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의 커뮤니티 탐방기: 그 마지막
각자 갖고 있는 자기 자신만의 진동이 있다. 주파수가 있다. 노래가 있다.
나의 노래가 바로 옆사람 혹은 주변인의 주파수, 노래와 리듬이 비슷하다면 함께 공존하면서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다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노래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노래를 나의 노래인 것으로 착각하고 부르게 된다. 어? 뭔가 이상한데. 이 동네 주파수가 이상하네 하면서 다른 동네를 간다. 마찬가지로 다른 동네와 주파수가 비슷한 줄 알았는데 또 어느 순간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이상하다. 갸웃거리게 된다. 자꾸자꾸 휘말리게 된다. 자꾸자꾸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나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꿈을 꾸고 있다.
왜? 나 자신의 노래가 뭔지 잘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난다. 이민을 생각한다. 유학을 생각한다.
살기 좋고 물가 싸다는 태국을 간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 중이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베트남을 간다. 문화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유럽을 간다. 아마도 알게 될 것이다. 태국은 알고 보니 그렇게 물가가 싼 것도 아니더라. 베트남은 아직은 외국인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유럽에선 난 결국 외국인 노동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더라. 인종차별이 지겹다. 등등등. 역시 그래도 한국인은 한국에 살아야 해. 역시 미국, 캐나다, 호주 같은 이민국이 나은 걸까? 리스트는 길고 또 길어진다. 각 나라별 물가, 생활수준, 혜택, 조건, 비교하고 따지자면 끝이 없다. 여기서 살아야 할 이유도, 여기서 살지 말아야 할 이유도 무궁무진하게 많다.
결국 남는 것은? 본인의 선택뿐. 옳고 그른 선택은 없다.
선택을 할수있을까? 이때까지 선택을 유보하고 살았는데?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될 것' 같은 '트렌디'해 보이는 흐름에 편승하고 그걸로 나를 설명한 적 밖에 없는데.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종 사건, 사고가 일어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처럼 나를 설득하고 살았는데. 선택을 하는 것은 실로 두려운 것이다. 선택을 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인지한 순간, 그에 대한 책임 역시 나의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인지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 가족, 상황 핑계를 대면서 선택을 끊임없이 유보하고 또 유보한다. 그러다가 적당한 흐름이 나타나면 냉큼 거기에 올라타겠지.
하기야. 나 자신이 어떻게 생겨먹은지 알아야 선택을 할거아닌가.
그렇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학교를 가고, 취업을 하고, 창업을 해서 또다시 바퀴를 굴리다가 마침내 내 영혼이 소리를 빽 질렀다. 이건 아니라고. 그래서 아, 이 동네가 아닌가 봐. 하고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영혼이 또 소리를 뺵 지른다. 그만 돌아다니라고. 피곤하다고. 남이 뭐라고 하는 거 그만 듣고, 니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주변 잡음은 좀 제발 다 끄고, 니 자신의 라디오를 들어보라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라고.
한국을 떠나서 혼자 방랑을 하다 보니, 그 과정이 쉬운 편이긴 했다. 주변 잡음을 끄고 내 주파수가 뭔지 찾아봤다.
나는 참 외로움에 취약하다. 난 건강한 음식을 천천히 오래 먹는 걸 좋아한다. 나는 마음에 드는 사람과 길고 오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난 여러 사람을 두루 오래 아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이라도 오래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6명 이상 여러 명이 모이는 파티는 싫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배우고 싶다. 내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나는 인터넷이 빠른 곳에 살아야 한다. 나는 동물들과 살고 싶다. 나는 아파트가 싫다. 나는 추운 곳이 싫다.
나는 나 답게 살고 싶다. 나의 리듬에 나의 주파수에 맞춰서 내 노래를 나답게 부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나의 집을 어떻게 찾겠는가. 집은 찾는 게 아니다. 선택하는 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그렇게 살 수 있는 곳에 가서 그런 사람들과 그렇게 살면 되니까. 그렇게 살도록 선택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집을 선택하기로 했다.
2016년, 겨울, 태국, 치앙마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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