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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Nov 13. 2016

25. 루마니아 한 달 살기 (총 67만원)

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기록

국가: 루마니아

공동체: 응?

홈페이지: 응?

체류기간: 2016년 9월 - 10월 / 1개월


이곳은 어디인가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 사실 루마니아 수도가 부쿠레슈티인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부다페스트랑 헷갈렸어요. 하지만 마이클 잭슨도 헷갈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데헷.


왜 갔는가

베를린 만세를 외치고 있었는데 어라, 3개월이 끝나버렸네? 오잉? 우짜지? 어디 가지? 갈팡질팡 할 때 쨔쟈잔 하고 나타났다. 결정적인 이유는 비행기 티켓이 15유로 (약 2만 원?), 친구도 살고 있고, 물가도 싸다고 하고, 게다가 인터넷이 겁내 빠르다는 소문 (100메가!), 노마드들이 여기도 많다는 풍문을 듣고 날아갔다!


어떻게 알게 되었나

태국에 있을 적, 누군가가 슬쩍, 루마니아가 참 싸고 좋다더라 라고 한마디 하셔서, 응? 그게 어디여? 어디에 있는 곳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혀 까먹고 있다가 마침! 루마니아에서 여행 온 청년과 친해지면서 한번 놀러 갈게!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떠나는 길

막상 아무 생각 없이 부쿠레슈티에 내리자 노후한 버스, 노후한 트램, 우중충한 기운 (!)을 느끼면서 아아 난 동유럽에 왔어!라고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8차선 도로와 거대한 빌딩을 보면서, 오! 이것이 꼬뮤니스트의 유산인가! 온통 회색빛의 네모네모 다 똑같이 생긴 건물을 보면서 꼬뮤니스트들은 왜 미적 감각이 없는가 탄식하였다. 친구가 알려준 대로 어찌어찌하여 버스를 타서 시내로 들어갔다. 버스는 대략 8 레이. 그러니까 4 레이가 1유로 이기 때문에 2천 원 정도? 루마니아 말로만 안내해주는 무심한 버스 (영어따위 쓰지않아)를 타고, 다시 긴장해야 하는구나 중얼거렸음. 굿바이 first-world.



생긴거 하나 참으로 삭막하게 생긴 빌딩. 맞아요. 우리 집이었어요.


잠자는 곳

여행 내공이 쌓인 덕분에, 다시 한번 친구 찬스를 써서 약 3-4일 정도 친구 집에 퍼질렀다. 마찬가지로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고맙소 아디군, 자네가 이걸 읽을 수는 없겠지만) 친구 집에서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또다시 친구의 친구의 형 방이 비었다는 풍문을 듣고 찾아가서 한 달 렌트하는 것에 성공! 총 160유로, 대략 20만 원 정도로 저렴하게 시내에서 약간 멀지만 (뭐 시내에서 할 것도 없는걸) 스위트 홈을 득템 했다.


동네: 시내에서 트램 타고 약 20분 거리

월세: 160유로

구조: 독방, 부엌과 욕실은 공유한다.

셰어하우스: 본인. 루마니아 남성, 총 2명


베를린과 다르게 부쿠레슈티는 ... 삭막했다. 공산주의 잔재랄까. 회색빛 건물, 똑같이 생긴 집들, 마음도 칙칙해지는 슬픈 느낌. 베를린의 초록초록은 사라지고, 공산주의의 회색 회색을 맞이하니, 마음도 눅눅해졌다.


아아 마음이 눅눅해지는 트램 풍경


먹는 거

그렇다 하더라도, 동유럽이야! 여긴 이제 쌀 거야! 움하하! 이제 나도 외식할 테다!... 하였으나. 음.... 먹을게 그다지 없다? 그러니까... 움... 나랑 안 맞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뭐지... 대략 루마니아 음식은 아래 두 가지로 나뉜다.


* 수프 - 돼지기름이 동동 떠있고, 각종 야채가 듬뿍 들어간 수프, 겁내 맛나다. 이거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러요.

* 돼지고기 요리 - 소시지도 있고 돼지고기 위에 노오란 푸딩스러운 것 (마말리그)과 함께 먹음.


모든 음식에 돼지가 들어가더라! 여긴 무슬림들이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군. 뭐 그래도 외식을 한다는 것에 감동하여 열심히 먹었지만... 한계를 느꼈다. 뭔가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켓을 향했으나, 마찬가지로 뭔가 칙칙하고 종류도 많지 않은 단출한 마켓을 보면서 시무룩해졌다. 아. 여긴 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구나. (눈물) 맥주 종류만 많으면 뭐하니. (눈물)



하지만 수프는 맛있었엉. 이 빵 속 수프 원조는 바로 이 동네라는 말씀!


교통수단

루마니아 버스, 트램은 굉장히 노후했다.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신기한 느낌?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굴러다닌다고 해야 하나? 하기야 자동차의 경우 티코를 종종 발견하였으니까... 반면, 지하철은 나름 세련되고 신식이다! 노선이 2개밖에 없어서 그렇지 쿨럭 (...) 베를린과 다르게 급할 때는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장점 (?) 이 있다. 가격? 버스, 트램의 경우 한국처럼 띡! 소리 나고 찍는 기계가 있고, 그 카드를 충전해야 한다. 문제는 그 카드를 충전하는 곳이 매우 많이 없고, 기계로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한테 돈을 주고 충전하는 (... 응?) 방법이며, 그러다 보니 충전하고 싶어도 오후 6시 지나면 그분들이 퇴근하셔서(하하하..) 충전을 못한다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나도 돈 내고 싶었다고! 근데 방법이 없는데 어쩌냐고! 나름 신용사회 시스템이라 (-_-) 그냥 타도 무방하고, 가끔 (아주 매우 가끔! 한 달 동안 두 번 봤음) control 아저씨가 돌아다니면서 표를 검사한다. 한번 타는데 1-2 레이 정도, 한화로는 300원? 제대로 돈을 내고 탄 적이 없어서 (-_-) 잘 모르겠스므이다. (...) 그래도 버스와 트램이 부쿠레슈티 전 지역을 어느 정도 커버하기 때문에 돌아다니기 편했다.


커뮤니티 구조

노마드들이 많다고 누가 그런 건가. 찾기 쉽지 않다.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서 몇 명 만난 것이 전부다. 게다가 전혀 인터내셔널 하지 않다! 아시아 사람을 한 달 동안 2명 만났다! 악!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어딜 가든, 심지어 모로코에서도 종종 중국인이나 아시아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루마니아에선... 헝가리인, 독일인, 가끔 미국 사람... 뭐 이 정도? 하아... 하지만! 대다수의 20-30대  젊은 루마니아인은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meetup.com을 통해서 몇몇 모임을 나가서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루마니아 디지털노마드 페이스북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DigitalNomadsInRomania/


루마니아 toastmasters 밋업 그룹

https://www.meetup.com/Twentysix-Spinning-Stars-Toastmasters-Club-Meetup/



뭐하고 사나

매우 심심했습니다.


오전 10시 반. 적어도 10시에는 일어나야지.라는 마음으로 기상합니다. 하나 자꾸 잠.. 매우 게으름


~ 오후 1시. 집에서 꾸물거리면서 아침을 먹습니다. 빵을 먹고. 계란 프라이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천천히. 느릿느릿.


~ 오후 6시. 동네 카페로 슬렁슬렁 걸어가서 일을 합니다. 사실 집이 인터넷이 제일 빨랐지만. 집에선 일이 아니 되어서... 아아 루마니아 인터넷은 감동입니다. 50메가는 기본, 쫌 빠른 곳은 바로 100메가 찍습니다!


~ 오후 11시. 소셜 활동.... 이 가능하면 하고, 아니면 또다시 집에 가서 컴퓨터와 함께 허튼짓... 빠른 인터넷에 매우 감동하여 이때까지 못 봤던 각종 영화와 예능을 챙겨보면서 폐인 생활을....



이렇게 이쁜 도시도 있습니다. 다만 부카레스트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요


한 달 살기 비용


숙소: 160유로 (셰어하우스)
식비와 생활비: 370유로
총합 (1달): 530유로, 약 67만 원


자, 여기서 약 1주일은 루마니아 여행이 포함되어있다. 부쿠레슈티가 가장 못생긴 도시라는 소문을 듣고 다른 도시들, sinaia, sibiu, sighisoara, brasov, timisoara 까지 다녀왔다. 돌아다닌 바에 의하면, 그 말이 사실이다. 수도인 bucharest가 가장 삭막하고, 나머지 도시의 경우 건물들도 아름답고 특히 sighisoara의 경우 동네 민심도 참 좋다.


날씨의 경우 몹쓸 베를린보다는 훨씬 온화했고, 물가도 저렴하고, 인터넷도 빠르고, 소문에 틀린 바는 없었다. 그러나 정적인 도시, 회색빛 건물, 미소가 없는 특유의 동유럽권 문화, 무엇보다 너무 낮은 인건비 - 함께 사는 동거인의 경우 한 달 월급이 350유로라고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 350유로라고? 한 달 월급이? - 에 의한 팍팍한 삶.... 인건비를 생각했을 때는 결코 물가가 싼 게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는 동거인의 푸념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한국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우리 모두의 전세계의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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