 행복에 잠겨있다.
이렇게 행복한 것이라고 왜 그 누구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지? 아니면 세상 사람들 다들 알고 있었는데 나만 이제야 알게 된 건가. 이런 행복을 알았더라면 먼저 아가를 가졌을 텐데 야속한 마음마저 든다. 아가를 키우게 되는 겪게 되는 각종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는데, 충만한 행복에 대해서는 사실 전혀 몰랐다. 하기야. 세상을 다 갖은것 같은 이 충만함을 어떻게 표현하겠어.
내 인생에서 하길 잘했다~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은 결정들이 몇몇 개 있다. 창업을 한 순간들 그리고 사업 말아먹고 그만두기로 결단을 내린 것, 거리낌 없이 세계여행을 쏘다닌 것, 니꼬와 '노마드코더'를 결성한 것.. 등등.. 그중에서도 단언컨대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결정이자 동시에 가장 잘한 결정이 바로 '아가를 갖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가 덕분에 세상을 보는 나의 시야가 확장되었다. 내가 전혀 모르던,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엄마의 세계에 눈을 떴다. 우리 모두가 눈도 뜨지 못하고, 혼자선 도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 아가였음을 알게 되었다. 까만 눈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깊은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최고의 모험을 하고 호화로운 세계여행을 수백 바퀴를 해도 얻을 수 없는 그런 행복 말이다 ㅎㅎㅎ 물론,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어려움이 앞으로 있겠지만... 이런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아가에게, 삶의 진리를 마주하게 해 준 나의 아가에 너무 고맙다.
그래서 이러한 순간순간들을 잊지 않으려고,
꾹꾹 눌러 적어놓으려고
오늘도 발버둥 치며 글을 적어 내려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