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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Oct 25. 2016

23. 베를린 석달 살기 (한달 50만 원)

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기록

국가: 독일

공동체: 응?

홈페이지: 응?

체류기간: 2016년 6월 - 9월 / 3개월, 무비자 체류 허용기간을 꽉 채움


이곳은 어디인가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라고 한다. 모든 쾌락주의자들의 성지. 자유의 도시. 자유의 수호자. 베를린! 모든 노마드들의 피난처!


왜 갔는가

모로코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친구가 베를린에 살아서, 친구 따라 강남 말고 베를린에 갔다. 때마침 친구 한 명이 베를린을 꼭 가야 한다고 내게 주문을 걸었고, 게다가 발리에서 알던 친구가 마침 베를린으로 이사 가서 매일매일 페이스북에 베를린 찬양의 일기를 써서 호기심이 동하셨음.


어떻게 알게 되었나

베를린은 이전에 별생각 없었음. 그저 독일의 수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네. 정도? -_- 별생각 없음.


떠나는 길

베를린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오! 하면서 찬양이 시작된다. 아 여긴 레알 독일이구나, 난 독일에 왔구나를 실감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디자인의 건물. 모로코의 별과 달 문양에 둘러싸여 있다가 참으로 네모 반듯하고 군더더기 있는 건 다 날려버린 공항의 의무에 충실한 (그 외에는 없는) 공항을 보면서. 아. 난 독일에 왔어! 를 외치게 됨. 그러고 나서 비자 컨트롤 없이 ( 아 바르셀로나에서 환승해서 이미그레이션이 필요 없구나! ) 그냥 짐 찾고 나오니까 바로 공항 밖에 덩그러니 서있어서 정말 황당했음. 뭐랄까 아 짐 찾았으면 얼렁 꺼지세요. 뭐 그런 느낌? 버스를 타거나 우반/에스반이라는 독일의 훌륭하고 위대한 대중교통 수단을 타고 시내로 가면 된다! 우와! 이런 선진국! 아 이때까지 너무 개발도상국 위주로만 다녀서 이러한 간편함과 이지함에 얼떨떨했다. (....) 공항에서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아 감동이야.


공항입니다. 공항 앞에도 저렇게 초록초록해요! ;D


잠자는 곳

난 친구 찬스를 써서 거의 한 달에 가깝게 친구의 집에 퍼질러서 잤다. 아직도 그 고마움이 뼈 한마디 한마디 아로새겨져 있음을 전한다. (고맙소 김양). 뭐 변명을 하자면 난 별생각 없이 베를린에 왔기에 얼마나 지낼지 몰랐고, 그저 거의 피난민, refugee 신세였기 때문이라고 말해본다. 그래서 지내다 보니 오. 여기 좋네? 여기 더 있고 싶구먼!이라는 마음이 스믈스믈 들면서 집을 뒤늦게 찾기 시작한다. 지금 알게 된 거지만 여름 베를린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난 정말, 겁내, 진짜,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것이다. 지인 찬스를 어떻게 써볼까 하다가 아래 웹사이트를 돌면서 마음에 드는 (한 달 250유로 수준의 너무 멀지 않은 곳이면 다 좋습니다. 네네.) 셰어하우스 한 10군데 정도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두 군데에서 답장이 왔는데, 제일 먼저 답장이 온 곳에 낼롬 달려갔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바로 여기서 너무너무 지내고 싶어요!  반짝반짝 눈빛을 날렸다. 그러나 나 말고도 한 명 더 후보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 이것은 경쟁! ㅎ ㅏ...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기다렸고, 그다음 날 들어와도 좋다는 이메일이 와서 방을 갖게 된것!


집을 찾는데 요긴하게 쓴 웹사이트 (이름을 읽을 수가 없네요..)

: 그렇다. 다 독일어로 쏼라쏼라 써있다. 겁먹지말자. 우리에겐 구글 번역기가 있으니! 번역기를 독일어 -> 영어 돌리면 거의 90% 완벽하게 번역 됩니다.

http://www.zwischenmiete.de/angebote_lesen.php


역시나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내가 찾은 방의 조건은 정말 거의 최상이었다. 베를린에서도 트렌디한 동네에서, 역에서도 어느 정도 가깝고 (걸어서 5분?) 방은 작지만 아담하고, 무엇보다 동거인이 1.5명 - 함께 지내는 독일인 아저씨와 종종 내방하시는 그분의 여자 친구분. 우리 동거인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오손도손 부엌에서 매번 만들어 먹으면서 얼마나 즐거웠던가. 하................


동네: Ostkreuz역 10분 거리

월세: 250유로 (약 30만원)

구조: 독방, 부엌과 욕실은 공유한다.

셰어하우스: 본인. 독일인 1명 + 종종 방문하는 여자 친구


그래.. 좁아. 하지만, 너무나 러블리하고 스위트했던 내 방. :D


여기서 좀 더 설명하자면. 


베를린은 정말 공원이 많고, 어딜 가도 초록 초록해서 마음도 초록 초록해지는 곳이었다. 

환경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를 파바박 느낀 게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매번 모로코의 사막기후와 붉은 건물에 익숙하다가, 베를린의 널려있는 공원, 초록색, 나무, 담쟁이, 그리고 멋진 그라피티를 보면서 나도 막 아티스트가 될 것 같고 정원사가 될 것 같고... 도서관에 가면 나도 막 공부해야 할 것 같고... 그래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거야. 장소는, 공간은 너무 중요해!!


먹는 거

도착하고 나서 난 아아 난 선진국에 오고야 말았어, 게다가 유럽이야, 게다가 독일이야! 하면서 부들부들 진짜 비쌀 거야 하다가.... 오잉? 맥주가 이거밖에 안 함? 우유가 이거밖에 안 함?을 계속 외치게 된다. 모로코보다 싸다. 물론 레스토랑은 인건비가 포함되어서 비싸지만, 장 봐서 집에서 해 먹으면 쌉니다. 해 먹다가 지긋지긋하면 가끔 케밥을 사 먹고는 하였으니..


맥주- 0.5 ~ 1유로

라면 1유로

케밥 3유로 - 아주 두툼하고 큽니다


기억이 다 안 나는데. 계란, 파프리카, 우유, 치즈 등 거의 다 저렴이 하고, 일주일치 장을 보면 대략 10-15유로를 안 넘었던 것 같다! 이 부분에서 베를린에게 반하게 됨. 캬오.



집에서 이렇게 항상 해먹었다. 히히


교통수단

또 여기서, 아 독일은 선진국, 아아, 선진국께서 복음을 내려주셨다를 외치게 되는데. 일단 버스, 트램, 지하철 (에스반. 우반) 이렇게 3가지 종류의 교통수단들이 존재하는데 베를린 구석구석을 다 다닐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아이들을 탈 때 "띡' 하고 찍는 그 기계 있잖아? 그거 없음! 처음에 그 썰렁함에 정말 너무 썰렁했음! 정말 없구나! 대신에 가끔 나타나는 control이 있는데 그들이 불시에 티켓을 검문하여 없으면 거액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아아, 이것은 말로만 듣던 '신용사회' 인가! 시민들을 너무 믿어서!!!!! 뭐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거액의 벌금을 물리게 하고 검문을 도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서 그렇게 한다고 하는데, 어찌 되었든 간에 이렇게 그냥 방치한다는 것 자체가! 그 자체가 쇼핑몰 들어갈 때마다 가방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했던 제3세계 전문 여행객인 나에겐 쇼킹이었다. (...) 가격은 그러면 어떠한고 하니


- 1회권은 비싸다. 1.8유로 정도. 그니까 2천 원 넘으니까 후들후들하는데

- 1달권을 사면 적합하다! 약 55유로 정도 했는데 그거 사면 한 달 언리미티트로 무제한으로 (아 오전 10시 이전 빼고) 다닐 수 있다. 한국에서 버스, 지하철 가격이 한 달에 6-7만 원 나왔던걸 생각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고 볼 수도 있다!!


지하철은커녕, 버스 구경도 하기 힘들었던 모로코에서 베를린으로 넘어가니 더 문화충격이 크지 않았나 싶다. (...) 그리고 나에겐 트램은 신기함 그 자체였는데 길쭉한 노랑 지렁이 같은 것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니까 여기 타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베를린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뭔가 좀 답답한 지하철인 (특히 오줌 냄새 절어요) 에스반, 우반보다는 나에겐 노랑이 트램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호호호.


노란 트램, 마테 드링크, 컴퓨터, 이것이 나의 베를린 삶의 모습


커뮤니티 구조

떠오르는 노마드족들의 피난처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도시 자체가 외지인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고 개방적이다. 아시아인이라고 쨰려보던 모로코에서 와서 (...) 너무 감격했다. (사람은 없어봐야 그 귀중함을 안다.) 불어를 못하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파리와 다르고, 돈 없고 발음 구리면 왠지 서글퍼지는 런던과 달리 (필자의 매우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베를린은 자유의 도시답게 모두에게 열려있다. 뭐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상한 단어를 쓰지 않아도 다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노마드라서 촌스럽게 그렇게 소개를 안 해도 된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대략 아래의 유형으로 구분이 되더라.


- 히피; 주로 스콰팅 (squatting) 된 건물에서 거주하시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 자본주의, 물질주의, 정치 등등 모든 틀, 체제, 프레임은 거부한다. 만나보면 근데 그렇게 막 저돌적 (?)으로 생기지 않았다. 굉장히 깔끔하고 현학적이며, 조목조목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물론 저돌적인 분도 있다.)


- 유학생; 전 세계에서 베를린으로 공부하러 온다. 대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짧게는 1년짜리 코스부터 박사과정까지. 독일 유학은 프랑스처럼 학비가 굉장히 무척 매우 저렴하고 또한 수준과 질이 높고, 뿐만 아니라 영어 과정도 꽤 제공되는 편이라서 (불어 중심의 프랑스보다 이 부분이 매력적임) 많은 유학생들이 몰려든다.


- 취업; 독일이 현재 유럽에서 내가 줴일~잘 나가~를 외치는 중이라 (프랑스는 뭐 테러니 뭐니 해서 정신없고, 영국은 브렉시트고, 스페인은 일자리 없어서 난리고, 남는 건 독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몰려오고 계시는 중


- 나머지; 그 외 나처럼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들, 베를린에 함 정착해봐? 느껴보고(?) 있는 사람들이 포진되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감동스럽게 느낀 건, 아시아 특유의 호구조사(?)가 없다는 것이다.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너는 여기서 뭐하니, 직업이 뭐니, 등등 아시아인뿐만 아니라 외국 얘들도 어느덧 물들었는지 (?!) 자연스럽게 호구조사를 하는 게 너무 짜증스러웠는데. (물어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직업...) 베를린 특유의 정서는 그런 걸 물어보는 건 매우 촌스럽고 창피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매번 내 직업이 무엇인지 (백수입니다!) 꾸며내지 않아도 되어서 매우 마음이 홀가분했다.


런던, 남아공, 한국, 시리아 까지.ㅋㅋㅋ


뭐하고 사나

다행스럽게도 베를린 거주하는 석 달 동안, 한국에 아는 분을 통해 알바 자리를 얻어서 일을 하면서 베를린을 즐길 수 있었다. 삶의 형태는 대략 아래와 같았다.


오전 10시 반. 적어도 10시에는 일어나야지.라는 마음으로 기상합니다. 근데 다들 늦게 일어나서 죄책감이 줄었음. 여긴 농장이 아니야.


~ 오후 1시. 집에서 꾸물거리면서 아침을 먹습니다. 빵을 먹고. 또 프레즐 빵을 먹고. 버터를 바르고. 치즈를 바르고. 커피를 내리고. 천천히. 느릿느릿.


~ 오후 6시. 동네 와이파이 잘 터지는 카페로 슬렁슬렁 트램 타고 가서 일을 합니다. 주로 마시는 Club Mate는 카페인이 잔뜩 듬뿍 들어있어서 시동을 켜기에 매우 좋음.


~ 오후 11시. 소셜 활동. 베를린에는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각종 모임들이 존재했다. 모로코에서 사람! 사람을 만나고 싶어! 끄아아악 하다가 와서 그런지 개 감동이었음. 종류도 다양하다. 개발자들을 위한 모임부터 시작하여, 요가, 명상 등의 스피리츄얼 한 모임, 기본소득, AI의 출현에 대해서 토론하는 모임 (!!!),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봉사활동 모임 등, 내실 있고 활동적인 다양한 소셜 모임 덕분에 나의 하루하루는 개 알찼음. 간단하게 몇 개 소개하면 아래와 같음.


* 기본소득 모임

https://www.meetup.com/Berlin-Basic-Income-Bedingungsloses-Grundeinkommen/


* 심리 모임

https://www.meetup.com/Stillpoint-Spaces-Psychoanalysis-on-the-Street-Berlin/



그 외에도 포켓몬고 모임, 보드게임 모임, 등 자잘하게 너무 많아서.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매번 다른 모임을 가면서 이번엔 무엇을 배울까! 학교를 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난 태권도 모임이 제일 좋았엉!


석 달 살기 비용

자. 여기가 바로 가장 감동적인 베를린 살기의 부분.

이렇게 환경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멋지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은데, 물가까지 싸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러하다!!


숙소: 390유로 (한 달은 카우치서핑, 나머지 두 달은 셰어하우스)
식비와 생활비: 840유로

총합 (3달): 1230유로 (약 152만 원)


자 이 말인즉슨, 한 달 기준 50만 원을 쓰셨고요, 일주일 기준 12만 원 썼다는 말입니다.
 

응??? 진짜??? 독일인데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인데요??? 발리보다 치앙마이보다 싸게 살았다고???

나도 내 눈을 믿을 수 없어서 다시 한번 계산을 해보았으나. 이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거지 궁상으로 살았는가? 아니다! 물론 여행 내공이 쌓여서 좀 더 퀄리티 대비 괜찮은 숙소를 찾는 능력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건 사실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베를린에서 가장 역대 도시 중 가장 최저 비용으로 살았음. 참고로 필자는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에서 모두 거주해보았음. 베를린 만한 곳이 없더라.


그래서 이렇게 베를린 찬양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 꼭...또 보자구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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