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n Sep 23. 2016

8. 베트남 농장, 삼시세끼 같이 먹기

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생각


누군가와 삼시세끼를 일주일 내내 같이 먹어본 적이 있나


솔직히 남자친구와도 삼시세끼를 다 챙기면서 같이 먹은것은 길어봤자 4-5일 정도인 것 같다. 그것도 여행 가서 나름 맛집 찾아서 돌아다니면서 말이다.


여기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그 곳. 식당.


내 생각에는 아마도.. 최초였다.

누군가와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세끼를 다 챙기면서 일주일 내내 같이 먹은 것 말이다. 하기야 이게 얼마나 진귀한 일이냐면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도 있지 않은가. 삼시세라고. 한끼도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사회 아닌가. 그런데 하루 3끼를 챙겨서 사람들과 다함께 먹는다구?


그리고 베트남 음식을 삼시세끼 먹는다구?


난 베트남 음식을 사랑한다.

베트남에 도착했을때 바로 사랑에 빠졌다. 내가 한국에서 먹던 건 진짜가 아니었구나. 하 진정한 포는 이거구나. 이것이 진짜 베트남 포! 커피! 반미! 넋을 잃고 쳐먹었기 때문에 당연히 농장에서 베트남 음식만 삼시세끼 먹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베트남 음식이라도....계속 먹으니...


아. 근데 내가 빵 중독이더라고...커피랑 빵. .....

여긴. 아침 밥. 점심 밥. 저녁 밥. 가끔 국수....일주일 내내 그걸 돌리고 나니. 다시 한 번 내가 얼마나 도시도시한 여성이었는지 깨닫는다. 나에게 빵과 커피를 달라. ...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이지만 계속 먹으니까 물려요. 헝헝.


삼시세끼의 루틴은 대략 이렇다.

약 10여명의 베트남, 라오스 농부들의 공동체. 그들의 아침은 당연히 5-6시 해가 뜰 때 시작되었다. 나야 늦잠을 자서 항상 늦었지만. 식당에 가면 다들 테이블 세팅을 하고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한다. 아침이라 그런지 큰 대화는 없다. 다들 먹고나면 설거지 담당인 나와 꽃청년 흐엉이랑 같이 모여서 그릇들을 씻는다. 그릇을 치우고 나면 녹차 담당인 하오가 녹차를 끓여놔서 다들 모여서 녹차를 홀짝인다. 이상하게 농장에선 아무도 그 유명한 베트남 커피를 안마셨다. (ㅠㅠ)


영어가 가능한 친구가 없어서 주로 몸짓발짓을 다 동원하여 대화를 해야했다. 처음에야 재밌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니까 답답했다. 처음에야 어머나 진짜 조낸 말이 안통하네. 이럴수가 있나 이런 초 쉬운 영어도 모르다니! 했지만 점점 아놔 그래도 브레드. 빵, 브레드는 알아야할 것 아냐. 농부이면 브레드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음? 브레드 엄냐고!!!..하다가 대략 대화 포기...그저 웃지요.


그래서 한글을 가르쳤다 (...)


그렇게 나는 10여명의 사람들과

아침 6:30

점심 11:30

저녁 6:30

삼시세끼, 일주일동안, 같은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베트남 밥을 먹었다. 그리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그들과 나는 그저 웃지요. 싱긋. 허허허.



삼시세끼 같이 계속 먹으면 그 사람을 알게된다.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흐엉은 밥 위주로 먹는다. 밥을 초반 러쉬 해서 재빠르게 국수 말아먹듯이 흡수한다. 그래서 테이블 세팅을 할때 흐엉 쪽에 밥을 많이 퍼놓는 것이 좋다. 케빈은 생김새와 다르게 대식가다.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양을 특히 고기 위주로 먹는다. 내가 그날 배고프다면 케빈 옆에 앉지않는 것이 좋다. 하오는 국수에 환장한다. 평소엔 그렇게 많이 안 먹는데 국수, 포가 나오면 엄청 먹는다.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커피를 좋아해서 둘이서 몰래몰래 커피를 만들어서 마시고는 했다. ....


반찬을 테이블 중앙에 좌르르륵 배열


그리고 나는. 채소. 서걱거리는 싱싱한 채소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기에 다들 채소가 나오면 나에게 몰아주고는 했다. (고기 반찬이 너무 많고. 그걸 다 쳐묵해서 변비땜에 고생해서 그런건데... ) 토스트! 브레드!  를 외치다가 대화를 포기한 사람들인데. 일주일 후에 내가 무슨 반찬 좋아하는지 알고 밥 먹을때 슬쩍 밀어주더라. 떠나는 날 버스 기다릴때 커피를 손에 쥐어주더라. 


아 언넝 도시에 날라가서 커피와 빵을 주입해야지. 

낄낄 하다가. 쥐어준 커피를 보니 눈물이 핑 돌면서. 


식구가 이건가 했다. 




아....이 귀여운 사람들...



매거진의 이전글 7. 베트남 농장에서 일주일 살기 (총 5만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