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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Dec 27. 2016

쉼표, 필요,

#11. 넋두리

어제 스쿠터를 타고 달리다가 생각했다.


아, 지긋지긋해


어제저녁에 A양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생각이 다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생각했다. 그녀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냥 그런 것이다. 


아, 싫구먼


방에 터벅터벅 들어가서 정신없는 내 마음을 도닥이려고 했는데 영 도닥여지지가 않았다. 화가 나고 억울했다. 뭔가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해도 난 여전히 멍청한 쳇바퀴를 굴리는 것 같았다. 사업도 못하고 커뮤니티도 못하고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멍청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행복하게 크리스마스니 뭐니 다들 모여서 꺄륵꺄륵 했는데, 그게 이렇게 휘리릭 사라지는 것이 허망했다. 아. 그것이 인간의 마음인 것인가 싶었다. 쭈그려서 어딘가 들어가서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러다가도 새해 전야에 해피뉴이어~ 하면서 꺄륵꺄륵 하겠지.


한국에서 했던 사업이 생각이 났다. 

역시나 낭만적인 생각으로 했던 사업이다. 사람이 좋아서 했던 사업. 고생만 엄청 하고, 결국 빈털터리로 터덜터덜 한국을 도망치듯이 떠난 생각이 나서 두려워졌다. 또 그러한 일을 반복 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생각이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정신 차려야 해! 하다가도 두려워졌다. 그때도 다들 좋은 일한다고 응원해줬지. 의미 있다고 해주었지. 따스했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에서 큰 의미를 느꼈지. 그런데...


배우는 것들은 많다. 

아 같이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아 이렇게 다른 생각과 문화들이 있구나. 하면서도. 문득 이걸 내가 왜 하나 싶었다. 돈도 못 벌고, 힘들기만 하고, 사람들이 생채기를 자꾸 주고, 보람차고 기분 좋은 것보다, 힘든 게 더 많고,... 그런데 이 기분이 아주 매우 익숙하다는 생각이 섬찟했다. 너무 내가 병신 같아서 엉엉 울었다. 난 언제 어른이 될라나 싶어서 한심해서 또 울었다.


아침이 되고, 배가 고팠다. 일단 나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것도 먹이고, 좀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 좋아하는 카툰을 보고 맥주를 마시고 카페에 앉아있으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나를 기분 좋아지게 하는 작은 것들을 꽁알 꽁알 챙겨야겠다. 근데 그게 뭐였지. 아. 젠장. 사람이었는데. 사람한테 상처받은 건 도무지 어떻게 해야 빨리 아물게 하는지 모르겠다. 억울하다.


아니. 그 무엇보다.

이전의 패턴을,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방향을...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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