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n Jan 26. 2017

나 같은 사람도 있다.

#0. 시작하며

어제 문득 인터넷을 보다가, 뭐 이런 동기부여 동영상을 보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미쳐라! 너의 열정에 미쳐라! 뭐 이런 류.

열정의 기름붓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다. 뭐 이런 류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보다가 기분이 나빠졌다.


미치세요, 하고 싶은 것에!

질문 1. 근데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는데요? 매번 바뀌는데?

질문 2. 꼭 미쳐야 하나요?


뭔가 억울했다. 저런 메시지들의 홍수 덕분에 나는 삼십 평생 내가 미쳐야 하는 것을 무엇인가 00을 찾아야 하는 줄 알았고, 그리고 그 00을 찾아서 미쳐버려야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못하는 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울했다. 그러다가 이런 동영상을 보았지.


https://www.ted.com/talks/emilie_wapnick_why_some_of_us_don_t_have_one_true_calling?utm_source=tedcomshare&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tedspread


이 개구쟁이처럼 생긴 여성이 이야기를 하는데 내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 장래희망을 쓰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꿈을 가져라!이라는 말이 그렇게 스트레스가 될 수가 없었다. 나도 그 Passion, the thing! 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거운 거다. 아 이게 나의 열정인가 봐! 하고 진짜 열심히 하다가, 어느 정도 지점이 지나면 이내 시들해진다. 그런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모르겠다 싶었다. 우울하다. 그러다가 뭔가에 꽂힌다. 그리고 반복. 그녀의 삶이 그러하였는데 (내 인생 말하는 줄) 그러다 문득 그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일명 "multipotentialite'이라는 뭔가 복잡 해괴한 단어를 써서.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여기 그녀의 블로그를 읽어보자.

http://puttylike.com/terminology/


아아. 그렇다.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정답 사회 덕분에 고통받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그래 그 '소명의식' 'one true calling' 때문에 난 얼마나 우울했던가! 사실 그냥 나 자신을 받아들이면 되는 데 말입니다.


그래서. 나도 이런 나를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난 관심사가 많고 다양하다. 그리고 끈덕지게 오래 하지 못하고, 매번 바뀐다. 그리고 그래도 된다.

이때까지 지나온 것들을 적어보면 이러하다.


* 장사 (온라인 쇼핑몰, 길거리 판매 등)

* 창업/스타트업/사회적기업

* 교사/강사/강의/강연

* NGO

* 환경/기후변화

* 퍼머컬처/농사

* 음악 (우쿨렐레, 클라리넷, 합창...)

* 스쿠터/라이딩

* 태권도/무에타이

* 코 리빙/게스트하우스/셰어하우스/에어비앤비

* 비트코인 (최근)


이렇게 < 얇고, 짧고, 잘~ 하는 삶 > 도 있다는 걸 이야기해보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