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행-11

다행이다

by 래리

더블린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없지만, 싸게 나온 비행기 티켓 값에 끌려, 충동적으로 이를 영국 여행에 포함시켜버렸다. 결국 여행은 더블린-런던, 두 도시만 가는 걸로 결정. 기차는 브레다에서 갈아타 스키폴 공항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나. 금방 도착했다. 12시쯤 도착해 공항 아시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나는 치킨 사태 + 밥을 주문했다. 치킨 사태인데 꼬치는 없다.


요리 맛은 그 미심쩍은 이름만큼이나 기묘했다. 달콤함을 걸러낸 땅콩 잼에 밥을 비벼먹는 맛. 음 그런데 거부감 드는 맛은 아니었다. 한 그릇에8유로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었을 뿐. 그렇게 나와 학우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탑승 수속을 밟았다. 2시 10분 비행기라 1시 쯤부터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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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목이 말라 내 사랑 초코멜 한 병을 구입했다. 초코멜은 진리이자 희망이다.


어디로 탑승할지 몰라 방황하던 중 라이언에어 직원에게 특별 스탬프를 받았다. 아일랜드는 솅겐조약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곳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에 도장을 쾅 박고 우리는 비행기를 타러 갔다. 근데 이게 웬 일. 줄이 너무 길다. 탑승 게이트는 1시 40분에 닫힌다는데 시간은 1시 20분이다. 순간 불안이 엄습했다. 우리는 공항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한 번에 검문하는 곳까지 나달렸다. 시각은 약 1시 30분.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고, 충전기를 꺼내고, 외투를 벗고 비니까지 벗었다. 검문이 끝나니 1시 40분. 그런데 눈 앞에는 또 무수한 사람들의 행렬이 똬리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아 이거 좋지 않다. 다시 다른 공항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젠 내 스스로 해야겠구나 싶었다.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무수한 인파를 가로지르며 “Can I go first? Because my gate is nearly closed”를 10번 정도 던졌다. 대부분 사람들이 친절하게 양보를 해줬다. 물론 누군가에겐 욕도 먹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여권 증명이 끝나자마자 달리고 또 달렸다. 최근 이렇게 오랫동안 두 다리로 달려본 적이 있던가. 틸버그에 두고 온 자전거가 떠올랐다. 자전거는 정말 위대한 발명품이다. 가방은 무겁고 다리도 무거워져 간다. 잠도 제대로 못 잔 탓에 몸은 물 속에 둥둥 떠있는 것 같았지만, 어찌하리. 그저 있는 힘껏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이마와 등에 맺힌 땀과 함께 간신히 게이트에 도착했다. 우리 뒤로는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 땀이 식어가면서 마음도 안정을 찾았는데 생각해보니, 탑승 직전에도 끼니를 해결만 한 곳들이 있었다. 점심 식사 장소가 판단 미스였다. 친절히 우리에게 길을 내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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