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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Apr 25. 2019

환절기

새벽 다섯 시반. 창밖의 청량함이 방 안까지 스며들지 못했다. 속살이 비치는 반팔에 팬티 차림으로도 어떤 한기(寒氣)를 느낄 수 없다. 오월이 채 되지 않은 지금에.

이틀 전 집에서의 옷차림과 더불어 이불도 바꿨다. 다리를 올리면 부피가 푹푹 줄어들고 살결에 닿는 촉감이 고운 모래같던 것에서 푹신함도 부드러움도 없는 여름 이불로. 얇고 단단한데다 까끌까끌거린다. 싫다. 여름 이불이.

그래도 어쩌겠나. 푹신함과 부드러움을 버리니 몸과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며칠 전까지 퉁퉁 부어있던 눈의 붓기가 가라앉았다. 베개에 머리를 맞댄지 서너시간 만에 아침을 맞는 일도 없어졌다. 거부감이 들어도 받아들였을 때 편한 것이, 그러한 순간이 있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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