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행-16

런던-승리의 대영제국 속 고생하는 노동자들.

by 래리

한인민박집의 아침은 꽤 마음에 들었다. 고기완자, 군만두, 김치 그리고 콩나물무침, 무생채. 나물을 오랫동안 먹지 못했는데 자유배식이기에 듬뿍듬뿍 담아 먹었다. 고기완자는 1인당 1개씩이다. 이정도 아침이라면, 런던에 머무는 내내 하루를 든든하게 출발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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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반 경 킹스크로스 역으로 향했다. 해리포터의 9와 3/4 플랫폼으로 유명한 그 곳. 사진으로 올리진 않았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장소도 있다. 포토존인데, 벽에 카트가 반쯤 박혀있는 곳이다.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 곳에는 사진사와 직원 한 분이 계시는데, 직원분께서는 래번클로, 후플푸프, 그리핀도르, 슬리데린의 목도리를 관광객에게 둘러주고 사진을 찍게 한다. 직원 분께서 목도리를 뒤에서 잡고 있다 놓음으로써, 사진에 목도리가 펄럭이게끔 찍히게 하는 모습이 재밌다. 사진사는 점프 자세도 요구한다. 단호하게 거부했다. 킹스크로스 역을 들렀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갈까 고민했었으나, 해리포터를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기에, 일정에서 스튜디오는 뺏고, 근처의 국립 도서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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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내부. 중앙에 6단으로 된 거대한 책의 탑이 있다. 책 크기들도 엄청나다. 더 엄청난 건 영국의 우표 컬렉션. 각 나라별, 시대별 우표들을 모아 도서관에 전시해놨다. 대단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우표도 있다. 그리고 도서관 1층에 또 하나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Treasure of Library는 Sacred text, Art, Map, Historical document, Music, Science 그리고 Literature로 구성돼있다. 각 분야들은 모두 전세계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고, 문학만이 세르반테스를 제외하면, 디킨스, 제인오스틴 등 영국인으로 구성돼있다. 보는내내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아니 도서관 전시관이 이 정도면 대체 대영박물관은 어느정도란 말인가? 대영박물관은 하루 전부를 투자해도 다 돌지 못할만큼 많은 약탈물들이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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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도서관을 가던 중 마주한 풍경. NHS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영국의 보건의료 제도다. 첫째 사진 피켓의 NHS는 Junior Doctor의 노동환경 및 진료를 받을 시민들의 권리 정도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Junior Doctor. 한국으로 치면 수련의 정도 되는 의사들의 노동 환경이 너무 열악해 런던 곳곳에서 그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해 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 물어보니 Junior Doctor들은 1주일에 쉬는 날도 없고, 퇴근 시간도 없는 채로, 낮은 임금을 받으며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한국도 비슷하지 않은가...


신문은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봤다. Junior Doctor들의 파업으로 하루에 600건의 수술이 취소됐다니. 시위자 중엔 일반 시민도 있었다. 설마 10대가 Junior Doctor일리는 없지 않겠는가. Junior Doctor들의 파업이 시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시민들이 생각해도 그들의 노동 환경이 너무도 열악하다고 생각했기에 거리로 뛰쳐 나왔나보다. 정말 시민다운 시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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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대영박물관 도착. 미쳤다. 영국놈들은 분명 미쳤다. 대륙별로 나눠진 전시관과 그 크기에 놀랐고, 어떻게 저렇게 큰 유물들을 가져왔을까 생각하니 더 소름돋았다. 원시부족 사회로의 전리품으로는 주술적 성격이 강한 것들이 많았다. 스리랑카에서는 특정 가면을 쓰면 병이 낫는 미신이 있었고, 다양한 부족들의 염원을 담은 토템들이 많다.


막스 베버는 근대화를 탈주술화의 과정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럴까. 계몽주의 시기, 이성의 빛이 미신의 그림자를 몰아내는 것 같지만, 당시 경쟁적으로 박물관을 지어댔던 서구열강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 생각엔 대영박물관 자체가 세계 패권을 장악하고 싶은 영국의 강렬한 소망이 담긴 토템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국가적 차원의 박물관이 존재할 수 없다.


다양한 전시품들을 보다 많은 유물들이 18세기 19세기에 박물관에 안치되었다는 사실에 슬펐다. 시기를 생각해보면 제국주의 시대. 유물들은 약탈의 산물이다. 게다가 박물관 내 특정 공간은 개인의 기증품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시 귀족님들의 고매한 취향 덕에 후세가 큰 복을 누리고 있어 감사를 해야하는 걸까. 제국주의 시대 땐 도굴꾼들도 상당히 많았을텐데, 유물을 도굴해 경매에 부친 걸 귀족님들이 구매했을 것이다.


대영박물관에서만 4시간 이상을 있었지만, 절반 정도 봤다. 절반도 상당히 많이 본 것임에 틀림없지만, 상당히 피곤하다. 박물관을 나와 아시아 음식점 와사비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야간투어를 하러 갔다. 런던한인민박집에서 숙박을 하면, 20파운드짜리 야경 투어를 공짜로 제공한다기에 신청했다.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진 않지만, 어짜피 저녁 먹은 뒤 계획은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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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런던 야경의 기본. 런던 아이, 빅 벤을 찍고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향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웨스트민스터'란 지명의 '민스터'에 해당하는 곳이다. 1666년 런던 대화재 때 불탔는데, 건축가 크리스토퍼 뤤이 35년 만에 재건했다고 한다. 당시 뤤은 단순한 고딕양식이 아닌, 현재처럼 돔을 얹은 형태의 바로크 형식으로 건축을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반대에 부딪힐 게 뻔하기에, 전통적인 건물 짓는 순서를 무시하고, 모든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한다. 반대를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로 만들기 위해. 이상 가이드 님의 설명을 적어봤다. 그런데 돔 올리는 건 어짜피 나중 작업 아닌가?


마지막으로 간 곳은 타워 브릿지. 멋있다. 그리고 롯데월드타워 같이 생긴 빌딩은 The Shard. 빌딩 빛이 환한 야경을 보는 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밤새 저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예쁘다고 좋아라 하기엔 좀 잔인하지 않은가. 가이드님께도 의견을 말했는데. 저 곳은 국제적 업무를 하는 회사와 법률가들이 많은 곳이라 항상 바쁘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래도 한국이랑 달리 돈은 확실히 준다는 덧붙여서. 뭐 그래도 일과 일상의 양립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밤까지 엄청 돌아다녔다. 긴 하루의 여행을 마치며, 과거 대영제국의 위엄만큼이나 노동자들의 권리도 지지않는 태양같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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