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생각
베를린이 좋은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별로인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방문 도시 중에 치앙마이와 비등하게 1위를 겨루고 있는 도시는 베를린이다.
왜?
베를린에서 집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베를린에 도착해서, 그 셰어하우스에 살면서부터, 그때부터 비로소 내가 찾는 것이 이것이었구나를 알게 된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뭐지? 하다가.. 아 이것이 내가 찾고 있는 '커뮤니티'구나 '공동체'구나 '집'이구나. 그제야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무엇이 집을, 커뮤니티를 만드는 걸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냐, 이 것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른데, 나의 경우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like-minded people'이지 않을까.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미소가 있는 사람, 나누고 공유할 줄 아는 사람,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 자연을 닮은 사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과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종족을 찾은 느낌이며, 내가 머물 곳을 찾은 느낌이랄까.
이러한 사람들과 함께 삶을 공유할 때, 단순한 밥을 먹는 행위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배우고 또 배우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전반적인 베를린의 공통 정서였다.
철학과 가치!
안타깝게도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모로코까지 개발도상국의 경우 특히 더더욱 '자본주의' '돈의 원칙'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철학이나 가치보다는, 빨리빨리 개발하고 발전해서 부자 나라가 되어야 한다, 는 모든 것을 '돈'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돈만 주면 다 되는 곳이다! 그게 얼마나 숨 막히는지!
하지만 내가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적어도 베를린에서는 (다른 곳은 잘 모르겠다) 가치, 철학이 우선시되고, 돈이면 다된다는 생각은 매우 천박한 사고방식으로 경멸한다. 돈이 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일, 빨리 성장하지는 않아도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그래서 답답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러한 사고와 철학이 깔려있는 사회에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베를린 거주 당시 한국의 시민단체를 도와주는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정말 좋은 일을 한다면서 칭찬을 하는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에 그치지 않고, 자기는 어디 어디 시민단체에 활동을 하고 있다며 대화가 이어지고는 했다. 여기선 시민단체 활동이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었다!!! 우와!!
요즘 한국에서는 대통령 퇴진 집회가 한창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더더욱 베를린의 그러한 가치가 돋보이는 것 같다. 돈이면 다 된다는 속물주의, 선택받은 특권층이 되어야 한다는 심리, 그러한 정서가 평상시 한국엔 저변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사태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러한 마당에 미국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천민자본주의의 상징에 가까운 트럼프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더더욱 놀랍다. 미국도 살 곳은 아니구나... 다시 생각한다.
점점 사람들은 파편화되고, 고립되고, 외로워지고 있다.
일자리 구하기는 아마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고, 우리는 쉽게 대체될 것이며, 개개인은 살아남기에 급급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악' (이라고 딱지를 붙인)의 무리에서 구해줄 것이라 판단되는 급진적 리더를 뽑기 시작하고, 국가단위로 고립될 것이고,
그리하여 연대하고 협력하고 함께 노력하자는 공동체적 가치는 낭만적인 것,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환상을 쫒는 것으로 무시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하기에 더더욱,
지금 외롭고 고립된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우리를 보듬어주는, 그래서 함께 일상을 잘 살아나갈 수 있는 공동체 꾸리기는 단순히 이상주의자의 꿈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구현 가능한,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