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로.
오늘은 로마에 이어 수많은 한국인들이 불만한 토로한 도시, 나폴리에 갔다. 2년 전, 수업 중 한 교수님께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나폴리에 갔다가 3시간 만에 그 도시를 떠났다고 하셨다. 역과 항구 뒷골목이 너무나 무법 지대라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기엔 너무나도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셨단다. 그러면서 ‘전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하나’라는 매혹적인 수식어를 붙여가며 나폴리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매스 미디어를 엄청나게 욕하셨다.
그 교수님의 수업을 꽤 열심히 들었기에, 2년 전부터 나폴리는 나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도시였다. 게다가 숙소도 악명 높은 역 뒷골목이었기에 로마 때보다 긴장이 더 바짝 들었다. 하지만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서 위협적은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무사히 숙소에 짐을 놓고 바로 폼페이로 향했다. 가리발디역에서 사철을 타고 한 시간 가량을 가면 된다. ‘가리발디’하니 리소르지멘토 당시 장군 ‘가리발디’가 떠올랐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내선순환, 외선순환 열차로 나눠져 있듯, 가리발디 역에서 출발하지만 종착지는 다른 두 종류의 열차가 있다. 그 중 한 열차만이 폼페이로 간다. 처음에 열차를 잘 못 탔었는데 잘생긴 이태리 청년에게 물어 정확한 폼페이행 열차로 갈아탔다. 나폴리에 대한 인식의 바닥엔 교수님의 비난이 깔려 있었기에 그들의 작은 호의에도 상당히 고마웠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한 잿더미에 뒤덮여 멸망했다는 도시 폼페이. 한 번 멸망했다 살아난 도시답게 벽면의 덧칠 흔적과 여러 건축 양식이 혼재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폼페이는 평화롭게 살던 어느 날, 예기치 못했던 화산 폭발로 멸망하지 않았다. 이미 17년전 대지진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화산 폭발 이전부터 폼페이를 떠났다고 한다. 많은 혼란의 대이동 흔적들이 이를 증명한다.
생각보다 큰 마을을 열심히 걷는데, 내 몸이 화산재에 덮인 듯 무겁다. 한인 민박에서 제대로 피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걷다 쉬다를 반복하다 나폴리로 돌아왔다. 일단 이 피로는 맛있는 음식으로 달래야 한다. 항구의 도시 나폴리이기에, 고기보다 해산물을 더 좋아하기에 저녁 메뉴는 Seafood로 결정.
구글맵에서 평점이 높은 해산물 음식점을 찾아 버스를 타고 골목을 휘저었다. 식당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분이 안 계셨다. 때문에 가게 앞‘트립어드바이저 선정 맛집 스티커’를 보고도, 구글맵에서 많은 리뷰어들이 '영어로' 댓글을 달았단 사실을 망각한 채 ‘이 곳은 현지인 맛집이구나’ 라는 헛된 기대감에 빠졌다.
메뉴는 해물 파스타와 구운 생선 요리. 나는 영어로, 종업원은 이태리어로 대화하며 시켰다. 종업원은 생선요리를 설명할 때 친절하게도 냉장고에서 아직 조리되지 않은 생선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정확히 어떤 요리가 나올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나의 허황된 기대를 부풀렸다.
다행히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기 보다 대만족했다. 일단 해물 파스타. 빠네처럼 빵속에 파스타와 각종 해산물이 담겨있다. 맛은 나쁘지 않은 정도. 해산물을 먹고 싶던 나에게 해산물향을 느끼게 해 준 것만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 그런데 생선구이, 이게 물건이다. 겉은 아주 짭쪼름하지만 속살은 잘 찐 감자보다 포슬포슬하고 부드럽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생선 주위에 뿌려진 오일은 요리를 한층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사실 이태리는 파스타, 피자 말고도 다양한 ‘Italian food’가 있단다. 때문에 이 곳에 요리를 배우러 유학 온 사람들도 많고. 이탈리아 해산물 요리의 명성도 엄청나기에 이 곳에 있는 동안은 최대한 많은 해산물 요리를 먹으리라 다짐했다.