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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Jan 31. 2017

'우울'에 대하여

#1. 앤드류 솔로몬

생일에 비가 와서 '우울'한 것과, 한 사람이 자살을 하기 전에 느꼈던 '우울함' 에, '우울'이라는 같은 단어를 쓴다. 이상하지 않은가?

 - 앤드류 솔로몬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인도에서 살다가 한국에 전학을 와서 학교를 다니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음악을 듣고 있고, 햇살이 나른하게 내리쬐고,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음악을 듣고 계속 울고 또 울었다.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도망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울다가 없어지고 싶다는 생각에 자해를 했다. 막상 피가 나니까 무서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아마 그때부터 나는 내 감정선을 주체 못 하고 요동치는 감정선 자체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가끔 혹은 종종 감정들이 춤을 추면서 달려왔다. 주로 도망가고 싶고, 답답하고, 무섭다는 느낌의 감정이 주를 이루며 감정이 가득 나를 채우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이겨내는 것이 퍽이나 힘들었다.


이걸 '우울'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지금도 헷갈린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보통 약을 먹거나 한 일주일 정도 사라지는 것 같던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우울해 시발' 이라고 말할 정도의 약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 그래서 아 나는 그냥 특이한갑다. 하고 지나쳤는데.


한 두 번 정도, 아니 세 번 정도? 밤새도록 꺼이꺼이 통곡을 하면서 운 적이 있다. 무슨 일이 터진 것은 아닌데, 그냥 누가 죽은 거 마냥 우는 거다. 그리고 그러고 나면 더더욱 아무것도 의욕이 없어진다. 정말. 다 뻔해 보이고 심심해 보이고 귀찮고 그저 그런 것이다. 머릿속에서 마치 회색빛 그림자가 춤을 추는 것 마냥.


"The opposite of depression is not happiness, but vitality"

우울증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활력' 이다.  - 앤드류 솔로몬

 

난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걸까? 난 일명 멍때리기를 못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저 회색빛 그림자가 춤을 추면서 다 덮어버릴까봐 무서운 것이다. 그 그림자가 어딘가 도사리고 있는 것을 아니까... 그래서 그 그림자가 무서워서 정신없이 이것저것 일을 벌이면서 우당탕탕 거리고 있으면 바빠서 신경을 못써! 했지만 어느순간 다시 그 그림자가 다가와서 속삭이는 거다. 다 의미없다고.



그리하여 이 영상에서 앤드류 솔로몬이 이야기한다. 그 회색빛 그림자이든 우울증이든 뭐든 그거 인정해야한다고. 그가 연구해보니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사람들이 회복 탄력성 resilience 가 더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정말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단순히 약물 치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만의 방법, 대안을 찾아보라고.


지금은 그냥 안다. 그 회색빛이든 노란색이든 그게 있다는 걸. 그리고 단순히 바쁘기 위해서 바쁘는 것 말고, 진짜 내가 재밌어보이는 것 흥미로운 것을 탐구하고 일명 덕질을 할때 난 가장 활기차다는 것을. 그렇다. 나의 탐구생활이 시작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무기력증과 무의미함에 허덕거릴때 아는 지인이 좀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봉사활동이나 하고 좀 그러라고 너가 얼마나 행복한 줄 아냐고 정신차리라고 했을때 솔직히 서운했다. 누구보다 이 상태에서 좀 나가보고 싶은 사람은 나 자신이고 관심종자라서 이러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어디가서 이제 이런 이야기 하지도 못하겠구만.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겠구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다. 우울증은 마치 감기와도 같은 병이고, 잘 사는 중산층들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 가난, 인종, 나이 구분없이 찾아오는 병이다.


우울증 혹은 depression을 검색해보면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링크가 좌르륵 깔린다. 약물치료에 심리상담에 동기부여 비디오에...뭐 그런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것 말고 앤드류 솔로몬 처럼 그냥 아. 나 이렇구나. 고개 끄덕이고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것이 먼저인것 같다.


괜찮아 다 잘될거야 말고 너만 병신이 아니란다. 이런 말


아 너도 그러냐?

아 나도 그래!

근데 난 요렇게 산다. 그랬더니 괜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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