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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Jun 06. 2017

자유에 대하여

창업, 세계여행, 디지털노마드, 그리고 커뮤니티를 돌고 돌아

첫 번째 창업은 대학교를 다닐 때였다.

누구는 대학시절이 가장 즐거운 경험이라던데 난 전혀 재밌지가 않았다. 신입생 환영 오리엔테이션이든 MT든 그 무엇이든 영 재미가 없었다. 3학년이 될 때까지 영 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대학교 밖을 겉돌았다. 벤처 동아리를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스타트업이니 이런 단어가 없을 적이라서 '벤처'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벤처버블이 꺼진 직후라서 벤처 동아리는 말 그대로 복학생 오빠들이랑 짜장면을 후루룩 마시듯 먹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 사이에 난 앉아서 눈을 번뜩이며 인도에서 비누를 떼다가 팔면 참 재밌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마침 한국에서는 인도 여행 가는 것이 인기였고 인도 치마를 다들 사다가 펄럭이며 입고 다녔다. 얼른 인도에 가서 인도 카레랑 비누 따위를 왕창 사다가 한국에 뗴다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빠져서 눈에 아무것도 안보였다. 그 생각만 하면 두뇌에서 엔도르핀이 팡팡 터져서 잠도 안 올 지경이었으니. 그렇게 이상한 온라인 쇼핑몰을 차리고 이것저것 팔았다. 조악하게 포토샵으로 인도 소에다가 빨간 분홍 칠을 하고 로고도 만들었다.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창업 초반은 항상 너무나 재미있다 @집밥


우울증에 걸려 돌아가실 직전 회사를 때려치웠다. 

창업이나 스타트업을 하려고 때려치운 건 아니었다. 이미 두 번째 창업을 통해 창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분홍분홍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시간에 가서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무료한 재미없는 일을 투덜거리는 동료들이랑 갇혀서 해야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내 시간이 없어지고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란 것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시간을 희생해서 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이지? 아무리 자문해도 그 푸른 꿈을 여의도 어디에서든 발견할 수 없었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5년 6년 일하면 저기 저 부장님처럼 되겠지. 돈은 많이 벌겠지. 그래서? 어쩌라고? 붕어빵 장사를 해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만뒀다.


스타트업 대표님이 되었다.

머리가 핑글핑글 돌기 시작할 때 때려치우고 나서 무슨 일을 하든 내가 꼴리는 일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밥 먹는 것이 행복했다. 그래서 그런 모임들을 계속했다.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계속했다. 문득 돌아보니 사업이 되고, 대표가 되고 직원들이 있었다. 인터뷰도 하고 발표도 했다. 큰 행사에 초대도 되고 큰 행사를 직접 기획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유행했었다. 그런 삶을 갖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잡담도 하고, 꼴리면 수영하고, 캠핑하고, 놀고 싶었다. 그렇다. 뭐 미친 듯이 일하고 몰입을 하고, 미쳐라!!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대표가 그러면 안된다. 하. 내 인생이 빙구 같은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생각했다. 맨날 야근을 해야 하고, 그런 게 미덕이라고 칭송 칭송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나도 덩달아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러려고 내가 회사를 때려치운 게 아니야. 그러려고 내가 창업을 한 게 아니란 말이야.


마침, 세계여행도 유행하고, 디지털 노마드라는게 유행했다. 

코리빙도 유행하고, 쉐어하우스도 유행했다.

다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 해봤다.


치앙마이에서 쉐어하우스를 6개월간 운영했다


뭔지 모르지만 쿨 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훌쩍 떠났다. 뭐 집을 찾는다고 하며 커뮤니티들을 찾아다녔다. 외로웠다. 엄청난 허기, 굶주림처럼 배고파서 사람들이랑 북작북작하게 살고 싶어서 집도 차렸다. 집을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역시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굶주리지 않아서 좋았다. 멋진 사람들도 만나고 하루하루가 좀 더 의미 있어졌다. 그러다가 캠프도 해봤다. 캠프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았다. 짧지만 굵직하게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 즐거웠다. 태국 비자가 완료되었다. 그래서 한국에 왔다. 이제 여기서 뭐하지?


이제 한국에 왔으니 좀 더 진지한 일을 해야지?

이제 많이 놀았으니까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그런가?

NGO, 컨설팅, 스타트업, 세계여행, 셰어하우스... 돌고 돌아 내가 계속 찾고 쫒고 있었던 것이 무엇일까. 나를 가장 강하게 끌어당기는 동력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뛰쳐나가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션? 비전? 동기? 삶의 목적? 사람? 공동체? 커뮤니티?


자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자유


내가 나의 하루를 가장 나처럼 살 수 있는 자유.

내가 원하는 일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자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자유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마음껏 웃고 떠들고 춤추고 일할 수 있는 자유

그리하여 나의 매일매일이 순간순간이 웃음으로 가득 찰 수 있는 자유


Kung Fu Panda 3


당신의 진정한 힘은 바로 당신이 '자기 본연의 모습에서 최고'가 되었을 때 나타난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인가?  - 쿵푸팬더


거창한 미션도 사회적 가치도 '자유'라는 나의 행복의 절대조건 앞에서 모두 그 의미를 상실한다. 나의 삶 한 조각 한 조각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무슨 일이든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나의 행복을 나의 자유를 희생하고 싶지 않다. 종당에는 내가 진심으로 웃을 때 모든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회를 구원했다 하더라도 억지 미소를 띠고 있다면 그것 만큼 비극이 어디 있을까.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꺼지세요'을 외칠 수 있는 용기가.

그리고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이 필요하다. 

거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당장 내 맨손으로 할 수 있는 '타이마사지' '요가'부터 '코딩'까지. 특히 코딩 같은 경우는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실제로 전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나니까 현재 유용한 기술은 그래서 나를 도우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기술은 코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웹사이트까지 만들었다. Nomad Coders라고 한다. 앞으로 이 웹사이트를 통해서 나도 코딩을 더 배우고, 코딩으로 어떻게 기성 사회에 퍽큐를 날리고 자유를 - 경제적인 그리고 지리적인 - 자유를 얻고 살 수 있는지 업데이트하고자 한다.



당신은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저력의 한 톨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인생을 끝내려 하고 있다. 당신은 뭐라고 둘러댄들 그것이 당신의 지금 실제 모습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이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요컨대 당신은 당신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의 지배도 받지 말고 그 무엇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답게 살아내려 고군분투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젊음을 지녔다. 

매사에 본질과 핵심을 파헤치고 '자신'이라는 것을 최대한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 마루야마 겐지


한국에 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한국에 앞으로 계속 있을 건가요? 아. 뭐라고 답해야 할까. 


가장 나 답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거짓말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게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끌어당기는 유일한 구심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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