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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Sep 27. 2016

11. 발리, 무엇이 커뮤니티를 만드는가

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생각

솔직히 적어보자면 그렇다.


발리에서 난 참으로 외롭고 지루했다.

아니! 왜!

난 발리에 있는데!


다들 우왕 발리에 있구나. 부럽다. 와웅. 하는데

나는 그저 오늘은 또 뭘 해야 하나.

오늘은 또 누구랑 저녁을 먹을까,

이번 주말은 뭘 해야 하나,

배고픈데 뭐 먹지, 아놔, 귀찮음 ㅅㅂ


뭐 위의 패턴의 연속이었음.

어느 순간, 그 무비자 체류기간 30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남들 다 방문하는 롬복이라든가, 근처 여행도 극강 귀차니즘으로 다 패스하고... (겨우겨우 changu 한번 다녀옴...)


쿨한 척했지만.

나 외로웠음 (...)


그저 심심할뿐


자, 지금 돌아보니, 이유는...


나의 종족을 발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오로빌에서, 베트남 농장에서의 경험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자, 오로빌에서는 오히려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 7시 해 지고 나면 어디 갈 수가 없어서 꽤나 산속에서 소쩍소쩍 소쩍새 삶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달빛을 배경 삼아 매우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려!) 게다가 다들 오로빌에 드문드문하게 살아가지고, 놀러 가기도 귀찮고 힘들다. 뭐 오로빌에 택시가 있겠는가, 아는 언니 집에 놀러 가려면 겁내 자전거 밟든가, 스쿠터 히치하이킹을 해야 했음. 그것 마저도 비가 겁내 오면 ㄴㄴ, 비 오면 모든 것이 빠이염- 되는 환경임. 하지만 외롭다는 생각이 사무치게 들지는 않았다.

베트남 농장은 더 심하다. 영어가 안 통함. 삼시세끼 같이 먹고, 같은 동네 살았지만, 아니 의사소통이 아니 됨. 하지만 마찬가지로 발리처럼 외롭진 않았음.


왜냐면 나와 비슷한 종족들이 있었거든

말은 안 통해도, 아- 나와 비슷한 종족이구나! 하고 안테나가 알려줬거든


무엇이 커뮤니티를 만드냐.

같이 삼시 세 끼를 밥을 먹을 수도 있고, 같은 공간에서 먹고 씻고 잠자도 되고, 같이 육체노동을 해도 되고, 블라블라 하지만, 가장 제 1 원칙은 이거다.


같은 종족이어야 커뮤니티가 된다.

발리에서는 안타깝게도, 나와 비슷한 종족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발리는 (나의 얄팍한 지식과 경험에 의하면) 굉장히 물질 만능주의인 곳이다. 에... 서울 신사동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미국/유럽 얘들이 소비하는 삶의 형태와 인도네시아 로컬 얘들의 삶의 방식의 차이는 어마 무시했다. 그니까 그 유명한 요가 요가한 곳에서 아이들이 요가 요가하면서 비 건하고 글루텐 후리 한 음료를 드링킹 하는데 그 기본 멤버십 가격이 여기 아르바이트하는 친구의 한 달 아르바이트비랑 맞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난 영 기분이 거시기했다. 더 고급진 표현이 있을 텐데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기분이 별로 였다. 뭐 그렇다고 나 또한 다른 것은 아니기에, 그저 툴툴 거리면서 이 제국주의 산물! 을 후 붓에서 외치고 있을 수밖에 (....) 물론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발리 로컬 사람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지... 그 접근방식이 top-down이라고 해야 하나? 애초부터 너를 도와줄게 접근방식이라서 난 왠지 배알이 뒤틀렸다. 왜냐고 묻지 마라. 난 그냥 그런 종족인가 보다. 이런 gap 자체가 두드러기 날 정도로 싫었다.


그린스쿨. 유일하게 맘에 들었던 곳


우리 모두 같이 요리를 했고, 같이 설거지를 했다. 발리에선 먹는 사람 따로, 설거지하는 사람 따로다.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알려주면 되는 거다. 발리에선 요상 이상한 워크숍을 해서 돈을 받는다.


자기소개를 따로 하지 않았다. 그냥 싱긋 웃고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발리에선 어. 난 어디에서 왔고 뭐하러 왔어 라고 소개를 해야 했다. 난 그게 너무 싫었다.


발리에도 물론 커뮤니티가 많다. 우붓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노마드 커뮤니티, 요가를 중심으로 한 요가 커뮤니티... 서퍼를 중심으로 한 서퍼 커뮤니티..


그저 난 나의 종족을 발견을 못해서, 여기서 커뮤니티에 끼지도 못하고, 혼자 서성인 거다.

시간이 짧아서, 한 달만 머물렀으니까 아마 더 있었으면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았으려나.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과, 현란한 요가 팬츠의 아름다운 사람들과, 맥북을 들고 발리에서 행복하게 잘 먹고살 궁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성이다.


떠났다.

나의 종족을 찾아서.



안녕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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