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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Nov 29. 2016

혼란, 부끄러움, 내려놓음

#3. 다시 왜?

오늘 짜이를 마시려고 생강을 갈고, 시나몬을 갈고, 정성 들여서 끓였다. 그렇게 끓인 차를 거름망에 넣고, 그냥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그렇다. 그 거름망에 머그잔을 두지 않고, 말 그대로 그 짜이를 그냥 싱크대에 부어 버린 것이다. 헐..... 시밤 나 뭐한겨...?


이건 아닌 것 같다.


숨 가쁘게 한 달이 흘러갔다. 지난달 태국에 입국하여, 일주일 만에 엄청난 속도로 집을 찾아서 계약을 하고 입주를 하고, 사람을 받고, 집을 꽉 채우고, 그래서 두 번째 집까지 얻었고 그 두 번째 집도 홍보 중이다. 이 모든 것을 한 달 안에 해치웠다.


그리고 넋이 가출하셨다.


꽉 뭉쳐버린 어깨, 혼이 나가서 짜이를 싱크대에 버려버리고,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고, 심지어 오늘 페이스북 보고 찾아온 손님이 계셨는데 전혀 반갑지도 않고 제대로 손님맞이를 하지도 않았다. (미안해요) 그런 나 자신을 바라보니, 와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을 쓰면 어느 정도 마음을 토닥일 수도 있고, 내 마음이 어디에 날아가버렸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나의 정신님은 가출하신 걸까요.


강아지. 항상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나처럼 단순하게 살거라.


시작은 집이 꽉 찬 상태에서 한 3명 정도 추가 문의를 하면서이다. 집은 꽉 찼는데, 한 달 혹은 두 달 정도 숙박을 원하는 사람들이 무려 3명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이다. 그중 1명은 꽤나 확실했다. 그리고 12월에 이미 오기로 한 친구들이 있는지라 집 한 개로는 수요를 다 받아들이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 와중에 1명이 당장 다음 주 온다고 통보를 내리자, 나는 그 날짜에 맞추어서 현재 집 근처의 새로운 집을 얻었다. 불리한 조건의 가격, 그리고 집주인이 맘에 안 들었지만 나는 뭐가 그리 급한지 냉큼 계약을 해버렸다. 그리고 1명은 입주를 하셨지만 나머지 2명은 여러 가지 따져보더니 결국 취소했다. 그게 어제의 일이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도 한 달 정도 살 집이라면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겠는가. 내가 살 집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찌나 속상하고 화가 나는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외에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이 겹치고, 공동체니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기도 전에 내가 방전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았다. 근 2주간은 너무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멤버가 한떄 9명까지 늘어나니까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모르겠더라...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뭔가 넋이 나가버렸다....(!!)


나는 뭘 하려고 했던 걸까.

이국 땅에서 난 이걸 왜 시작했고 그리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하하호호 함께 잘 살아보자'


너무 생각이 막연했던 걸까? 너무 이상적이었던 걸까? 아니 일단 '마음이 맞는' 일명 like-minded 인 사람이 어떤지도 명확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이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처음에 생각했던 수많은 프로그램, skill-sharing은 시도도 하기 전에 모래알처럼 나 자신부터 흩어지는 것 같은데?


아니면 이건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 내가 조급해하는 걸까

아직 한 달이 되었을 뿐인데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니, 참... 갈길이 멀구나... 싶다. 하하하...

일 년 반이 넘는 세계여행 동안 뭘 배웠니.

뭔가 아니다 싶을 땐. 일단 꼭 움켜쥐고 있던 내 손을 다 펴고. 호흡을 다시 가다듬어야지.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일단 내 마음부터 챙기기...


개느님이 말씀하십니다. 내려놓아라....


아. 너무 심각했어. 너무 비장했어.

즐겁고 유쾌한 실험이 되기를 바랐는데. 이건 젠장. 자명고를 찢는 낙랑공주가 되어버렸군.

춤을 춰야겠다. 운동을 해야겠다. 나 자신의 에너지부터 바꾸자.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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