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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May 26. 2017

2년 만에 한국이다.

같은 듯, 비슷한 듯, 그러나 겁내 달라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발권했다.

인천으로 간다고 찍혀있는 티켓을 보니까 흥분해서 콧구멍이 절로 벌렁거리고 벅찬 기분과 덩달아서 배가 쓰라렸다. 긴장했나? 비행기 게이트 앞에 온통 한국 사람이다. 오. 한국사람이다 외쳤다. 오 한국말이 들린다. 옆에 있는 사람들 대화가 다 들린다. 세상에나. 다 알아들을 수 있다. 오. 이런. 젠장. 알아듣고 싶지 않은데.


비행기를 기다리는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홍콩 공항에는 온갖 맛나 보이는 음식들을 푸드코트에서 판다. 딱 봐도 육즙이 좌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만두에 면발이 쫄깃해 보이는 국수가 보이지만 당최 당기기는커녕 화장실을 대략 20분 간격으로 오락가락했다. 결국에는 진통제를 입에 쑤셔 넣었다. 긴장한 건가. 흥분한 건가. 기분이 좋아서 내가 이러나. 아,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온 몸에 존재하는 호르몬이 다 튀어나와서 살사춤을 추는 바람에 배가 아파서 결국 진통제를 쳐묵 해야 했다. 젠장. 그리고.



새벽 2시 30분. 한국 인천공항에 내렸다. 2년 만에 한국이다.

정처 없이 방랑하던 시절 얼마나 이 순간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또 그렸던가. 2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어떤 기분일까. 고국에 돌아오는 그런 느낌인 건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릴라나 (...) 그럴 것 같진 않고. 근데 왜 하필 한밤중에 한국에 내리게 되었나. (비행기 값이 싸서..) 입국심사장에서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잔뜩 눈알에 담아서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내가 이상해 보였나 보다. 심사원은 "본인 맞으시죠?"를 물었고 나는 정말이지 어색하게 한국말을 굴려서 "네"를 외쳤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오. 감사합니다를 공항에서 말할 수 있구나.


나이트 버스가 있었다. 새벽 3시 반에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화장실이 너무 깨끗하고 모던해서 사진을 찍을 뻔했다.

인터넷! 인터넷! 140메가 나왔다. 아. 울뻔했다.


잠을 못 자서 머리가 뒤숭숭하고 덥수룩한 것도 있겠지만. 이것은 마치 로빈슨 크루소가 문명을 접신한 거 마냥, 보이는 것마다 신기한 거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신기술 울트라 초호화 문명사회 서울인 것이다. 


아아. 존나 웰컴 투 코리아. 

새벽 5시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다가... 아침이 밝아오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출근시간이 도달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해서는 안되는 두가지 행동을 했다.


1. 지하철을 탔다.

2. 김밥을 샀다.


그렇다. 출근시간에 다들 하는 행위이지만. 나름 그리웠다. 2년 동안 지하철이랑 버스가 꽤나 그리웠다. 왜냐? 꽤나 자주 행하였던 행위라서 그랬던 것 같다. 치앙마이에서 위험천만한 스쿠터를 탈 때마다 안전하고 쾌적한 서울의 지하철이 버스가 그리웠었는데..... 음. 내가 왜 이딴 걸 그리워한 거냐. 시벰.


지하철은 너무 조용했다. 사람들은 다들 화가 난 듯한 표정을 하고, 혹은 겁내 아무런 감정 없는 얼굴을 하고 99.9%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가락들만이 빠르게 분주하게 총총 움직였다.


.... 사진 찍을 뻔했다. 그 모습을.


김밥을 사러 갔다. 나랑 친구들이 먹을 김밥 3줄이랑 만둣국 2개를 샀다. 1만 8천 원이 나왔다.


.... 아. 한국이구나. 서울이구나.


김밥을 손에 손에 들고 (영수증은 눈물과 함께 버리고) 지하철 인파를 겨우겨우 헤치면서 집으로 향했다. 그렇다. 이것이 한국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서울이었다. 이게... 그리웠던 건가. 순식간에 온 몸에 휘감는 익숙함과 그리고 낯섦이 기묘하게 공존했다. 표정 없는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있었고, 그곳에 전혀 안 어울리는 옷을 입고, 안 어울리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나는 배낭을 메고 서있었다. 다들 참 빠르구나. 효율적이구나. 여전히. 이전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그런데, 그런데 2년 전에도 이러했었나?



나만 달라졌나.

아니면 2년 동안 더욱더 사람들은 바빠지고 빨라진 건가.

더욱더 빠르게 표정이 없어진 건가.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지.

돌아왔다. 일단. 2년만에.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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