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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Jun 01. 2016

외롭다

#5 #모로코

장기 여행은 외롭다.

혼자 떠나는 장기 여행은 참으로 외롭다.

난 내가 이렇게 외로움을 사무치게 타는 사람인줄 몰랐는데. 지금 보니 그러했다.


아무것도 하지않는것이 힘들었던 이유는 결정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외롭기 때문이었다.


무엇이든 하게되면 시간이 훌훌 날아가서 그닥 생각이 없어지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게 있으면 그냥 나와 계속 시간을 보내야된다는것이다.

혼자 밥 먹는것도 어색하고, 혼자 호텔방을 찾아서 자는것도 쓸쓸하고, 혼자 유명하다는 좋다는 곳에 가는것도 멍했다.

그 감각, 어색하고 쓸쓸하고 멍하고 뭔가 회색빛으로 우울해지는것이 싫어서 여기저기 어울려다니다가, 그것도 귀찮아져서,

마침내 방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있다보니.


내가 심지어. 외로운건지, 심심한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외로운게 무엇인지 난 잘 알아보지도 않은채, 그냥 무작정 도망다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다는건 어떤건가.

여기 모로코 처럼, 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내가 전혀 모르는 언어를 쓰는 국가에 있으면

처음엔 모든게 새롭게 신기하지만, 이내 타인이라는 생각, 난 '다르다'는 생각에 외롭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되더라.

익숙한것, 친숙한것, 이해해주는 감정, "같은 분류" 라는 생각이 "공유"될때 외로움은 덜해지더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를 '이해해줄수있는' '같은 과'의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그 사람들과 대화와 생각을 나누고자 했다.

걍 '막 만나는' 건 더욱더 기피하게 된 것이, 걍 막 만나서 의미없는 대화를 반복할때 외로움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별로 재미도 없지만 혼자서 외로운게 싫어서 따라나갔던 그냥저냥한 이벤트들. 몸도 피곤하고 맴도 기스 나면서

그럴바에는 혼자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자의 신분으로 운 좋게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그 사람들이 항상 시간이 나는것도 아니다.

나야 백수라서 맨날맨날 시간이 흘러 넘치지만, 그 사람들은 아니거든.

그러면 그 사람을 기다리고, 멍때리고, 그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오히려 더 외로와지는거다.


아. 혼자서도 괜찮아야하는데.

혼자있어도 괜찮다면,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러면 꽤나 괜찮을텐데. 라는 생각이. (비로서야) 들었다.


그렇다면, 혼자있을때 왜 외로운가.

혼자있어도 안외롭다면 그야말로 자가발전이 가능한거 아닌가!!!

안외롭기위해 이상한 관계에 매달리거나, 재미도없는 프로젝트를 걍 한다거나, 뭐 이런 루프에 빠지지않을테니!!!

혼자있는 나를 가만히 관찰해보자.


- 인터넷을 열라 하면서 오덕질을 한다. 평소에 관심있던 애니메의 역사를 흝어보고 심오한 생각에 빠진다.

 (미드 오덕질을 하거나... 일본 애니메 오덕질을 하거나....)

- 페이스북이나 연락처들을 후루룱 흩으면서 답장을 못해준 사람에게 답장을 하고

- 미루고 또 미루어둔 잼없는 이멜 업무를 후르륵 해버린후

- 재밌는거 없나....생각에 빠진다....아아아아아아...지루해해해해해해..담배를 팍팍 피고.. 인상을 구김


위의 4가지 패턴중에 그나마 사람의존증이 덜하고 건강한게 1번이다. 오덕질...

말이 오덕질이지, 실은 취미생활 아닌가???

정말. 웃긴 결론으로 나아가는데. ㅇ ㅏ. 건전하고 다양한 취미생활이 필요한건가!!!

내가 취미를 늘리려고 노력을 안한건 아니다.


- 우클렐레 - 가끔 가끔 끄적끄적 침

- 그림그리기 - 가끔 가끔 끄적끄적 그림

- 언어 배우기 - 필받다가도 금방 꺼짐

- 운동하기 - 무에타이, 태권도, 필받고 금방 꺼짐

- 일기쓰기 - 유일하게 30년 인생동안 꾸준히 계속하고있ㅇㅁ

- 책읽기 - 필받으면 와장창 읽음. 근데 돈없어서 리디북스 충전도 못했음. 아아. 내일 충전해서 책을.. 맘에 드는 책만 있음 후루룩 삼켜서 읽어버림

- 미드 - 게임오브뜨론. 덕질

- 애니메 - 은혼, 에반게리온. 덕질

- 요리 - 필받으면 열심. 하지만 대부분 대충대충


이렇게 써놓고보니, 살아남은 취미생활은 과연 글쓰기로군.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글은 끄적끄적 써댔으니까...

취미라는건 무엇일까. 취미는 왜 중요할까.

단순히 취미/여가로 치부하기엔 더 중요한것이 있다.

취미야 말로, 내가 나랑 대화하고 내가 좋아하는걸 하고, 내가 나랑 노는 중요한 시간인거다!

내가 나랑 잘 놀수있으면 혼자있어도 외롭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것 아닌가!

오!!! 취미가 이렇게 대단하고 중요한건데 너무 간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1년이라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기간동안

난 세계를 여행했다기보다는 나 자신을 계속 여행하고, 대화하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인것 같다.

- 나를 찾으러 가는 여행 - 보다는

- 나를 사랑하는 법, 나와 대화하는법을 알아가는 여행 - 이 정확하지않을까



이제 나는 혼자있어도, 나 자신과 놀수있으니까, 나 자신을 사랑하니까,

덜 심심하고 덜 외로울수있는 방법을 배워갈수있지않을까


물론 아시발끔. 하고 바로 망할수도 있지만.

그럴땐. 아시발끔. 이라고 일기를 끄적이면 되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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