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모로코
꽤나 나는 확신했던 것 같다.
나의 취향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꽤나 잘 안다고 생각했다.
지금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제는 아마도.
확신보다는... 알아가는 중이라고 답하지않을까.
떠돌아다니면서
특히 '혼자' 아무도 모르는곳을 '아무도 모르는채' 떠돌아다니다보니
아. 나라는 놈을 가장 많이 여행하게된 것같다.
나에 대해서 내가 안다고 생각한건 다 구라였어! 이런 느낌이랄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지고 형성된 나의 취향이라는 것은
진짜 온전히 나의 취향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더라.
특히 나라는 녀석이 워낙 팔랑귀에 호로로로롤인지라, 남들이 좋아라하면 나도 좋아라 했는데-
남들의 취향은 곧 나의 취향으로 저격되는일이 잦았고, 그걸 나도 믿고는 했는데-
아니더라고-
누구의 눈치를 볼것도 없이- 혼자 떠난 여행에선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잘지, 무엇을 하고 놀지,
걍 내가 하고싶은데로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러다보니, 나라는 녀석이 뭘 좋아하는지 여과없이 드러나고,
그건 내가 알고있던 취향님이랑은 꽤나 거리가 있더라.
기존의 취향이라고 굳게 믿고있던 취향
- 여행
- 서핑
- 영화
- 요리/맛집 발굴
- 박물관/미술관
- 음악
현실
- 여행 -> 흠...
- 서핑 -> 피곤하다. 하지말자
- 영화 -> 인터넷도 느리고 귀찮구나. 하지말자
- 요리 -> 생계형으로 그냥 해먹는정도. 맛집탐험도 이젠...귀찮...
- 박물관/미술관 -> 그게 뭐여?
- 음악 -> 기분전환을 위해서 필요하심
취향인줄도 몰랐는데 새롭게 발굴하신 아이들도 있다.
예를 들면..
- 걷기. 걍. 이곳저곳
- 읽기. 이것저것
- 쓰기. 끄적끄적 중얼중얼 써대기
- 자연 찾아가기. 어찌되었든 공원이 좋고, 산이나 물있는곳이 좋음.
거기서 하이킹이나 트레킹을 하겠다는건 아니고. 근처에 가면 됨.
먼가 빡세게 무언가를 하는건 싫고, 근처에서 불때서 밥해먹고 캠핑이 참 좋음. 호호.
- 명상 그룹 찾아가기. 명상 피플 좋다. vipasaana, meditation group
- 자전거 타기, 사는 동네를 자전거를 타고 뱅글뱅글 돌아보아요. 빡세면 스쿠터로 돌아보아요.
- 짝꿍 맞는 친구 발굴하여 수다떨기
위의 리스트를 쓰고 읽으며 희미한 미소가 퍼진다. 호. 정말 좋아라하는구나.
그리하야, 어느순간 나를 관찰해보니,
어디를 가더라도, 친구들은 쿠킹 레슨이나, 미술관이다, 서핑이다 뭐다 나돌아다니지만..
그저 나는 공원에 가서 멍때리거나, 메디나를 걷고 돌아다니거나, 카페에서 읽고 쓰거나.. 뭐 그러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실은 난 여행을 좋아하는게 아닌것 같다.
혹은 사람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형태의 여행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1년 동안 세계여행...이라고 보기에는... 활달하게 싸돌아다닌건 아니여서...
도시에서 도시로 돌아다니는건 극도로 자제하고, 한 도시/장소를 선택하면 그 곳에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까지 머무른다.
내가 머물던 곳들..
- 인도 오로빌 (1.5개월)
- 인도네시아 발리 (1개월)
- 태국 치앙마이 (1개월)
- 태국 코시창 (1개월)
- 모로코 마라케쉬 (2.5개월)
이것도 취향이겠지? 나만의 여행 방식이랄까.. 여행아닌 여행같은 여행처럼 살기.
그렇게 오늘도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서도 제법 잘 놀면서' '그렇게 외롭지않게' 하루가 간다.
졸라 뿌듯하다.
양파와 같은 나는, 까도 까도 또 나와서, 도무지 어디까지가 진짜 나의 취향이고, 어디까지가 잘보이려는 가면이었는지 헷갈리지만.
그래도 나의 30년 인생에 그나마 나와 비슷하게 자빠져있지않나.
백수가 적응이 안되어서 죽을맛이었는데,
백수에 적응이 너무 잘될까봐 걱정이 슬쩍. 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